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세종시 상가, 어떻게 해야 하나
텅빈 세종시 상가, 어떻게 해야 하나
  • 김선미
  • 승인 2019.06.16 16: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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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칼럼]세종은 황금알 낳는 거위? 욕심과 오판이 부른 전국 최고 상가공실률

주말 ‘유령도시’ 되고, 상가 파리를 날리는 이유가 세종시 탈출 탓?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혹시 노후에 도움이 될까 싶어 세종시에 상가를 마련했던 한 지인은 그나마 손해를 보지 않고 최근에 상가를 처분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몇 해 후, 가슴을 칠 수도 있겠지만 최근 세종시 상가 실태를 보면 지금이라도 처분한 것만 해도 감지덕지란다. 애초 입점할 것이라던 대기업 프렌차이즈점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발을 빼고 세도 안 나가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었단다.

자주는 아니지만 간혹 세종시 갈 때마다 기이한 건물들을 보게 된다. 사람들이 모두 떠난 폐광촌의 빈집들 혹은 영화 세트장을 연상시키는 빈 점포만 죽 늘어서 있는 건물들. 사람의 온기와 화려한 상가 간판 대신 ‘임대문의’ ‘매매문의’가 나붙은 적막감이 감도는 건물들이 자아내는 풍경은 단순히 적막감을 넘어 그로테스크하기 까지 하다.

상가 처분하고 가슴 쓸어내린 지인, 그로테스크한 죽 늘어선 빈 상가

이게 인구 30만 명을 돌파하고 미분양 아파트가 제로라는 부동산 시장이 활력이 넘치는 것으로 알려진 세종시의 모습이 맞나 싶다. 동행한 지인 왈, 한 건물에 200개가 넘는 점포가 있는 상가건물도 있단다. 200개는 과장일지라도 잘게 쪼갠 수십 개의 점포로 이루어진 텅 빈 상가건물들은 도시의 활기를 저해하며 도심의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세종시 상가 공실 문제가 ‘행정수도’ 세종시의 폭탄이 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종의 상가 공실률은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도는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준공 후 5년 내내 공실인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최고 공실률의 가장 큰 이유는 수요를 넘는 과다공급이다.

최근 인구 30만 명을 넘어섰지만, 공급 물량을 소화할만한 상권을 형성할 배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마구 짓는 바람에 공급이 과잉된 된 탓이다. 도시계획 단계에서 수요와 상관없이 상업지구의 비중을 너무 많이 잡았다는 지적이다.

상권 형성할 배후 없이 마구잡이로 지어진 도시 흉물로 전락한 빈 상가

이밖에도 높은 분양가와 임대료 역시 상가 공실을 높이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분양가와 마찬가지로 임대료 역시 서울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임대료가 낮아지며 심지어 임대 처음 몇 달간 공짜로 점포를 빌려주는 ‘렌트 프리’ 조건을 내건 상가 건물까지 등장했으나 상가 공실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당장 뾰족한 수도 없어 보인다. 과잉 공급이 주원인인데다 현실적으로 세종시 인구를 인위적으로 갑자기 늘릴 수도 없다. 더구나 경기가 좋아지는 상황도 아니다 보니 속수무책인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세종시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달 말 쯤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식 발표를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일단 현재 고려 중인 대책으로는 앞으로 짓는 건물에선 상가의 비중을 줄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초창기 높은 분양가 임대료도 상가 공실에 한 몫, 당분간 반전 어려워

이어 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기능 유치 확대도 하나의 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공실이 많은 쪽에 소규모의 연구기관과 부설기관 등과 같은 공공업무시설을 배치함으로써 주변 상권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당국도 이 같은 안이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남아도는 상가 물량을 소화하기에는 배후 수요가 부족해 당분간 세종시 상권 형성은 어렵다는 진단을 하고 있다. 비관적으로 들리지만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상가 비중을 줄이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건물주들도 당연히 고액의 분양가나 임대료를 세종시 현실에 맞게 고려해야 한다.

이달 말 대책 제시, 상가 비중 줄이고 공공기능 유치, 실효성은 미지수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세종시 주민들의 인구 구성과 소비·생활 패턴에 대한 분석이 아닐까 싶다. 세종시는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다. 2012년 7월 세종시 출범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더 젊어지고 있다. 출산율도 전국에서 가장 높다.

개인 중심, 가족 중심,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을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층의 유입은 기존과 다른 소비패턴과 라이프 스타일로 새로운 도시문화를 만들어내며 도시 풍경을 바꾸고 있다. 무엇보다 세종시는 정부청사를 비롯해 공공기관 근무자들이 밀집해 있는 도시다.

퇴근 후 회식문화를 즐기는 대신 직장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 손을 잡고 퇴근하고,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석하거나 동네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아빠들 모습이 낯설지 않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한 손으로 유모차를 끄는 ‘세종 라떼파파’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이러한 분위기도 도시의 상권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은 도시 세종, 기존과 다른 소비·생활 패턴 새로운 도시 문화 만들어

주말이면 도시가 텅텅 비어 ‘유령도시’가 되고 상가가 파리를 날리는 이유가 세종시 공무원들이 주말이면 ‘서울’로 ‘탈출’하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상가공실 전국 최고의 주범은 세종시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본 욕심과 오판이 부른 ‘묻지 마’ 건설이 낳은 과다 공급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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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우혹 2019-06-17 11:28:10
세종시인구가 30만 넘었지만 사실은 조치원읍과 시골 면지역 거주민은 세종신도심 상권 과는 별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