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제시한 ‘세종 4일, 서울 3일’ 근무원칙 약속은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완성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이 총리의 이 같은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 아쉽게도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상임대표 김해식)는 행정안전부의 세종시 이전(지난 2월)과 오는 8월 과학기술정부통신부의 이전을 앞두고 각 부 장관들의 세종청사 근무와 관련한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그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세종참여연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낙연 총리는 취임 후 대통령 해외순방기간과 국무총리 국회 출석일을 뺀 363일 중 131일을 세종에서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 근무 36.1%, 서울 근무 46.8%, 해외순방 17.1% 등으로 취임 초 약속한 세종과 서울 근무율 4대 3(세종에서 4일, 서울에서 3일)에는 못 미쳤다.

정보공개 요청을 한 11개 부처 중 해양수산부 문성혁 장관이 50%로 세종근무 비율이 가장 높았다. 문 장관은 취임 후 61일 근무 중 세종에서 30.5일, 서울 19일, 기타 11.5일 등을 기록했다.

이어 ▲농림축산식품부 이개호 장관이 44.9%로 뒤를 이었으며, ▲국무총리실 이낙연 총리 36.1% ▲환경부 조명래 장관 31.7% ▲산업통상자원부 성윤모 장관 28.9%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장관 23.9% 등의 순이었다.

지난 2월 23일 세종으로 이전한 행정안전부(김부겸+진영 장관)는 11.7%로 가장 낮았다. 세종으로 가장 늦게 이전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근무일수가 낮은 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눈여겨 볼 점은 참여연대의 정보공개요청에 대해 해양수산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지난 4월 세종 중심의 근무여건 조성을 위한 업무체계 확립 방안 마련이라는 공통된 기준에 따라 비교적 충실하게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현임 장관의 근무 현황을 4월부터 6월까지 총 근무일과 서울 근무일, 세종권역 근무일, 서울·세종 외 근무일로 공통되게 구분해 제공했다.

반면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은 ‘해당 장관의 세종청사 근무 관련 정보 없음’으로 표시해 공개하는 등 부처마다 상이한 답변 결과를 내놓았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의 경우에는 아직도 정보공개를 미루고 있어 시민의 알권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정보공개 요청 자료는 7월 3일까지 회신한 부처별 답변을 분석한 결과다.

지난 2012년 중앙부처의 세종 이전이 시작된 이래 장·차관들의 잦은 서울 근무와 출장은 업무 비효율과 공직사회 활력 저하 등으로 논란의 중심이 되어왔다.

이번 답변 분석 결과 역시 세종시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행정의 중심이 되고 나아가 행정수도로 발돋움하는데 중앙부처 장관들의 솔선수범이 아쉬워 보인다.

특히 참여연대는 세종청사 근무율로 본 장관들의 행정수도에 대한 의지는 매우 낮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도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는 국책도시로 태어난 세종시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부처 장관들의 솔선수범과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정부부처의 세종시 중심 근무 정착을 위해 연말까지 세종권 장차관들의 서울집무실을 완전히 폐쇄하겠다는 지난 5월 발표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성은정 세종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각 부처의 수장들이 모범을 보이지 않는다면 일선 공무원은 세종시 체류와 안착을 위한 노력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며 "각 정부기관에게 세종청사가 행정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곽우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