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서 자행된 ‘보도연맹 사건’..넋 기렸다
세종시에서 자행된 ‘보도연맹 사건’..넋 기렸다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07.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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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가낭뜰공원서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제’ 개최, 유족·군경 및 세종국제고 학생 참석
6일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제’에서 세종국제고 학생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사진=세종시 제공

세종시가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민간인들의 넋을 기렸다.

시와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회 세종지회(회장 강영숙)는 지난 6일 아름동 오가낭뜰 공원에서 이강진 정무부시장과 제3231 부대장 장익선 대령, 최교진 교육감, 김정환 세종경찰서장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제’를 개최했다.

한국전쟁 당시 충남 연기군 남면 고정리 은고개에서는 이른바 ‘보도연맹 사건’이 자행됐다.

국민보도연맹은 1949년 4월 좌익 전향자를 계몽·지도하기 위해 조직된 관변단체이지만, 6·25전쟁으로 1950년 6월 말부터 9월경까지 수만 명 이상의 국민보도연맹원이 군과 경찰에 의해 살해되었다. 여기에는 좌익뿐만이 아니라 중도파를 포함한 일반인도 상당수 포함되면서 억울한 피해자가 많았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다음날인 6월 26일 조치원경찰서에는 ‘보도연맹원들을 지서에 모아 놓아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모아진 주민들은 조치원경찰서로 이송됐으며 이들은 결국 7월 8일 수멍재 ‘은고개’와 ‘비성골’에서 학살당했다.

당시 후퇴하던 수도군단 17연대(연대본부는 공주)군인들 역시 피난민중 보도연맹원들을 색출해 수멍재 등에서 총살을 감행했다.

시에 따르면, 한국전쟁 당시 학살된 보도연맹원들의 유해와 유품 168점이 연기면 산울리에서 발견됐으며, 오가낭뜰 공원 부지도 또 다른 유해매장지역으로 추정된다. 조치원 희생자는 모두 158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김정환 세종경찰서장이 6일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제’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사진=세종시 제공

시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권고에 따라 한국전쟁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위령제를 개최했다.

특히 이날 위령제에는 유족들과 이들을 위로하기 위한 군경가족뿐만 아니라 과거 민족의 비극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자 세종국제고 역사동아리 학생들도 참석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세종국제고 학생들은 지난 2017년 국민보도연맹사건을 기리기 위해 SNS 등 홍보활동을 펼치면서 모금 캠페인을 진행했고, 캠페인을 통해 모은 돈으로 비극적인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위령비'를 건립하기도 했다.

이날 장익선 부대장은 정경두 국방장관의 추도사를 대독하면서 "6.25전쟁중 충남지역에서 미군에 의해 발생한 불행한 사건으로 안타깝게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오늘 위령제를 통해 그날의 아픔을 가슴깊이 새기고 역사의 엄중한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문순 유족회장은 "억울하게 죽음을 맞은 부모님을 너무 늦게 찾아 뵈어 죄송하다"며 "과거 수멍재 은고개와 비성골에서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국가공권력을 행사하는 군인과 경찰의 무자비한 만행으로 비참하게 희생됐다"며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돌아가신것도 억울한데 연좌제등 차별적인 사회적 냉대로 인해 유족들은 비참하고 모진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강진 정무부시장은 추념사에서 "한국전쟁 발발 당시 극도의 이념대립으로 인해 많은 희쟁자가 발생했다. 억울하게 희생되신 분들과 그 비극으로 오랫동안 고통받으셨을 유가족께 삼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에 대한 국가차원의 진실규명 활동이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위령제는 지난 2013년 5월 '1회 국민보도연맹 은고개 추모제‘로 시작해 5회째 이어지고 있다. 당시만 해도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아 눈치를 보며 행사를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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