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만 터지면 '사회와의 격리', 최선일까
사건만 터지면 '사회와의 격리', 최선일까
  • 강수인
  • 승인 2019.05.31 08: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수인칼럼] 손쉬운 해결방법 뒤에 남는 낙인(烙印)의 어두운 그림자

사람 사는 세상에 크고 작은 일들이야 늘 생기는 게지만 요즘같이 신문 사회면을 장식할 만한 일들이 연이어 터지는 것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참 걱정이다.

그중에서 진주방화 살인사건은 지금도 몸서리가 처질만큼 끔찍한 사건이었다. 지난 4월 17일 경남 진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남성이 자신의 집에 방화한 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수많은 인명피해를 입힌 사건이었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이다 보니 연일 언론의 집중 보도가 이어졌고 경찰관계자의 문책과 조현병 환자에 대한 격리방안 등이 해결책으로 나왔다. 필자는 범죄전문가도 의학전문가도 아니지만 늘 큰 사건사고 이후의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이 문제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어 안타까웠다.

해법은 문제의 원인자에 집중되었고 원인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손쉬운 방법에 초점을 두었다. 이렇게 해서 조현병 환자로 인한 사회적 불안이 해소되고 앞으로 유사사고의 발생도 예방할 수 있다면 처방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당장은 언론이나 유가족의 관심이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우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이것은 조현병 환자 모두를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하는 조치로 이들을 사회적 외톨이로 몰아가는 것이다. 외톨이로 몰아가는 사회적 처방의 결과는 그동안 학교에서의 왕따 문제를 겪으면서 이미 경험한 사례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더 키우는 것이다.

수많은 강력사건이 터지면 사회로 부터 격리하는 방법을 우선하지만 결코 바람직한 처방을 아니다. 사진은 영화 '범죄도시' 한 장면
수많은 강력사건이 터지면 사회로 부터 격리하는 방법을 우선하지만 결코 바람직한 처방을 아니다. 사진은 영화 '범죄도시' 한 장면

조현병을 비롯해서 많은 사회문제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의 인식과 연관된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조현병 환자를 향한 악플은 심해지고 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그 당사자들과 가족에게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는 것이다. 어떻게 또 다른 사건을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겠는가.

2016년 9월 강제입원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로 시작된 환자의 인권문제에 대한 논의는 2017년 5월 정신건강복지법의 개정으로 정리되었다. 여기에는 인권 보장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절차와 요건을 담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한 조치는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오히려 사회적 편견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남의 과오에 대해 너무나 날선 잣대를 들이대 낙인찍기를 계속한다면 건강한 관계로 회복될 수 있는 길을 아예 차단시켜 버린다.

결과는 다수가 정답인 사회,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는 사회, 사회적 약자가 배척되고 소외되는 사회로 귀결된다. 그러나 왕따도, 사회적 외톨이도, 장애인도, 힘없는 노약자도 다 우리 이웃이고 가족이다. 누구나에게 닥칠 수 있는 상황이며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이제는 편견이 아니라 배려와 공감이 절실한 시간이다. 진솔한 대화와 이해, 약점을 들추기보다 장점을 칭찬하는 모습 등 그동안 서툴렀던 부분을 배워야 한다. 이 사회를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넉넉한 잣대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대화법을 배워야 한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신경을 많이 썼던 일이 있다. 누구나 성장과정에서 거짓말을 하거나 물건을 훔치는 등의 잘못을 할 수 있다. 그럴 때에는 한두 번 쯤 모른 척 하고 기다려 보았다.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은 꽤나 인내가 필요했다.

그런 시간이 답답하지만 나 또한 성장하면서 겪은 과정이기에 자존심 상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고 다듬어져야 자신을 올바른 방향으로 끊임없이 관리할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감기와 같이 슬며시 오는 가벼운 우울증부터 뜻하지 않은 치매까지 누구나에게 올 수 있는 마음의 병이 있다. 거기에 더하여 잘못된 사회적 편견과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 분노라는 마음의 병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이들을 사회에서 가두고 낙인찍는 식의 격리는 더욱더 사회를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는 일이 될 것이다.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려면 분노라는 부정적 감정을 함께 해소하고 돌아올 길을 항상 열어 두어야 한다. 그렇게 따뜻한 사회 환경이 조성될 때 다른 누군가가 나에게도 그 길을 열어주지 않을까.

 

강수인, 대전 출생, 대전여고, 충남대(식품영양학과) 졸업, 우송대 Culinary MBA 석사, 우송대 외식산업최고경영자과정 수료, 바리스타 1급, 침례신학대 영양사, 대전보건대, 우송대 외식조리학부 초빙교수,이메일 : eskang21@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