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로 의원 '지방정치 데뷔 무대', 외면받은 이유
김중로 의원 '지방정치 데뷔 무대', 외면받은 이유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06.28 17:1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재단상] 선의의 경쟁 필요한 세종시, 치밀한 준비로 견제구 날려야
김중로 의원(가운데)과 문정균 보좌관, 고진천 바른미래당 사무처장이 27일 세종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시 전원주택단지 시범사업의 특혜 의혹을 주장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가운데)과 문정균 보좌관(왼쪽), 고진천 세종당 사무처장(오른쪽)이 지난 27일 세종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시 전원주택단지 시범사업의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모습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비례대표)이 지난 27일 세종시청에서 개최한 ‘전원주택단지 시범사업 특혜의혹’ 기자회견은 사실상 김 의원의 지방정치 ‘데뷔 무대’나 다름없었다.

장성 출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으로 중앙정가에서 '국민'들을 상대하다가, 지역민들 앞에 선 의욕적인 자리였기 때문이다. 사실상 내년 총선 세종시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그가 시민들에게 이슈를 던진 '첫 자리'이기도 했다.

각종 현안으로 시당에서 비정기적으로 기자들을 만났던 그가 시청 브리핑룸에 진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김 의원의 등장이 이목을 끈 이유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은 정작 기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일부 기자들로부터는 외면받기까지 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사실 이날 기자회견 전 서울지역 A방송사는 김중로 의원실로부터 해당 자료를 미리 입수해 전날인 26일 특혜의혹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의원실은 이번 의혹에 대한 지난해 감사원 감사 이후 각 기관으로부터 자료를 확보한 뒤, 이를 A언론사에 제공했고, '단독'이란 타이틀로 보도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일이다.

의욕이 앞섰을까. 김 의원실은 해당 보도 바로 다음날인 27일 지역 기자들에게 연락해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섰다. 하지만 미리 배포된 보도자료를 받아든 기자들의 반응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보도된 내용과 자료가 판박이 수준이어서다. 결국 서울의 방송사가 이미 보도한 내용을 지역 다른 언론사에게 그대로 받아쓰게 만든 꼴이었다.

특혜의혹을 파헤치고 이슈를 만들어내려는 의도는 좋았지만, 형식과 타이밍이 문제였던 셈이다.

"특정 방송사에 나간 내용을 곧바로 다른 언론사를 대상으로 기자회견까지 하는 게 적절하느냐", "이렇게 감각이 없느냐" 등등 기자들의 반응은 비판 일색이었다. 당일 기자회견 내용도 A언론사 보도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게다가 이번 의혹은 과거에도 이미 한 차례 제기됐던 사안이었다. 자유한국당 박완수 의원(경남 창원시 의창구)은 지난해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제기해 감사원이 감사까지 벌였고, 결국 사실무근으로 결론 난 바 있다.

대전지역 한 방송사 기자는 "타 방송에서 보도한 내용을 언론사에서 스스로 취재해 보도하는 것은 자율이지만, 이를 기자회견까지 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이는 언론계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결국 언론계의 생리를 이해하지 못한 김 의원의 기자회견은 몇몇 언론사로부터 외면받기도 했다.

내년 총선 세종 출마를 준비하는 김중로 의원실을 두고 지역 정가와 관가에선 적잖은 뒷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의욕은 좋지만, 너무 과하다"는 게 한결같은 이야기다.

김 의원실은 지역 현안을 파고들기 위해 세종시청과 교육청 등에 자료를 수시로 요청하는 등 이른바 '열공'하며 지역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각종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부쩍 늘었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공무원들과의 불필요한 마찰이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으로서 행정에 대한 감시를 위해 자료를 요구하고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자,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담당자를 불러 호통을 치거나 고압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잦아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행사 참석 시 의전요구가 과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에선 더불어민주당 일색인 정치구도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국회의원을 비롯해 시장은 물론, 18명 중 무려 17명에 달하는 시의원까지 전원 민주당이 독식하고 있다 보니, 적절한 견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특정정당이 독식하는 구도가 아닌 선의의 경쟁도 필요하다.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길 원하는 김중로 의원이 다양한 이슈를 들고 기자들과 지역민들을 자주 만났으면 한다.

일당 독식 구도를 깨뜨리기 위한 건전한 견제구를 위해선 과도한 의욕과 호통이 아닌, 민심을 파고드는 정책과 치밀한 준비가 먼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세종사람 2019-07-01 20:49:35
잘 못된거에 대해서 지적을 하는건 국회의원으로써 당연한 견제아닌가요? 건전한 견제를 건전하지 않다고 기사화되는 것은 적절한지 시민으로서 의문이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