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 맞은 후배, 구순 선배에게 "건강하게 오래 사십시오"
미수 맞은 후배, 구순 선배에게 "건강하게 오래 사십시오"
  • 신도성 기자
  • 승인 2019.04.12 09: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제] 선배존경, 후배사랑' 실천 목요언론인클럽...창립 38주년 기념식 및 기자상 시상
38년전 강제 해직기자 6명이 모인 게 모태...기자상, 초청토론회, 목요지 발간 등 활동 다양
올해 여든 여덟의 이민종 회원(사진 오른쪽)이 구순을 맞는 안영진 회원에게 '건강봉투' 전달 후 포옹을 하고 있다.

“선배님! 건강하게 오래 사십시오.”

팔순의 후배가 구순(九旬)맞은 선배에게 격려금을 전달하고 둘은 진한 포옹을 했다. 무려 30,40년 후배까지 참석한 회원들은 힘찬 박수로 두 사람의 건강을 기원했다.

11일 오전 11시 대전시 중구 계룡로 희영빌딩 10층 목요언론인클럽 사무실. 이날 목요언론인 클럽 창립 38주년을 맞아 기념식은 간단했지만 여운은 길게 남는 아름다운 장면이 만들어졌다.

약 50여명의 대전, 세종, 충남지역 전·현직 언론인들이 올해 1분기 ‘목요언론인상’ 시상식과 함께 ‘선배 존경, 후배 사랑’을 실천하는 자리를 마련, 참석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중앙일보 출신인 이민종 고문(88)은 구순을 맞은 안영진 전 대전일보 편집국장(중도일보 편집국장, 논설실장 등을 역임)에게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낸 회비로 마련된 ‘건강봉투’를 전달했다. 금액의 다과(多寡)에 상관없는 정성이 담긴 돈이었다.

안영진 회원은 노구(老軀)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목요언론인클럽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 후배들을 격려하는 열성 회원으로 “한 것도 없는 데 과분한 대우를 받는다”는 말로 자신을 낮추어왔다.

이날도 그는 “후배 분들이 보잘 것 없는 저를 이렇게 위로해주고 구순을 축하해줘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며 후배들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는 말과 함께 “고맙다, 고맙다”고 연거푸 인사를 했다.

이에 이민종 회원은 “잘 아시다시피 안영진 선배는 이 지역 언론계 대부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분”이라며 “모임에도 빠짐없이 나오시고 후배들을 아끼는 마음이 남다르다”라고 화답, 분위기를 따스하게 만들었다.

이날 여든 여덟의 선배는 또, 여든을 맞는 신한철(전 중도일보), 송인국(전 서울신문) 후배에게 곽영지 회장과 함께 '건강봉투'를 전달, 목요언론인클럽 만이 갖는 독특한 선·후배 사랑 문화를 실천하기도 했다.

지난 1980년 군부독재가 시작되면서 강제 해직된 언론인 6명이 대전역 앞 다방에 모이면서 목요언론인클럽은 만들어졌다. 사진은 기념사를 하고 있는 곽영지 회장

지난 1980년, 군부 독재가 시작되면서 어이없는 이유로 현직을 강제로 떠나게 된 김세영(조선일보), 유영건(한국일보), 박종훈(서울신문), 이동수(신아일보), 길쌍석(KBS), 윤충원(대전일보) 기자는 매일 오전 8시 대전역 앞 다방에 모였다.

처음으로 모이게 된 날이 바로 4월11일 목요일이었다. 아내에게 강제 퇴직을 얘기할 수 없었던 이들은 출·퇴근 시간에 맞춰 집을 오가면서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심정을 나눴다. 그게 38년 전이었고 목요언론인클럽 모임의 모태가 됐다.

‘목요회’로 지어진 이 모임은 그야말로 친목이 목적이었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이달의 기자상 제정, 목요언론 회지 발행, 지역인사 초청 토론회 개최 등 공적인 활동을 통해서 공식단체로 격상됐다.

곽영지 목요언론인클럽 회장은 “창립 당시 군부의 폭압에 맞선 클럽 선배님들의 업적을 오늘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 며“선 후배 회원들께서 정론직필의 정신을 받들어 지역 언론 창달에 앞장서자”고 기념사를 통해 특별히 당부했다.

기념식에 앞서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에서는 KBS 대전방송총국 황정환, 유민철 기자의 3.1운동 100주년 특집 ‘명예의 그늘’, 연합뉴스 한종구, 양영석, 김소연 기자의 ‘안전사각지대 방산업체 고발...한화공장 폭발사고 최초·연속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 이광축 TJB 대전방송 사장이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과 창립 38주년 기념식에 참석, 축사와 함께 선·후배 동료 언론인들에게 점심 식사를 제공했다.

올해 첫 이달의 기자상은 KBS 대전과 연합뉴스에게 수상의 영예가 돌아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