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서 민주주의 역사 새로 만들어 가자
세종시에서 민주주의 역사 새로 만들어 가자
  • 김준식
  • 승인 2019.06.07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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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식칼럼] 주민대표성 갖지 못하는 자치위원회...동장 역할과 중복
공직자의 경험과 기술 부족, 주민들의 미흡한 자치 역량 등 보완해야

이춘희 세종시장은 ‘시민주권 세종특별자치시’라는 구호를 걸고 세종시에서 주민참여, 주민자치를 실행하기 위해 많은 정책을 만들고 실천해 가고 있다.  자치단체장이 이런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현재 세종시는 인구 33 만 명의 단층제 특별자치시이다. 그래서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윈회의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직접 실천해 볼 수 있는 좋은 여건이다. 세종시는 도시역사 7년째이고, 현인구의 3분의 2는 새로 유입된 주민들이다. 따라서 가소성이 매우 높은 도시이기에 새로운 실험도 가능하다. 

 세종시에는 2019년 10월 현재 19개 읍·면·동이 있다. 세종시의 읍·면·동 평균 인구는 약 2만 8천 명이다.  이는 우리나라 읍·면·동 평균인구 14,745 명의 두 배이고, 스위스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코뮌의 평균 인구 3,500 여명의 8배이다.

그림: 서울시 지역공동체 담당관 최순옥 원고

 세종시 주민자치 현황을 보면 2019년 6월 현재 부강면 1개의 주민자치회와 나머지 주민자치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각 읍·면·동 단위 주민자치위원회는 동정 자문위원회 정도의 성격이 강하며 체육회, 사회보장협의회, 자율방법대 등 자생단체와 비슷한 봉사단체의 성격을 갖고 있다. 현재 읍·면·동 단위의 주민자치위원회가 명실 공히 주민들의 대표 기관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는 요인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들의 대표성을 갖지 못한다. 면 단위 주민자치위원들은 대개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 이장들로 구성되어 있어 어느 정도 대표성을 갖고 있으나 동 단위 주민자치위원들은 자원자들 중에 동장이 구성하는 주민자치위원 선정위원회가 뽑기 때문에 주민들의 대표성이 약하다.

 이는 동 주민들을 대표해야 할 주민자치위원들의 선임 과정이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민주적 절차에 의해 진행되는 한 개의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 선출과정만도 못한 것이다. 

  둘째 동장의 업무와 주민자치위원회의 역할이 중복되어 있다.  조례상 주민자치위원회의 역할은 1. 주민의 복리증진과 지역공동체 형성 촉진 2. 주민 참여의 보장 및 자치활동의 진흥 3. 읍ㆍ면ㆍ동별 자율적인 운영 등이므로 기존의 읍·면·동장의 역할과 중복 된다. 

그래서 주민자치위원들의 역할은 동장의 자문 내지는 동장이 계획한 사업들에 동원되는 봉사단체 수준이다.  이는 주민자치회를 읍·면·동 단위 주민주축 조직으로 하고 기존 주민참여예산위원회의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세종시 주민자치정책과도 맞지 않는다.    

  셋째 주민자치위원들의 임기가 너무 짧다. 주민자치위원들의 임기가 2년으로 되어 있고 위원장은 한번만 연임이 가능하여 위원들이 일을 배우고 익힐만하면 임기가 끝난다.  따라서 주민자치 역량이 성숙할 틈이 없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장 임기가 4년, 3회 12년간 연임할 수 있고 지방의원들은 임기 4년에 연임 제한 규정이 없는 것과 크게 대조된다고 할 수 있다.

  넷째는 지방자치단체 공직자들이 민주주의와 주민자치에 대한 경험과 기술이 부족하다. 사실 지난 여러 정부들에게서 민주주의를 보다 성숙시키고 국가발전과 지방발전을 위해 지방자치, 주민자치를 중요시 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방자치단체 공직자들은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해 달라는 요구만 있었을 뿐 정작 자신들의 권한을 풀뿌리 주민들에게 배분해 주는 데에는 소홀했다.  그리고 지방정치와 행정을 민주주의 방식으로 운영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

세종시가 주민주권 특별자치시를 표방하지만 완성이 되기까지에는 가야 할 길이 멀다.
세종시가 주민주권 특별자치시를 표방하지만 완성이 되기까지에는 가야 할 길이 멀다.

다섯째 주민들의 주민자치 역량이 부족하다.  관치행정에 익숙해 온 주민들은 스스로 지역의제(local Agenda)들을 발굴해 내고 그 의제들을 추진해 나가 본 경험이 거의 없다. 더구나 주민자치위원들은 주민들의 의견들을 모아 그 의견들을 마을 정책으로 만들어 가는 주민여론조사, 주민 토론, 회의, 숙의 과정, 정책수립 등에 대한 경험과 기술이 부족하다. 

그리고 이들을 지원해 줄 전문가들도 각자 자기분야 지식을 단편적으로 조언해줄 뿐 종합행정인 지방자치행정의 영역들 즉 정치, 행정, 지역경제, 교육, 지역문화, 도시계획, 환경, 복지, 주거 등등의 분야에 대한 조언과 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세종시는 민, 관 각자의 영역에서 상기와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세종시가 지방자치, 주민자치의 모범도시로 가기 위한 세심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는 민주당이 집권한 세종시에서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써 나가는 길이기도 하다.    

김준식 세종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 행정수도완성 세종시민대책위원회 상임대표, 세종 매니페스토 네트워크 자문위원, 다문화사회 이해 강사, 아시안 프렌즈 이사, 한국외국어대학 경제학과,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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