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 해결' 시험대 오른 세종시, 낙제점?
'아파트 하자 해결' 시험대 오른 세종시, 낙제점?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03.31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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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품질검수단' 운영 등 야심찬 행보 보였지만, 주민들 따가운 눈총
근본적 문제 해결 위해 ‘법적 처벌 강화’ 및 ‘후분양제 확대’ 선행 필요성 대두
세종시 4생활권 아파트 건설 모습, 사진은 기사 내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세종시의 아파트 하자문제 해결 능력이 낙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올 초부터 주택 인·허가 업무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으로부터 넘겨받은 세종시의 아파트 하자문제 해결 능력이 낙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동주택 품질검수단'을 운영하는 등 야심찬 행보를 보였지만, 주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이야기다.

최근 세종 모 아파트 사용검사 승인(준공승인)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이 단적인 예다.

총 998세대인 이 아파트는 최근까지 접수된 하자가 무려 3만 9천여건에 달할 정도로 하자가 넘쳐났다. 세대 당 평균 40여건으로, 다른 일반 아파트 평균 20건에 비해 2배나 높았다. 특히 지하주차장 곳곳에 균열과 누수가 발생하는 등 공용부분 하자가 구조적 안전성을 따져봐야 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게 입주민들의 주장이다.

사전 공지도 없이 설계 도면과 다른 공사가 진행됐다는 점도 원성을 샀다. 시공사인 D 건설산업은 당초 EVA(2중구조 고무재질)로 설계됐던 층간소음재를 EPS(스티로폼재질)로 하향 시공해 214세대에게 피해를 입혔고, 일부세대는 부부욕실을 견본주택과 다르게 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나머지 세대 중 784세대 역시 설계도면에 명시된 2중구조 고무재질이 아닌 1중구조 고무로 하향 시공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기준치 이상의 제품을 사용해 법적문제는 없다는 게 시공사 측 주장이지만, 그간 관행처럼 굳어진 아파트 건설과정에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시민들의 시각이다.

이 밖에 실내공사에 시공된 천연 대리석에서 '라돈'이 검출됐다는 의혹도 제기됐고, 분양 당시 계약한 ‘빌트인냉장고’를 제때 설치 받지 못해 주민들의 애를 태운 사례도 발견됐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세종시는 건설사 측의 편만 들었다는 게 입주민들의 주장이다. 한 입주예정자는 "수많은 하자가 넘쳐나는데도 세종시는 법적 기준만을 내세운 채 건설사 편을 들고 준공 승인에만 열을 올렸다"며 "약자인 주민들의 의견은 철저히 외면당했다"고 성토했다.

준공승인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시는 시공사와 입주예정자협의회(비상대책위원회 포함) 측이 하자 처리를 두고 갈등을 빚던 도중인 지난 22일 돌연 준공 승인을 내줘 입주예정자들의 반발을 샀다.

게다가 이날은 금요일이어서, 이후 주말인 토~일요일 이틀에 대한 중도금 이자 부담도 고스란히 입주민이 떠안을 처지가 됐다. 이후 하자처리 협상 과정에서 시공사 측이 이자 부담을 약속하긴 했지만, 승인권을 가진 시의 이 같은 모습은 하자처리 협상력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샀다.

물론 법적 규정을 근거로 준공승인을 내줄 수밖에 없었던 현실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법적 기준사항을 충족했을 경우 인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모습도 엿보인다. 인허가권을 넘겨받으면서 도입한 '공동주택 품질검수단'을 투입해 15세대를 점검했고, 그 결과를 시 고문변호사에게 의뢰해 판단하는 등 고심했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검수단 확인 결과 주택 안전을 위협할만한 큰 하자는 없었다"면서 "법적 규정을 충족했을 경우 준공승인을 내주지 않을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입주한 세대가 절반에 달하다보니 '선 준공승인 후 하자처리'를 요구하는 주민들도 상당해 변수로 작용했다. 하자 처리와는 별개로 준공승인이 나지 않아 담보대출 등이 제한되는 등 재산권 행사에 불편이 따랐기 때문이다.

사실 건설사들은 그간 업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법적 틈새를 교묘히 넘나들며 안하무인적인 행태를 일삼아 왔다. 이에 따라 설계도면과 다른 자재를 사용하다 적발되어도 감리단 벌점 외엔 딱히 제재할 수단이 없는 등 처벌은 대부분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실제 2016~2018년 사이 전국에서 부실시공으로 적발된 사업장 총 37건(3만5831가구) 중 중징계에 해당하는 공사중지, 영업중지, 형사고발 등의 조치는 4.2%에 불과했다. 부실시공 시비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결국 문제는 제도 개선이다. 만연했던 업계의 그릇된 관행을 막고 선량한 입주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법적 처벌 강화’를 비롯해 ‘후분양제 확대’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사실 세종시청이 인허가권을 가져간다고 해도 현 구조에선 아파트 하자문제가 크게 줄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다"면서 "후분양제 도입만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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