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작 인생 마을이장, 쉬운 게 아닙니다"
"이모작 인생 마을이장, 쉬운 게 아닙니다"
  • 황우진 기자
  • 승인 2019.06.27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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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40년교직마치고 귀촌 후 금암2리 이장맡은 박종천 이장
교직생활 중 제자들과 손 편지로 책 발간...'올해의 스승상' 수상하기도..
40년 세월,선생님 퇴임 후 금벽정 정원마을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있는 박종천 이장
40년 교직생활을 마치고 장군면으로 귀촌한 뒤 금암2리 마을 이장으로 이모작 인생을 살고 있는 박종천 이장. 그는 고뇌하고 헌신하는 자세로 이장 업무를 해나가고 있다.

“마을 풍광에 반해 귀촌했습니다. 40년 간 교직 생활을 마치고 찾아온 곳이 바로 정자마을입니다. 새롭게 정착한 분들이 많아 소통과 화합이 중요한데 이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금벽정’(錦壁停)이라는 아름다운 누정이 있어 ‘정자마을’로 불리는 세종시 장군면 금암 2리 박종천 이장(70)을 찾은 건 지난 22일 오후 2시였다. 사전에 약속을 했던 터라 그는 만나자 마자 “어깨가 무겁다”는 말로 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걸 먼저 전해주었다.

대전과 충남에서 고교 교사로 한 평생을 지낸 그는 그야말로 이곳 풍광에 반해 정착을 한 대표적인 귀촌(歸村) 인사였다. 지난 2012년에 대전에서 장군면으로 이사를 왔다. 그래서 금암리에 대한 자부심과 자랑은 대단했다.

“금암리는 청벽강이 흐르고 조선시대부터 금벽정으로 이름이 높아 시인묵객들이 많이 찾아온 곳입니다. 금벽정은 이중환의 택리지에도 나오는 정자지요. 강 위쪽에 독락정이 있고 아래쪽에는 사송정이 있는데 청벽이 있는 금벽정은 금강물결 700리 중에도 으뜸이라 했어요.”

금암리에 정착한 박종천 교사가 이장을 맡은 건 지난 2017년. 세종으로 온지 꼭 5년 만에 주민들의 권유로 이장직을 맡게 됐다. 금암2리는 1백50세대에 3백명이 살고있는 큰 마을이다.

주민들에게 떠밀리다시피 이장이 됐지만 교직에서 보여주었던 능력을 어김없이 여기에서도 드러냈다. 바로 세종시에서 장군면이 읍면동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이다.

“시민주권특별자치시 정책에 따라 장군면은 한솔, 도담동과 함께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도록 되어 있어요. 주민자치위원을 모집해야 하고, 교육도 받아야 하고 할 일이 많아요. 세종시 시민주권민주주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마을민주주의’가 먼저 발전해야 하고 그 기초가 되어야 합니다.”

마을 민주주의를 시민주권에 기본으로 여기고 있는 그는 그야말로 마을을 위한 일에 헌신을 했다. 요컨대 ‘이웃과 더불어 행복한 금암 2리’라는 마을 계획단을 만들고 각종 행사를 통한 단합을 이끌어내는 것을 비롯해 마을 의제 발굴 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금암2리 박종천이장이 마을주민들과 무궁화동산 마을가꾸기 사업을 마치고 정원마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 이장이 마을주민들과 무궁화동산 마을가꾸기 사업을 마치고 '정원마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현재 마을에서 하는 행사는 ‘청벽정원마을 축제’ ‘정월대보름 윷놀이 대회’ ‘가을 힐링여행’ ‘섹소폰, 자전거 동아리 운영’ 등이 있어요. 또, 마을의제로는 무궁화동산 가꾸기, 금강자전거도로 화단 만들기, 금벽정 복원, 청벽인공폭포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어요.”

크고 작은 마을 일을 찾아 동분서주하다보니 2모작 인생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는 “마을 이장에 주민자치위원장까지 맡다보니 정신없이 바쁘다”며 대상포진이 재발해 한동안 고생을 했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마을 일을 보는 건 힘든 일이지만 나름대로 보람도 있었다. 물론 전부를 다한 건 아니지만 장군면이 2018년 세종시 읍면동평가 주민자치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고 세종시 ‘주민자치박람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가져왔다.

박 이장의 일에 대한 열정은 2019년에도 계속됐다. 세종시에서 열고 있는 시민주권대학 마을계획과정에 참여해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장으로서 낭중지추(囊中之錐)가 된 그는 교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제자 사랑의 수단으로 손 편지를 주고 받은 걸 모아 책으로 펴냈고 ‘올해의 스승상’이라는 큰 상도 수상했다.

충북 청원군 옥산 출신인 그는 40년 동안 대전과 충남지역 고교에서 교직을 했다. 제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틈틈이 글을 썼다. 평소 좋아하던 문학이라 그런 끌 턱으로 대전수필문학 부회장을 맡았고 제자들과 교류도 계속했다.

“가장 보람된 일은 제자들 혼인 주례를 맡은 일이어요. 지금까지 24쌍을 결혼시켰어요. 그 중에는 제자부부가 셋 쌍 있고 제자의 아들을 다시 주례 선 일도 있어요. 그 놈들이 모두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할텐데...”

'제3회 청벽정원마을축제'에서 마을주민들이 신명나는 농악한마당을 펼치고 있는 장면
'제3회 청벽정원마을축제'에서 마을주민들이 신명나는 농악한마당을 펼치고 있다.

주례 못지않게 교직 생활 중 기억에 남는 건 제자들과 주고 받은 손편지를 모아 만든 책이다. 지난 1997년부터 2011년까지 세차례에 걸쳐 책을 펴냈다. 고교 제자들과 오간 약 3천여통의 편지로 책으로 만들었다. 여러 언론에서 기사화됐고 이로 인해 잠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2004년 12월에는 조선일보사와 교육인적자원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에서 ‘올해의 스승상’ 받았고 2016년 3월에도 역시 ‘이달의 스승’으로 선정될 만큼 그의 교직생활은 모범적이었다.

“전인격교육을 목표로 가치와 덕목을 내면화하는 교육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치와 판단능력을 길러 주고 부정적 시각보다는 꿈과 희망을 주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종교육에 대해 한 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이렇게 답하면서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교육의 참가치와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약 2사간여에 걸쳐 박이장의 이런 저런 생각을 들어봤다.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우리나라 마을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런 분이 꼭 있어야 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고희를 넘어서고 있지만 현역 못지않은 활동력을 보였다. 교직생활로 몸에 배인 겸손과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 글 쓰는 능력이 뛰어나 궤장(几杖)을 하사받은 옛 선인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이장이 펴낸 책 '고뇌하라 그리고 헌신하라'라는 제목이 주는 의미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장군면 지역사회 어려운 이웃들을 위하여 귀뚜라미 장터와 음악회가 열렸다
장군면 지역사회 어려운 이웃들을 위하여 귀뚜라미 장터와 음악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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