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세종집무실’..가야할 길, 아직은 멀다
‘대통령 세종집무실’..가야할 길, 아직은 멀다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19.05.20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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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칼럼] 기대 못 미친 청와대 국민청원, 내년 총선 중요성 더 커지다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 과연 실현될 것인지 불안감 스멀스멀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올 연초만 해도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될 줄 알았다. 비록 청와대 집무실을 세종에 두는 것이 여러 이유들로 쉽지는 않겠지만 무난하게 진행되지 않을까 했던 예상은 아마도 그렇게 되기를 바랐던 희망이 컸기 때문이지 싶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청와대 개방과 집무실 광화문 이전”이 장기과제로 미뤄져 사실상 무산된 것도 세종 청와대 집무실 설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인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에는 청와대 세종 집무실 설치가 과연 실현 될 것인지 싶은 우려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마무리된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 청와대 국민청원을 보며 드는 불안감이다.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 청와대 국민청원 보며 드는 불안감

지난달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청원은 한 달 동안 1만 3812명이 동참했다. 애초 사회적 이목을 달구는 핫 이슈가 아닌 행정 분야 청원이어서 청와대가 답변을 해야 하는 20만 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치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7% 수준에 그친 점은 아쉬움을 넘어 불길한 생각까지 자아낸다.

무엇보다 세종시 출범과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오랜 시간 반대와 방해와 맞서며 싸워왔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수많은 이들의 열의와 노고가 기대만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 같아 목에 가시처럼 못내 찜찜하다.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 국민청원 시민추진단’은 ‘행정수도 완성 세종시민대책위원’를 중심으로 436개 단체와 개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지역사회 역량을 총 결집한 역대 최대 규모의 민간단체가 조직적으로 참여한 운동이었다.

수많은 이들의 노고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목에 가시처럼 못내 찜찜

결과가 국민청원운동의 정당성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세종 청와대 집무실 설치가 국민청원으로 이뤄질 사안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관심이 이토록 저조한 것은 너무 뜻밖이다. 전국적인 관심은 고사하고 지역적 이슈에 비교적 민감한 세종시민들조차 적극적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다소 충격적이기 조차 하다.

시민추진단은 대규모 시민추진단을 모집하고 청와대와 광화문 앞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고, 역과 터미널 등 주요 거점에 부스를 설치해 국민청원 독려에 나섰으며 어린이날 행사나 각종 축제에서도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을 펼쳤다.

세종의회 행정수도완성 특별위원회는 국회 앞 광장에서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를 촉구하기도 했으나 대다수 국민들과 전국 언론의 관심을 끄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공론화 시도 충분히 평가, 국민적 관심과 전국적 이슈화는 역부족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해서 세종 청와대 집무실 청원운동 자체가 실패로 규정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기는 하다. 자발적으로 조직된 시민의 힘으로 지역의 역량을 결집하고 전국적인 의제를 만들어내 공론화를 시도한 것은 충분히 평가받을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세종집무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사진은 KTV 화면 캡처
문재인 대통령의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세종집무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사진은 KTV 화면 캡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측면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물론 청원 내용이 대중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이끌어낼 사안은 아니다. 또 패스트트랙 지정 문제로 여야가 극렬하게 대치하는 바람에 다른 정치적 이슈들을 블랙홀처럼 집어삼킨 점을 백번 감안한다 해도 기대보다 훨씬 저조한 관심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가장 분명하고 뼈아픈 사실은 이유가 무엇이든 대통령 세종 집무실 설치 청원이 전국적인 쟁점 현안으로 부각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대로 지역적 의제로 축소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드는 이유다. 넘어야 할 단단한 벽이다.

호락호락 하지 않은 전국적인 여론 설득과 연대 필요성 확인

국민청원은 충청권의 공조 속에 충청권 여론을 환기시키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전국적인 여론 형성과 연대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게 하는 계기가 됐다. 청와대를 세종으로 완전히 이전하는 것도 아니고 제2 집무실을 두자는 것인데도 여론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이다.

국민청원은 이 점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더불어 도처에 도사린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을 반대하는 세력이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정치적 뒷받침 없이 시민들의 염원과 힘만으로 세종시 완성을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정치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시민의 힘이다. 내년 총선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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