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진이 '고향 세종에 주는 선물' 성공하려면..
장욱진이 '고향 세종에 주는 선물' 성공하려면..
  • 김선미
  • 승인 2019.07.0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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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칼럼] 세종시, 장욱진 기념사업 2022년까지 130억원 투입
미술관과 다른 기념관, 브랜드화 출발부터 세심하게 접근해야

미술관과 다른 기념관, 브랜드화 출발부터 세심하게 접근해야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부부와 두 아이, 네 가족이 들어앉자 옴짝달싹하기도 힘들만큼 꽉 차버린 작은 집. 지붕위로 까치 혹은 참새로 보이는 4마리 새가 한 가족처럼 한 방향으로 줄지어 난다. 집 양 옆에는 나뭇잎 닮은 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가족도-

줄지어 있는 가로수 위에 새집처럼 작은 집들이 오밀조밀 붙어 있다. 가로수 아래로 부부와 아이 한 명이 일렬종대로 걷는다. 그 뒤를 개 한 마리와 소가 또 다른 식구처럼 느릿하게 따른다. -가로수-

황금빛 들녘을 가로지르는, 갈매기 날개처럼 시원하게 꺾인 붉은 길을 따라 한 손엔 실크해트를 한 손엔 우산을 든 세련된 연미복 차림의 신사가 걸어온다.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한유롭게 떠있고 신사의 등 뒤로 비쩍 마른 검은 개 한 마리가 쫓아온다. 반짝이는 황금빛 들판 위로는 개 보다 큰, 새 4마리가 줄을 지어 난다. -자화상-

간결의 미학 보여주는 단순하다 못해 심심한 장욱진의 그림들

작가를 굳이 밝히지 않아도 그림에 조그만 관심 있다면 화가가 누군지 금세 눈치 챌 것이다. 그림에 관심이 없어도 그림을 보는 순간 엷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그림 속 풍경처럼 자그마하고 정겨운 그림들. 장욱진 화백. 가족, 아이, 집, 나무, 새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순하고 소박한 소재와 주제를 간결하게 묘사한 그의 그림들은 단순하다 못해 심심하기까지 하다.

작가 스스로도 “나는 심플하다”라고 말했듯이 그는 평생 ‘그림-주도-쉼’의 심플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며 소박함과 단순함을 그만의 조형언어로 화폭에 풀어냈다. 이를 통해 근원적이고 정신적인 본질을 추구하며 이상적인 내면세계를 표현했다는 평을 듣는다. 절제와 간결의 미학이다.

장욱진은 박수근, 이중섭과 함께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 거장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17년 지금의 세종시인 충남 연기군에서 태어났다.

작가가 태어나고 잠든 곳이자 주요 작품 배경인 고향 연동면 송용리

세종시가 장욱진 화백을 세종시의 대표 문화 브랜드화하는 장욱진 화백(1917.11.26~1990.12.27)의 기념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세종시는 지난달 장욱진미술문화재단, 장욱진 화백 유족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장욱진생가기념관’ 건립 세부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시는 2022년까지 130억 원을 투입해 화가의 고향인 연동면 송용리 6천346㎡ 부지에 생가를 복원하고, 기념관과 그림 정원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연동면 송용리는 장 화백이 태어나고 잠든 곳이자, 주요 작품의 배경이 된 곳이다.

세종시가 발표한 청사진은 화려하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세종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명소가 될 것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차질 없는 사업 추진이다.

장욱진미술관 건립은 세종특별자치시가 충남 연기군 시절이었던 지난 2003년부터 시작해 건립추진위원회까지 구성하고 유족들이 작품 기증까지 약속했으나 지지부진 하다 결국 무산된 적이 있다. 연기군에서 논란 끝에 무산된 장욱진미술관은 2014년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으로 탄생했다. 세종시로서는 아픈 기억이다.

사진 출처 : 세종시청 홈 페이지

화려한 청사진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아, 과거 한 차례 무산

당연히 연기군 시절과는 도시 규모도 다르고 더구나 행정수도를 표방하는 세종시가 과거 전철을 밟는 미숙한 행정을 답습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 사람을 기리는 작가미술관이나 기념관의 경우 기획 단계부터 세심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도중에 어그러지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세종시도 이미 한 차례 겪었지만 타 시·도의 경우를 봐도 애초 발표된 계획이 중간에 변경되거나 예산 문제, 지역 내의 반응 등에 따라 흔들리다 좌초된 사례를 볼 수 있다.

이번에 건립되는 세종시의 ‘장욱진 기념관’은 작품 전시가 주가 되는 ‘미술관’이 아니다. 작품 전시보다는 고향과 연계한 작가의 삶과 그에 대한 기록 위주의 아카이빙과 이를 활용한 브랜드화이다. 작품을 보여주는 미술관과는 출발부터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기념관을 찾는 관람객들은 장욱진의 보다 많은 소박하고 정겨운 그림들을 만나고 싶어 할 것이다.

유족과의 신뢰 협력 절대적, 예민하고 까다로운 작품 기증·기념관

유족과 MOU를 맺었다고는 하나 아직 구체적인 작품 기증 이야기는 없다. 물 밑에서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기본적으로 장욱진 화백의 작품수가 많지 않아 작품 확보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작품 기증은 매우 예민하고 까다로운 부분이다.

처음부터 이 부분을 명확히 해두지 않으면 두고두고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유족과의 지속적인 협력과 상호신뢰가 중요한 이유이다. 앞으로 세종시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며 장밋빛 청사진대로 장욱진 브랜드화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장욱진이 고향에 주는 선물을 어떻게 더욱 빛나게 할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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