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대학 유치' 구호만 요란, 속빈강정 되나
'세종시 대학 유치' 구호만 요란, 속빈강정 되나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04.04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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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음악원’, ‘KAIST 융합의과학원’ 등 4개 대학만 결실
적극적인 관심 표명 대학 수십여개 달하지만, 유치 실적 낙제점 가까워
행복청이 수년여간 세종시에 국내외 대학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4-2생활권 공동캠퍼스 개발계획 평면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국내외 유수 대학 유치에 수년여간 공을 들이고 있지만, 구호만 요란한 채 속빈 강정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한 대학만도 수십여개에 달하지만 현재까지 몇몇을 제외하면 성과가 거의 전무해서다. 자족성장기인 행복도시 건설 2단계(2016~2020년)가 끝자락에 다가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학 유치 실적은 낙제점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4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과 세종시에 따르면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진출에 관심을 표명한 상당수 대학들이 입주를 외면하거나 차질을 빚는 등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현재까지 입주에 관심을 보인 대학만도 국내 30개, 외국 9개 등 모두 39개.

이 가운데 카이스트(KAIST) 융합의과학대학원, 고려대 약대, 미국 '코넬대', 아일랜드 '코크국립대', 체코 '브르노국립예술대', 호주 '울릉공대' 오스트리아 프로이드대, 독일 마틴루터대, 일본 규슈공대 및 교토공대 등 17곳이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 성과는 미진하다.

그간 '확실한' 결과물을 내놓은 것은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음악원’과 아일랜드 ‘트리니티대학’, ‘KAIST 융합의과학원’, ‘충남대 의대’ 등 4개 정도에 불과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 이전 추진 역시 구체적인 결과물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나머지 국내외 대학 진출은 난관에 봉착하며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에선 '안(眼)의학 특화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건양대가 대표적이다. 건양대는 지난 2016년 5월 업무협약(MOU)까지 체결하며 의지를 드러냈지만, 이후 총장이 바뀌며 흐지부지 됐다. 고려대 약대는 재원마련이 어려워 새로운 대학의 자체 건립이 힘들 것으로 알려졌으며, 충북대 역시 재정 등에서 한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대학 역시 공동캠퍼스 조성근거를 담은 행복도시특별법 개정(2017년)과 함께 유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대학 유치가 저조한 것은 교육부의 대학입학정원 억제 기류에다, 대학들의 투자 환경마저 열악한 게 요인이라는 게 관계 기관들의 자체 분석이다. 하지만 자족성장기로 규정한 행복도시건설 2단계(2016~2020년)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분발이 요구되고 있다.

게다가 합의각서(MOA)를 체결하며 입주를 확정한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음악원과 아일랜드 트리니티대학 마저 대학 설립이 여의치 않은 상태다.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전경, 사진=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홈페이지 화면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전경, 사진=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홈페이지 화면

세종시 첫 해외 대학으로 기대를 모았던 산타체칠리아음악원은 지난해 8월 교육부에 세종 분교 설립을 신청했지만 부결된 바 있다. 학교 설립 신청 주체, 음악원 학생 수요 예측, 교원 수급계획, 재정운영계획 등 신청서 전반이 미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의 보완 요청에도 음악원은 아직까지 신청서를 접수하지 않아 목표로 했던 올해 9월 개교는 무산됐다. 행복청은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올해 상반기까지 설립 절차를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당초 음악원은 오는 9월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인근 '복합문화시설'에 임시 입주했다가 4-2생활권(집현리) 공동캠퍼스로 옮길 예정이었다.

이와 함께 아일랜드 트리니티대학도 본교 이사회가 승인을 미루면서 입주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트리니티는 애초 올해 하반기 4-2생활권 산학연 클러스터지원센터에 임시 입주한 뒤 공동캠퍼스에 둥지를 틀 계획이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명품도시 세종을 건설하기 위해선 대학 등 자족기능 확충을 위한 시설이 필수적”이라며 “관계기관들이 구호만 요란하게 외쳤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속빈강정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행복청과 세종시 관계자는 "대학 유치를 위해 함께 노력한 결과 국내외 총 17개 대학과 입주협약을 체결한 상태"라며 "앞으로 교육부, 국무조정실 등과 적극 협력해 국내외 우수한 대학을 유치하고, 이들 대학들이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행복도시 4-2생활권 대학 부지는 모두 160만㎡로, 특성화 대학을 유치할 수 있는 공동캠퍼스 타운 60만㎡와 종합대학 성격의 대학교를 유치할 수 있는 분양형 부지 100만㎡로 이뤄져 있다. 공동캠퍼스 조성은 당초 2021년에서 2023년으로 사업 기간이 연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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