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청 앞 박근혜 표지석 '수모', 또다시 날벼락
세종시청 앞 박근혜 표지석 '수모', 또다시 날벼락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05.01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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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민 김모씨, 박근혜 표지석 철거 요구하며 항의 퍼포먼스 벌여
붉은색 페인트 끼얹어 "촛불혁명 탄핵 당한 사람 표지석 용납 못해"
세종시에 거주하는 한 시민이 세종시청 앞 설치된 박근혜 대통령 표지석에 붉은색 페인트를 끼얹으며 철거를 주장했다.

세종시청에 앞에 설치된 박근혜 대통령의 친필 휘호 ‘세종특별자치시청 표지석’이 또 다시 날벼락을 맞았다. 붉은색 페인트를 흠뻑 뒤집어 쓰며 흉물스럽게 변해버렸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1일 오전 10시경 시청 앞에서 박근혜 표지석 철거를 주장하며 붉은색 페인트를 끼얹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연기군 시절부터 세종에 살고 있는 20대 청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모씨는 이날 미리 준비한 페인트를 표지석에 뿌리면서 "표지석을 박근혜 정권의 적폐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그 흔적을 지우기 위한 퍼포먼스를 벌인다"고 밝혔다.

김씨는 '세종시민께 올리는 글'이란 성명서를 낭독하며 표지석 철거를 촉구했다.

그는 "세종시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과 정치 철학이 집약되어 있는 도시"라며 "이러한 세종시에 촛불혁명으로 국민들에게 탄핵 당해 쫓겨난 사람의 친필 표지석을 상징처럼 당당하게 세워두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연기군 시절부터 세종에 살고 있는 20대 청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모씨가 페인트를 표지석에 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모습

특히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의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 사람이 박근혜"라며 "숨어있는 흔적이라도 찾아 지워야 하는데 임기도 마치지 못한 탄핵당한 사람의 표지석을 상징으로 세워두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세종시청에 시민을 대신해 묻는다"며 "뜨거운 피를 가진 젊은 청년으로서 표지석을 조속한 시일 내에 철거해줄 것을 엄중하게 요구한다. 이는 바로 정의실현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퍼포먼스를 끝낸 뒤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세상' 노래를 부르면서 성명서를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세종시 측은 갑작스런 봉변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청사관리 공무원들은 "표지석을 원상복구하려 했지만 페인트가 이미 돌에 흡착된 뒤여서 손쓸 도리가 없었다"며 "표지석 훼손에 대해 경찰에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세종시청 표지석은 가로 4.15m, 세로 1.8m, 두께 70cm 크기로 좌대석 위에 올려진 삼각형 모양으로 지난 2015년 7월 16일 세종시청 개청과 함께 제막식을 가졌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일정상 세종시청 개청 행사에 참석하지 못해 친필 휘호를 내려 보내 개청을 축하해 주었다. 세종시는 휘호를 2천여만원을 들어 보령 오석을 사용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청 측은 표지석 훼손에 대해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표지석 철거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근혜 탄핵정국이 한참 끊어 오르던 당시에도 표지석을 없애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는 지난 2016년 11월 14일 "국민으로부터 탄핵받은 대통령으로 민주주의와 헌법을 유린한 박근혜 대통령의 휘호가 세종시를 대표하는 표지석에 새겨져 있다는 것은 수치이자 모욕"이라며 철거를 촉구한 바 있다. "표지석이 세종시에 존속하는 것은 세종시의 명예와 권위를 실추시키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그해 11월 22일에는 3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박근혜 정권 퇴진 세종비상국민행동본부'가 표지석 철거운동을 벌였다.

당시 세종비상국민행동본부는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등과 공모해 국민이 위임한 권리를 사적으로 악용한 중대 범죄를 자행했다"며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고, 표지석을 무너뜨리는 철거 퍼포먼스를 벌였다. 표지석에는 시민계고장과 함께 퇴진을 촉구하는 종이 메모장이 덕지덕지 붙여지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 뒤인 2017년 세종시민단체 회원들이 표지석 철거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모습

이후 대통령 탄핵 결정 뒤인 2017년에도 철거 여론이 지속됐다. 박 전 대통령 휘호가 세종시를 대표하는 표지석에 담겨 존치되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이 컸기 때문이다.

표지석 철거에 대한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일각에선 "대통령이 파면된 것도 대한민국의 역사인 만큼 표지석 역시 기록물로서 가치가 있어 그대로 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세종시는 철거 여부를 고민하다가 지난해 초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보여준다는 측면도 있어 그대로 두기로 했다"며 존치를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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