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중앙공원 '누더기 공원' 전락? 도입시설 촉각
세종시 중앙공원 '누더기 공원' 전락? 도입시설 촉각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05.13 18: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일 시민참여 도입시설 '논의의 장', 2단계 마스터플랜(안) 의견 청취
실내 놀이터, 반려견 놀이터, 정원형 캠핑장, 임대텃밭 등 시설 '찬반 팽팽'
중앙녹지공간 큰 틀 방향성 고민 없이, 도입시설 인기투표 식 검토 비판도
세종시 중앙공원 1, 2단계 마스터플랜(안), 자료=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중앙공원 2단계 도입시설 구상안이 하나둘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만, 특정 시설물에 대해선 찬반양론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어 관계기관의 최종 결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공원이 지향하는 큰 틀의 방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도입시설을 인기투표 식으로 검토하는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시민 모두가 향유해야 할 랜드마크 중앙공원이 자칫 '누더기 공원'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다.

중앙공원 2단계 민관협의체 ‘시민참여 도입시설 논의의 장’ 주목 

중앙공원 2단계 민관협의체는 지난 11일 새롬동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시민참여 도입시설 논의의 장’을 개최하고 도입시설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중앙녹지공간의 핵심으로 기대를 모으는 중앙공원(S-1생활권, 140만㎡)은 금개구리 보전구역 논란으로 1단계(51만8050㎡)와 2단계(88만5980㎡)로 구분되어 추진되고 있다.

중앙공원 2단계 민관협의체는 지난 11일 새롬동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시민참여 도입시설 논의의 장’을 개최했다.

지난 2017년 3월 착공해 2020년 개장을 앞두고 있는 1단계와는 달리, 2단계는 지난해 8월에서야 최종안 발표와 함께 세부 시설물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공개된 2단계 마스터플랜(안)은 지난해 최종안의 골격과 유사하다.

이용과 보전이 조화를 이루는 생산․체험․예술․경관․문화활동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개념의 도시공원이라는 밑그림을 토대로, 크게 ▲오색경관숲(6만3천㎡) ▲도시축제정원(11만4천㎡) ▲둠벙생태원(4만㎡) ▲자연예술숲(7만8천㎡) ▲자연초지원(11만㎡) ▲도시생태숲(13만9천㎡) ▲공생의뜰(21만㎡) ▲걷고싶은거리(13만2천㎡) 등으로 구분된다.

세종시 중앙공원 2단계 마스터플랜(안), 자료=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최종안 발표 이후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논란이 되어 왔던 '공생의뜰'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의 세부 도입 시설물들을 논의해 왔다.

이날 회의는 민관협의체의 자체적인 의사 결정만으로는 합의점을 찾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시민들의 폭넓은 토론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마련됐다.

뜨거운 감자 된 쟁점 시설물, 도입 여부 촉각

쟁점이 된 시설물은 ▲실내놀이터 ▲반려견 놀이터 ▲정원형 캠핑장 ▲임대 텃밭 등 4가지였다.

먼저 실내놀이터(1,320㎡, 약400평)에 대해선 찬반의견이 엇비슷했다.

이 시설은 오색경관숲과 도시축제정원 사이 어린이박물관(2023년 개관, 국립박물관단지 내) 우측에 설치가 검토되고 있다. 세종시의 선호도 조사결과 상위권에 들었던 시설로, 민관협의체에서도 필요성이 논의됐고 세종시(아동청소년과) 역시 일정 규격의 실내놀이터 반영을 요청한 상태다.

실내놀이터 반영안, 자료=LH제공
실내놀이터 도입이 보류될 경우 ‘옥외놀이터’로 특화, 대체될 전망이다. 자료=LH제공

실내놀이터는 어린이박물관과 옥외 어린이 테마놀이터(8680㎡, 약2630평)와 연계해 조성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조성비는 약 50억원, 운영비로는 연간 5억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형 놀이터인 ‘서리풀 노리학교’(서울시 서초구)·‘숨쉬는 놀이터’(경기도 시흥시)·‘광장놀이터’(인천시 연수구)·‘춘천 꿈자람어린이공원’(춘천시)·‘놀토피아’(완주군) 등 다양한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찬성 측은 어린이박물관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고, 아이들의 보육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입장이다. 반면, 조성비는 물론 유지관리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향후 재정에 악영향을 끼치는 데다, 공원이 자연을 만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찮았다.

만약 도입이 보류될 경우 실내놀이터는 ‘옥외놀이터’로 특화, 대체될 전망이다. 어린이박물관과 연계해 행복도시를 대표하는 놀이 활동 위주의 대규모 야외놀이터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어떠한 시설로 결정 나든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려견 놀이터 반영안, 자료=LH제공
반려견 놀이터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대체 시설로는 '숲모험시설'(포레스트 어드벤처, 1만 3900㎡)을 조성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대신 반려견놀이터는 고운동(1-1생활권) 밝은뜰 근린공원 내 일부구간(약 3000㎡)을 리모델링해 조성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자료=LH제공

문제는 ‘반려견 놀이터’, ‘정원형 캠핑장’, ‘임대 텃밭’ 등 나머지 세 가지 시설이었다. 이들 시설은 선호도 조사결과에선 상위권에 올랐지만, 특정계층만 이용할 수 있는데다 전체 시민이 향유하기에는 제약이 따른다는 점에서 반발 여론이 컸다.

상당수 시민들은 공원이 지향하는 큰 틀의 방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도입시설을 시민 인기투표로 검토하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시민 모두가 이용해야 할 쉼터가 자칫 '누더기 공원'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다.

특히 ‘반려견 놀이터’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도시휴양센터와 인접한 도시생태숲 내 3000㎡(약900평)에 검토되고 있는 반려견 놀이터는 일반 공원 이용객들에게 악취, 위협, 소음, 주차 등 불편을 끼칠 우려가 크게 부각됐다. 무엇보다도 최근 반려견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으면서, 반려견 동반 이용자와 일반 공원 이용자 간 마찰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우세했다.

반면, 인간과 반려견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환경을 위해 필요하다는 찬성 측의 의견도 일부 있었다.

반려견 놀이터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대체 시설로는 '숲모험시설'(포레스트 어드벤처, 1만 3900㎡)을 조성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대신 반려견놀이터는 고운동(1-1생활권) 밝은뜰 근린공원 내 일부구간(약 3000㎡)을 리모델링해 조성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구상되고 있다.

글램핑장 반영안, 자료=LH제공
글램핑장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2만㎡ 규모의 ‘숲속 피크닉장’이 대체시설로 제시됐다. 자료=LH제공

‘글램핑장’ 역시 뜨거운 감자가 됐다.

글램핑장은 도시휴양센터와 국립세종수목원 인접지 2만 600㎡ 부지에 여가지원센터와 숲속 글램핑하우스(30동 이내) 등이 검토되고 있다.

반대 측은 소수만이 독점 이용하는 장소 전락과 함께 냄새, 소음 등 일반공원 이용객들의 불편사항 등을 이유로 들었고, 찬성 측은 자연과 함께 쉴 수 있는 도심 내 휴양시설을 공공에서 제공해 달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글램핑장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2만㎡ 규모의 ‘숲속 피크닉장’이 대체시설로 제시됐다.

텃밭정원 반영안, 자료=LH제공
텃밭정원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자연초지원'과 '체험마당'이 확장될 예정이다. 자료=LH제공

‘텃밭정원’ 역시 반대 의견이 만만찮았다.

중앙공원 내 도시농업+에코센터 인접지에 검토되고 있는 텃밭정원(5400㎡)은 중앙공원 국제설계공모(2007년8월) 당선작에서 제시되어 최종안에까지 반영된 시설이다. 공생의 뜰과 연계해 도시농업과 텃밭일 등 공원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으로 제안됐다. 3.3㎡당 연간 2만원의 임대료를 받고 운영하고, 매 1년 단위로 계약갱신과 재계약이 이뤄지는 방식이 구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설 역시 일부 계층의 독점 이용과 경관불량, 냄새 등의 문제가 부각되면서 반대 의견이 컸다. 일부에선 도심 내에 접근성 있는 텃밭정원 필요성을 제기하며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텃밭정원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자연초지원'과 '체험마당'이 확장될 예정이다.

시민 인기투표로 공원 주요 시설물 검토? 비판도

이날 논의된 2단계 도입시설물은 세종시가 지난해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검토되고 있다. 당시 제안된 145건 시설(1차 투표)에 대해 1524명이 참여한 선호도 조사(2차 투표) 결과를 토대로 했다.

하지만 공원이 추구하는 큰 틀의 방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시민들의 인기투표로 공원의 주요 시설물들을 결정짓는 데에 대한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2단계 도입시설물은 세종시가 지난해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검토되고 있다. 자료=LH제공

실제로 이날 한 시민은 "공원에 너무 이것저것을 많이 집어넣는 것 같다"며 "반려견 놀이터를 만들면 공원이 ‘개판’으로 변해버릴 것이다. 또 세종시 곳곳에 캠핑장이 있고, 주말농장(텃밭정원)이 있는데 이러한 시설을 꼭 중앙공원에 만들어야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원은 주민들이 쉼터로 활용하고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시설로 만들어 달라"고도 했다.

회의에 참석한 최정수 세종시아파트입주자연합회장은 "여러 가지 시설들이 제안됐지만 무언가 시설물을 건축하는 것보다는 자연 그대로 살리는 방안을 찾아 달라"고 당부했다.

김범수 민관협의체 시민위원장은 "이날 논의의 장은 결정을 위한 자리가 아닌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과 조언을 듣는 자리"라며 "중앙공원에 대한 사회적대통합 합의체를 행복청과 세종시 주도로 마련해 줄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어떠한 시설이 최종 낙점되느냐에 따라 공원의 지향점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어 관계기관의 최종 결정에 이목이 쏠린다.

한편, 행복청과 LH는 이날 논의의장을 토대로 민관협의체 회의를 거쳐 2단계 마스터플랜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이후 환경영향평가 변경협의(환경부)와 실시설계를 거쳐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