세종시vs정부, 전기·굴절버스 놓고 때아닌 '차량 쟁탈전'
세종시vs정부, 전기·굴절버스 놓고 때아닌 '차량 쟁탈전'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07.2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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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행복도시 대중교통체계 근간 내부 순환 BRT 900번 투입"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충북~세종~대전 광역 BRT 990번 투입"
친환경 대용량 '전기·굴절버스' 일렉시티 모습

세종시가 도입할 친환경 대용량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전기·굴절버스'는 어느 노선에 투입하는 게 효과적일까. 정부와 세종시가 운행 노선을 두고 때아닌 차량 쟁탈전을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내년 초 정식 운행에 들어갈 '일렉시티'(현대자동차)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이 차량은 2량 이상의 차량을 1편성으로 연결해 운행하는 전기 굴절버스(Articulated bus)로, BRT에 최적화해 대도시권 대량교통수요를 소화하기 위해 개발됐다. 일반버스가 11~14m인데 반해 대략 18m에 달한다.

세종시, 2020년 전국 최초로 전기 굴절버스 4대 도입

세종시는 내년 전국 최초로 전기 굴절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버스를 운행할 세종교통공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구입비 180억원을 지원받고, 오는 2021년까지 매년 4대씩 총 12대를 도입할 예정. 올해 말 시범 운행을 거쳐 12월경 차량을 인도받은 뒤, 내년 초부터 4대를 정식 운행할 방침이다.

전기·굴절버스가 23일 세종시 도심을 주행하고 있는 모습

이 버스는 앞서 지난 2012년과 2016년 세종시가 잠시 시범 운행했던 100인승 바이모달트램과 비슷한 모델로, 인천국제공항 내 셔틀버스로도 운행된 바 있다. 바이모달트램이 디젤엔진을 장착한 반면, 친환경 '전기엔진'을 장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 바이모달트램보다 폭이 60cm 짧고 길이와 높이는 각각 20cm, 10cm 가량 길다.

특히 한 번에 대량 인원을 수송할 수 있다. 승차인원은 좌석 47석에 입석 28석 등 최대 75석으로, 출·퇴근 시간 만원 버스 시 최대 90명까지 탑승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일반버스에 비해 최대 2배 이상의 수송능력을 발휘하는 셈이다.

세종시 vs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전기 굴절버스 투입 노선 두고 '입장차'

문제는 전기 굴절버스 투입 노선을 두고 세종시와 최근 출범한 국토교통부 산하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이하 대광위)'가 갈등을 빚을 조짐이라는 점이다.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내부 순환 BRT '900번'에, 대광위는 광역 BRT '990번'에 투입할 것을 주장하며 맞서는 형국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 내부 순환 BRT 노선도(예정)

세종시는 지난해 LH로부터 차량 구입비 지원 협약을 체결한 후, 굴절버스를 900번에 투입키로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내부 순환 BRT는 행복도시 대중교통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으로, 1~6생활권까지 총 22.9km 구간을 환상형(Ring)으로 순환하는 노선이다. 대용량 버스를 이 구간에 투입해 지하철 역할을 대신하게 한다는 게 시의 목표다.

공사는 지난 2월 실제 버스가 주행할 구간에서 굴절버스를 시험 운행하기도 했다. 첫 상용 도입인 만큼 굴절버스가 세종시 교통체계에 맞는지 테스트하자는 차원이었다. 올해 말 버스 인수 즉시 시범운행 후 내년부터 곧바로 해당 노선에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충청북도 오송~세종시 정부세종청사~대전시 반석 구간(31.2km)을 운행하는 990번 노선도, 출처=카카오맵

하지만 지난 3월 출범한 대광위는 뒤늦게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

충청북도 오송~세종시 정부세종청사~대전시 반석 구간(31.2km)을 운행하는 990번 노선이 굴절버스 운행에 효과적이란 판단이다.

해당 구간의 이용 승객이 많아 차량 투입 대비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굴절버스가 일반버스에 비해 용량이 두 배에 달해, 굴절버스 투입 1대만으로도 일반버스 2대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대도시권 광역교통 업무'라는 기관 설립 목적에 따라 충북~세종~대전 등 3개 시도를 운행하는 990번의 효율적 추진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광위는 아직 세종시에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인 입장 정리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23일 오후 굴절버스를 990번 노선에 시범 투입해 테스트하는 등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전기·굴절버스 일렉시티가 23일 오송역 인근을 주행하고 있다.

지하철 역할 해야 vs 운행수요가 많은 곳에 투입...'미묘한 신경전'

이 처럼 양 기관의 입장차가 드러나면서 미묘한 신경전도 감지되고 있다. 

세종시는 900번 노선 투입을 확정지은 상황에서 뒤늦은 노선변경안이 달갑지 않다는 분위기다.

특히 시민들의 '지하철' 역할을 해야 할 굴절버스를 광역 노선에 빼앗길 수는 없다는 인식이다. 게다가 왕복 60km가 넘는 장거리 구간인 990번 노선에 전기 굴절버스를 투입할 경우 '차량 충전 문제', '운영방식' 등 풀어야할 과제가 적잖다는 불안감도 안고 있다. 준비가 덜된 상황에서의 성급한 운행은 '전형적인 보여주기 식 행정'이란 반응도 감지된다.

시 관계자는 "이미 굴절버스는 내부순환노선인 900번에 투입하기로 시민들과 약속하고 운영계획을 짜고 있는 상황"이라며 "990번 노선은 출퇴근 시간대에 5분 간격으로 운행되어, 굴절버스를 투입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대자동차 전기·굴절버스 일렉시티가 정류장에 정차해 있다.

이에 대해 대광위는 운행수요가 많은 곳에 대용량 차량을 투입하는 게 합리적이란 입장이다.

대광위 관계자는 "900번 노선보다는 990번이 이용 승객이 많아 대용량 차량의 효과가 배가 될 것"이라며 "내년 도입되는 굴절버스 4대 중 1대만이라도 990번에 투입해 광역교통 개선 효과를 테스트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역시 대광위와 비슷한 견해를 드러냈다. 행복청 관계자는 "대용량차량은 승객 입장에서 이용객이 많은 노선에 투입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며 "다만 버스를 운행하는 입장에서 세종교통공사(세종시)가 운영적인 측면에서 고민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대립하면서 전기 굴절버스가 어느 노선에 투입될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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