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스타일은 시대정신을 대변하죠"
"머리스타일은 시대정신을 대변하죠"
  • 황우진 기자
  • 승인 2019.04.10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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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가채머리 장인 손미경씨...신사임당 머리재현, "세종시 문화재 되고 싶어"
월자(月子)머리 장인, 1980년대 영화 '산딸기'·'뽕' 등 주인공 헤어스타일 도맡아
손미경관장이 조선시대 유행한 고전머리를 선보이며 가채고전머리 장인의 솜씨를 뽐내고 있다.

“내 머리를 잘라도 상투는 자를 수 없다”

일제 침략과 단발령에 항거했던 면암(勉庵) 최익현선생의 말이 아직도 우리의 의식 속에 생생이 남아있다.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고 머리에 관한 특별한 풍속이 있고, 특히 여인들의 머리에 대한 풍속과 스타일은 그 시대와 생활상을 대변한다.

“머리 결이 참 중요하지요. 여인들에게 머리는 마음이고 혼이 담겨있어요. 아주 옛날부터 그래요. 고구려 벽화에도 나타나있고 조선시대 민속화는 너무 잘 보여줘요.”

우리나라 전통머리에 대한 연구로 이름이 높은 손미경(57) 한국여인사박물관장을 지난 8일 오후 세종시 조치원읍 신안리 소재한 박물관장실에서 만났다. 우리나라 여인들의 머리 스타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가채머리 장인으로 성장한 과정을 듣고 싶었다. 손 관장은 5만원권 지폐 신사임당 가채머리를 재현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전통머리 장인은 충남 부여군 석성면이 고향으로 여고시절 ‘향장’이라는 잡지를 보고 머리미용에 빠졌다. '향장'은 당시 아모레 화장품으로 유명한 태평양 화학에서 만들어내는 사보(社報)였다.

“어린 시절 엄마가 쪽진 머리를 하고 옛날이야기를 해주던 모습이 오늘의 나를 만든 것 같아요. 고교시절 고전무용을 하면서 고 3때 미용학원에서 미용기술을 익혔어요. 졸업 후에 무작정 상경해서 충무로 연예인 전문미용실인 고운미용실에 취직했어요.”

손미경관장이 고전머리체험 학생들과 함께 세종대왕시대의 고전복식을 선보이 있다

80년대 영화 산딸기․ 변강쇠․ 뽕... 등에서 주인공 머리분장 도맡아

1979년 강경여고를 졸업한 후 막바로 상경, 당돌한 기백으로 당시 충무로에서 영화배우머리를 전문으로 하는 ‘고운미용실’ 문을 두드렸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시골여자아이가 당돌하게 일을 하고 싶다고 하는 소리를 어른들이 귀엽게 봐 주신 것 같아요”라며 당시를 회고했다. 그날부터 손씨의 충무로 첫 출근이 시작됐다.

“거기에서 배우 원미경씨를 만나 MBC 분장실 사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유명했던 산딸기, 변강쇠, 뽕 등 수 많은 작품들 주인공, 엑스트라 머리분장을 도맡아서 했지요.”

손씨는 아직도 당시의 ‘MBC사원증’을 가지고 있다. 결혼 후에는 MBC를 퇴사하고 ‘삼화프로덕션’에서 프리덴서로 KBS, MBC, SBS, 영화 등에서 머리분장 일을 맡았다. 그는 특유의 입담으로 영화, 방송가의 뒷이야기를 계속했다.

“1988년도에는 은평구 신사동에 ‘각시와 신랑’이라는 첫 미용실을 냈어요. 이때는 남북문화교류가 있어서 저는 북한공연 예술단 일원이 되었는데 북한에서 생방송을 거부하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어요.”

손 관장은 영화나 방송일을 하면서 머리에 관한 교과서나 지침서 같은 것이 전혀 없어 스스로 자신이 찾아서 연구하고 재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고구려 벽화그림이나 고려, 조선시대 그림에 나타나 있는 여인들의 머리스타일을 연구하면서 이렇게 수집한 자료를 모아 2004년 5월 책으로 출판하기에 이른다.

“그 책이 바로 한국연인의 발(髮)자취라는 책이어요. 이 책은 우리나라 여인들의 고전머리스타일에 관한 최초의 책 입니다. 지금도 대학교 교재로 사용하고 있고, 82만 미용인이 거의 다 보았을 것 같아요. 저는 이 책에 자부심을 느껴요.” 이후로도 손관장은 계속 집필을 하여 두 번째 저서 ‘고전머리 따라하기’... 2012년 9번째 저서 ‘고전머리 속으로’까지 출판했다.

또한 2007년부터 청와대 사랑채에서 13회에 걸쳐 ‘가채머리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열고 1일 최다 3만5천명의 관람객이 방문하여 청와대로부터 감사인사를 받았다.

오만원권 지폐 신사임당 가채머리 탄생 실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모델 화폐, 손미경관장이 재현한 신사임당 가채머리다.

우리나라 화폐 중에 가장 고액권인 5만원 지폐에는 조선시대 여류시인인 신사임당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한국조폐공사는 오만원 신권화폐에 들어갈 신사임당 고전머리 복원을 위해 한국고전머리협회 회장인 손미경씨에게 재현을 의뢰했다.

“당시 저는 이화여대병원에서 뇌종양 수술이 예약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오만원권 화폐제작을 위해 고전머리 재현을 의뢰받고 수술도 미룬 채 일을 시작했어요. 너무 기쁘고 흥분되어서 아픈 것도 잊고 일에 몰두했지요. 그런데 신기하게 머리 아픈 것이 점차 좋아지고 지금까지 그냥 살고 있어요.”

중책을 맡아 일에 몰두한 손회장은 머리 수술을 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병이 호전되었고, 2009년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을 모델로 한 5만원권 화폐가 이종상 화백의 그림으로 탄생했다. 그 후에 손씨는 논개와 김만덕 거상의 가채머리도 재현했다.

“김홍도나 신윤복 민속화에 등장하는 가채머리를 보면 그 속으로 제가 빨려 들어가요. 어느덧 제가 그 가채머리를 매만지고 있어요.”

역사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가채머리는 부와 명예, 신분의 상징이었다. 조선 영정시대에는 가채머리가 얼마나 유행했던지 영조는 가채머리 금지령까지 내린 적이 있다. 이러한 머리사랑 시대조류는 현대까지 이어져 우리나라는 7,80년대에 구로공단에서 가발을 만들어 경제부흥의 기초를 만드는 가발신화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 신윤복 화가 <단오풍정>

세종의 땅에서 새롭게 출발, ‘가채장인 문화재’ 꿈꾸다

손관장은 세종시 출범을 보면서 새로운 출발과 도약을 위해서 서울 은평구에서 2012년 5월 세종시로 이주했다. 그는 새로운 사업으로 그의 박물관에 중국관광객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1달 평균 2,000여명의 중국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그러나 2017년 사드로 직격탄을 맞아 관광객이 뚝 끊어지고 말았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그의 고전머리에 대한 학구열은 계속되어 2013년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고전머리를 학문적 연구의 대상으로 격상시키고 많은 제자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또한 머리에 관한 ‘실용신안’을 42개나 등록하는 성과를 냈다.

“지금은 세종시에 살았던 여연들 머리를 시대별로 정리해서 캐릭터로 만들고 있어요. 2018년에는 ‘나라꽃 운발(雲髮)에 앉아’라는 주제로 무궁화꽃 패션쇼를 한 적도 있구요. 운발은 가채머리를 뜻해요. 또, 세종시 기능경기대회에서 가채공예부문을 총괄 진행하고 있어요.”

손씨는 2006년부터 남산 한옥마을에서 매년 한복과 고전머리 행사를 개최했고, 2010년에는 ‘G20행사’에서 전국에 있는 1000여명의 제자들과 함께 한국고전에 관한 공연행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세종으로 이주한 이후에는 매년 가채공예 기능경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그의 긴 인생이야기 끝에 세종시에서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 물었다.

“저는 월자장인으로 세종시 무형문화재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한복의 장인을 '침선장', 갓을 만드는 장인을 '망건장'이라 하는데, 월자는 댕기땋기를 뜻하는데 댕기땋기 장인으로 무형무화재가 되는 것이 꿈이어요.”

한국여인사 박물관에서 한국고전머리기능경연대회가 펼쳐지고 있다.

또한 그는 ‘한국여인사박물관’ 관광사업에 대해 많은 설명을 했다.

“제 박물관에는 미국, 일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 체험활동을 주로 하는데 앞으로 베트남 관광객들이 많이 오기로 되어 있어요. 세종시가 식당과 호텔이 없어 문제이긴 한데 베트남 관광사업가와 연계하여 매월 많은 관광객이 유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또한 세종대왕 가채머리 테마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꿈입니다. ”

박물관 중에서도 특별한 박물관 ‘한국여인사박물관은 2017년 7월 세종시로부터 정식인가를 획득하고 조치원 신안리에서 많은 도전을 하며 비상을 꿈꾸고 있다. 손관장의 꿈이 실현되어 세종시에 많은 외국인 관광이 찾아와 그의 사업이 번창하기를 바라며, 한국여인의 고전머리가 전 세계에 유행하기를 고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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