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3년째 교감이란 직책을 수행하게 된다. 발령 전에 있었던 여러 종류의 연수는 단위학교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보다는 교감의 직책을 수행하는데 있어 필요한 업무 위주가 대부분이었다. 지난 2년 동안 교감을 경험하면서 나름 성과와 아쉬움이 있었고 이런 것들에서 얻은 평가와 교훈은 전동초등학교의 학교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마중물이 되고 있다.
지난해 2018년 세종자치학교 운영은 교원의 행정업무 처리 방법에 변화를 가져왔다. 교무실에서 처리되었던 교사의 행정 업무의 총량을 줄여보자는 목표를 설정해놓고 다양한 방법을 찾아 실행에 옮겼다.
우선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하여 관리자, 교사, 학생, 학부모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소통의 기회를 상시화 하였고 그 속에서 오고갔던 의견 중 합의를 이끌어낸 결과는 모두가 느낄 수 있도록 가시화하는데 노력하였다.
나의 생각과 의견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전동교육 구성원은 교육활동 참여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교사를 힘들게 하는 행정업무를 결재 단계 축소, 기획서 작성의 간소화, 교원업무지원팀의 행정지원 강화 등을 실시하여 내부생산문서를 줄여갔다.
비슷한 규모의 주변 학교와 공문서 양을 비교해보았고 그 결과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물론 공공기관의 감사라는 제도의 틀 안에서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 추진한 결과였다.
학생은 학생회를 통해 모아진 의견이 교육과정 운영에 반영되는 모습에서 적극적인 참여 활동을 전개하였고 그 결과 2017년과 2018년 세종학생자치 우수교로 선정되어 2년 연속 표창과 포상금을 받았다.
행정업무 축소와 학교 문화의 변화는 선생님이 수업 시간을 더 알차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학생은 다양한 방법으로 즐겁게 배움을 알아갔으며 학부모는 학교에 대한 강한 신뢰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항상 자녀들에게 일상의 바쁨으로 미안함이 가득했던 아빠들의 교육활동 참여가 점점 늘어나는 긍정적인 현상이 일어났다. 전동초의 이런 변화에는 소통과 공감이라는 것이 제 역할을 하면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가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행복으로 학교를 오면 얼마나 좋을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내가 담임이었을 때는 이런 착각 속에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교감 자리에서 되돌아보면 그렇게 좋았던 담임은 아니었던 것 같다.
특히 어떤 일로 인해 교장실과 교무실에서 회의가 끝나고 교실에 들어서면 아이들에게 짜증도 내고, 화를 낸 적이 많았던 거 같았다. ‘왜 그랬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항상 그런 장면에는 특별한 것보다는 관리자의 영향이 나의 머리와 가슴에서 말과 표정으로 발현되어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있었던 것이다.
출근길에 부담을 주지 않는 관리자,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미치지 않도록 하는 관리자로 선생님을 믿고 지원해보자라는 약속이 생겨났고 언제부터인가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가끔 선생님들의 여러 사정으로 인해 아이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바로 보결수업이다. 보결수업을 한 날은 유독 점심 먹는 밥의 양이 많다. 평소 교무실에서 업무처리를 하는 날보다 1.5배는 더 먹는 거 같다.
“교감선생님, 오늘은 좀 많이 드시네요?”하는 조리사님의 말을 듣고 생각하다가 내린 결론은 ‘선생님들이 수업으로 소비하는 에너지가 많구나!’라는 것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깨닫지 못한 사실을 교감이 되어서 ‘수업은 밥심으로 하는구나!’를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스승의 날이라도 선생님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하기로 하였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학급별 1시간씩 수업 지원과 학생 다모임을 열어 선생님을 위한 감사 편지를 쓰고 감사의 마음을 담아 만든 상장을 드리는 등의 행사를 추진하였다.
선생님 모르게 학생회와 준비한 이벤트라 강당에 모인 선생님들은 너무 놀라며 함박웃음으로 행복함을 보여주었다. 이어서 생애 첫 번째로 스승의 날을 맞이한 신규선생님께 축하 꽃다발을 드렸는데 ‘절대 잊지 않고 건강한 교사로 잘 살아가겠다’ 며 행복한 소감을 전하는 선생님도 있었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에게 아이들이 감사의 상장을 만들어 전달하는 시간이 지나고 교무실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5학년 여자 아이 둘이서 “교감선생님 이거 받으세요!”하고 연습장으로 만든 무언가를 A4 비닐 용지에 넣어 전해주었다.
‘수고상’ 이라고 적혀있는 감사의 상장이었다. 교감만 상장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이들 마음에 걸렸는지 둘이서 쉬는 시간에 만들었다며 전해주었다.
스프링 제본 종이를 찢어서 만들어 한쪽 모서리가 좀 너덜너덜하게 정리가 안 된 상장이었지만 ‘항상 수고하시고 저희를 위해 애써주셔서 상장을 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보고나니 너무 감사하고 고마웠다. 지금도 눈에 잘 보이는데 곳에 놓고 항상 수고하라는 지침으로 알고 잘 모셔두고 있다.
작년 세종자치학교 운영에 이어 전동초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4년 동안 세종혁신학교를 운영한다. 세종혁신학교의 행복한 1년차를 준비하면서 선생님들의 한해살이 학급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지난주에 있었다. A4용지 1~2장으로 선생님들은 각자 학급의 한해살이의 이야기를 발표하였다. 서로에게 격려와 칭찬이 오갔던 그 자리를 함께하면서 ‘선생님이 행복하면 우리 학교는 올해도 행복하겠구나’하는 혼잣말의 주문을 하면서 올 한해도 선생님들의 교육활동 지원에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하였다.
학생과 선생님들 모두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