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 화재감지기가 시도 때도 없이 울립니다"
"시장님! 화재감지기가 시도 때도 없이 울립니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9.07.03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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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 가온마을 한 주민의 화난 제보..."책임지라는 게 아닙니다. 너무 불편해서..."
고급 제품 쓴 아파트, 한달에 7백 여건 울리는 곳도 있어...양치기 목동된 감지기
세종시 다정동 가온아파트 주민들은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화재감지기로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은 SBS 뉴스 보도 화면 캡처

“시장님, 제발 한번만이라도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혹시나 있을 보복이 두려워 관리소장들이 집단민원도 못 낸다고 합니다.”

화재 감지기 공해(?)를 앓고 있는 세종시 다정동 가온마을 한 주민은 화가 잔뜩 나 있었다. 한 달에 무려 7백 여 차례 오작동하는 화재감지기 때문에 못 살겠다는 것이 이유였고 주민 불편을 강 건너 불 보듯하는 세종시 행정이 화를 더 부추겼다는 것이다.

개당 1만5천원 정도하는 화재감지기가 문제가 된 건 필요이상으로 예민했기 때문이다. 당초 2천원짜리 범용(凡用)을 썼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 화재 경보를 촘촘하게 한다고 고급을 쓴 게 화근이 됐다.

그게 시도 때도 없이 울리면서 공해가 되고 몇 번 허탕 친 주민들도 “또, 울리네” 정도로 받아들이게 됐다. 감지기로서 역할은 없고 ‘양치기 소년’이 됐다.

이 같은 공해를 겪는 곳은 가온마을을 비롯한 13개 단지 3만 여 세대. 지난해부터 입주한 아파트에는 거의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주민들이 똑같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문제는 소방이나 시행사나 세종시청, 모두 법과 규정에는 맞다는 것이다. 오히려 더 좋은 제품으로 화재감지를 더 철저하게 하려는 의도가 독이 됐다는 점이다.

고기 굽는 미세먼지에도 작동을 하고 실내 더운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에어컨 실외기 옆에서도 경보음을 울려대는 통에 쾌적한 주거환경은 아예 생각도 못하고 있다.

교체를 하려고 해도 집 주인이 살지 않아 동의가 어려워 그것도 여의치 않다. 그렇다고 소방 당국에서 ‘바꿀 수도 있다’고 애매모호한 입장의 공문을 보내 역시 주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주민들이 말이다.

김중규 대표기자
김중규 대표기자

이래저래 다 합법적이어서 법적인 하자는 없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세종시장에게 불편을 호소하게 된 것이다.

세종시, 시행사, 소방당국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동안 불만은 커질 대로 커지고 있다. 실태조사도 하고 기관 간에 협의를 통해 아예 값싼 것으로 교체하라는 공문만 있으면 해결된다 것이 제보자의 말이었다.

백묘(白描)든 흑묘(黑描)든 따질 여유도 없다. 지금은 오직 ‘불편 해소’라는 쥐를 잡는 행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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