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특화도 좋지만 이건 좀..'따로국밥 행정' 눈총
놀이터 특화도 좋지만 이건 좀..'따로국밥 행정' 눈총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04.08 17: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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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청-세종시-시교육청..신개념 놀이터 따로따로 추진 '행정력 낭비 논란'
실적위주 주도권 다툼에 주민혼란 비판도, "협업 통해 조직 효율적 운영해야"
행복청이 지난해 개최한 어린이놀이터 디자이너 캠프 모습

"이번에도 또?"

아동친화도시 세종시에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놀이터 디자이너’ 편해문 씨다. 전남 순천 '기적의 놀이터'를 기획한 편 씨는 기존 정형화된 놀이터를 탈피해 창의성과 모험심을 기르는 특색 있는 놀이시설을 조성한 국내 어린이 놀이 분야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 경쟁도 치열하다.

세종시도 예외는 아니다.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주도하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어린이가 행복한 놀이터' 조성을 목표로 지난해 편해문씨를 총괄계획가로 모셔왔다. 그는 학부모, 교사, 어린이가 참여하는 자문단을 운영하고, 자문단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설계에 반영하는 등 공사 착공에서 준공까지 어린이놀이터 조성 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문제는 세종시 안에서 각 기관마다 동시에 어린이 놀이터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면서 행정력 낭비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행복청에서 최초 추진했던 사업을 세종시청이 뒤이어 따라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세종시교육청까지 가세하는 양상이다.

실제 세 기관이 추진하는 사업을 보면 프로젝트명만 다를 뿐 사업계획과 구상 등 추진과정이 판박이 수준이다.

행복청는 지난 2017년 9월 첫 계획을 발표한 후 ▲관계기관 실무 특별팀(T/F) 구성(2017년 11월)을 시작으로 ▲편해문 총괄계획가 위촉(2018년 1월) ▲어린이놀이터 시범사업 추진위원회 출범(4월) 등을 거쳐 올해 상반기 보람동에 첫 꿈의 놀이터를 준공할 계획이다.

세종시의 '모두의 놀이터'도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다. 이 사업은 이춘희 세종시장의 선거 공약으로 탄생했다. 행복청의 꿈의 놀이터 사업 구상이 나온 지 정확히 8개월여 만이다. 이후 ▲놀이터조성 추진위원회 출범(2018년 11월) ▲편해문 총괄기획가 위촉(11월) 등의 과정을 거쳤다.

세종시교육청의 '어린이놀이시설 재구조화 시범사업' 크게 다를 바 없다. 최교진 교육감의 공약사업 일환으로 세종시청의 발표가 나온 뒤 5개월여 만인 지난 4일 구상안을 발표했고, ▲어린이놀이시설 재구조화 시범사업 T/F팀 구성 ▲편해문 총괄기획가 위촉(2019년 4월) 등이 이어지고 있다.

편해문씨(사진 왼쪽에서 두번째)가 이춘희 세종시장과 이원재 행복청장, 최교진 교육감에게 위촉장을 받고 있는 모습

프로젝트명은 행복청은 '꿈의 놀이터', 세종시는 '모두의 놀이터', 세종시교육청은 '어린이놀이시설 재구조화 시범사업'으로 각각 명명됐다.

이름만 다를 뿐 세 기관의 로드맵이 사실상 대동소이한 셈이다. 특히 각 기관의 실무특별팀이나 추진위원회에는 행복청, 세종시, 시교육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 등이 공통으로 참여하고 있고, 사업을 총괄하는 책임자는 편해문씨로 동일하다.

놀이터 구상 과정도 큰 차이가 없다. 행복청과 세종시는 편해문씨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놀이터 디자인 캠프를 운영한 뒤, 어린이가 주축이 되는 디자인팀과 감리단을 운영해 어린이의 의견이 놀이터 설계에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교육청의 경우 편해문씨가 오는 10월까지 7개월여 기간 동안 학생, 학부모,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연수와 어린이 대상 놀이터 참여디자인 설계를 통해 시범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행정력 낭비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같은 사업을 두고 각 기관이 유기적인 공조 없이 제각각 사업을 벌이면서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선 공무원들만 속앓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비슷한 사업을 두고 각 기관마다 개최하는 세 차례의 회의에 동시에 참석할 처지여서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편해문씨 역시 세 군데의 책임자로 동시에 위촉되면서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계획도시인 세종시에서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절실한 대목이다.

각 기관도 할 말은 있다는 반응이다. 행복청은 '신도시 지역'의 공공놀이터만을, 세종시는 '읍면지역' 공공놀이터를, 교육청은 '학교' 놀이터만을 대상으로 해 차별점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시설을 두고 조직을 따로따로 운영하는 것에 대한 주민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하나의 조직 아래 각 파트별로 분과를 따로 구성하는 등 해결책은 얼마든 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세 기관에서 추진하는 사업을 보면 내용이 거의 판박이 수준"이라며 "각 기관마다 사업을 우후죽순 격으로 추진하다보니 행정력 낭비는 물론 주민 혼선도 커지고 있다"이라고 일갈했다.

정치권 관계자 역시 "계획도시인 행복도시 건설과정에서 행복청과 세종시, 교육청이 잘 협업한다면 행정의 효율성을 얼마든지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세 기관이 대승적으로 힘을 합해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모습이 아쉽기만 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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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19-04-08 22:59:20
편씨 저 사람이 더 문제인것 같네요
감투 참 좋아해요~
그리고, 세종시에는 무슨 총괄씨가 그리 많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