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왜 황금종려상을 받았을까..수상 조건은?
'기생충', 왜 황금종려상을 받았을까..수상 조건은?
  • 강병호
  • 승인 2019.07.1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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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호 칼럼] 프랑스, 유럽 지식인들의 시각에서 문제의식 갖고 만든 영화
상주는 쪽의 원칙과 철학, 그걸 알고 보면 많은 걸 건질 수 있는 수상작

영화 「기생충」의 영화평을 쓰는 것은 좀 부담스럽다. 프랑스 칸 (Cannes)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palme d’Or)을 받은 작품에 대해 일방적 찬사를 해야 하나 아니면 딴죽을 걸어야 하나 고민이 됐다.

올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혹시 작년 2018년 같은 상을 받은 나라와 감독은 기억하는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是枝裕和) 감독의 「어느가족 」(万引き家族)이다.

천 만명 까진 아니지만 많은 한국인들이 이 영화를 봤다. 하지만 보고난 사람들이 (다른 천 만 관객 영화와 달리) 유쾌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한국인들에게는 부담스런 일등, 일류, 프랑스, 우수상 등 딱지가 붙어있어 맘대로 비판도 못한다. 그게 오늘의 한국인들이다. 괜히 딴죽을 걸었다간 ‘벌거벗은 임금님’에 나오는 철딱서니 없는 아이 같이 무식하단 소리 듣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시험과 상(賞)에 강하다. 외국인 교수들이 한국 유학생들에게 경탄을 금치 못하는 것 중에 하나가 시험에 참 강하다는 것이다. 예상문제, 이전 시험 족보를 만드는 재주에는 한국학생들은 다른 나라 학생들에 비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은 수작임에는 틀림없지만 프랑스와 유럽 지식인들의 시각에서 사회문제를 바라보았다는 점도 수상의 배경이 되고 있다.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은 수작임에는 틀림없지만 프랑스와 유럽 지식인들의 시각에서 사회문제를 바라보았다는 점도 수상의 배경이 되고 있다. 사진출처 : 다음

그렇다면 칸 영화제에서 상 받는 조건은 무엇일까?

세계 영화제 중에서 오스카상을 주는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는 미국 백인 중심 잔치다. 미국에서 태어난 유색인종이라도 후보에만 올라도 화제가 되곤 한다. 다시 말해 미국의 폐쇄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아카데미의 폐쇄성에 대응하는 것이 프랑스 칸 영화제다. 그렇다고 칸이 미국영화를 완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회비판적 철학을 강하게 드러내야 한다. ‘택시드라이버’, ‘지옥의 묵시록’, ‘화씨911’ 등이 대표적인 미국영화다.

지난 10년 간 칸에서 수상한 나라도 일본, 스웨덴, 영국, 프랑스, 터키, 오스트리아 등 다양하다. 칸 영화제는 예술과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야 한다. 적어도 심오하고 지식인인 척은 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 문제의식이 세계가 가진 다양성을 나타내야 하나? 그렇진 않다. 프랑스와 유럽 지식인이 바라보는 문제의식이어야 한다.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란 프랑스 경제학자는 ‘21세기 자본’이란 책으로 단숨에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그 책 주제는 양극화다. 프랑스는 늘 세계를 지배하는 영미(英美)의 자유 시장경제에 문제점과 의문, 지적 반기를 들어왔다.

이런 지유시장 경제가 만들어낸 자연스런 부작용이 양극화다. ‘세계 불평등 보고서’ 같은 보고서도 매년 출간된다. 무릇 프랑스에서 상을 받으려면 이런 그들의 지적 환경도 이해해야 한다.

‘기생충’에 나오는 가족은 변변한 일자리도 없어,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는 것도 늘 고민이다. 아들과 딸은 입시 준비는 하지만 딱히 대학에 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아들 대학생 친구가 IT기업 사장 딸의 영어 과외를 넘겨주고 교환학생을 간다.

송강호 가족은 순진해 보이는 부잣집 가족들을 계획적으로 속이며, 운전사, 가정부, 미술과외 선생을 차지한다. 하지만 쫓겨난 가정부의 남편이 그 집 지하에 이전부터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의 음모는 꼬이기 시작한다. 결국 사기극은 살인극으로 끝나게 된다.

작년 2018년 황금종려상 받은 일본영화 「어느 가족 (万引き家族)」은 도쿄에서 작은 상점이나 마트의 물건을 훔치며 생계를 이어가는 좀도둑 가족 이야기다. 친 부모에게서 학대를 받는 유리는 우연히 거리를 떠돌다가 도둑 가정에서 정을 붙이고 살게 된다.

유리는 원치 않은 출산으로 부모로부터 늘 학대를 받는 것보다 어리숙한‘하츠에 (初音)’ 일가와 함께 사는 쪽을 선택한다. 도교의 생계형 좀도둑 가정의 피곤한 삶 그리고 낳아준 부모와의 갈등이 계속된다. 결국 이 어색한 동거는 경찰의 개입으로 끝나게 된다. 이 또한 비극으로 결말을 맺는다.

2018년, 2019년 뭔가 비슷한 점은 없는가. 상 주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철학과 원칙이 있다. 그렇다고 영화 「기생충」의 영화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감춰진 배경과 원칙을 알고 본다면 더 많은 것을 건질 수 있는 영화다. 

강병호, 중앙대 졸업, 중앙대(MBA), 미국 조지아 대학(MS), 영국 더비대학(Ph.D),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삼성전자 수석 연구원,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초대, 2대 원장, 한류문화진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문위원,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E-mail :bhkangbh@p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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