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첫 해외대학 산타체칠리아 9월 개교 '무산'
세종시 첫 해외대학 산타체칠리아 9월 개교 '무산'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03.2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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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대학 설립 인가 부결, 행복청 안일한 행정으로 입주 지연 현실화
대학설립 자체 문제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행복청 "내년 3월 개교 목표 추진"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전경, 사진=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홈페이지 화면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전경, 사진=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홈페이지 화면

세종시에 들어설 첫 해외 대학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음악원’(이하 음악원)의 9월 개교가 결국 무산됐다. 교육부의 대학 설립 인가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관계당국의 안일한 행정으로 입주 지연이 현실화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일 교육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에 따르면,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Accademia Nazionale di Santa Cecilia)은 지난달 열릴 예정이었던 교육부의 대학설립 심사위원회에 '분교 설립 신청서' 보완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9월 개교가 사실상 힘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설립을 위해선 규정상 늦어도 개교 6개월 전까지 설립신청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기한을 넘겼다는 것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월 심사위를 열고 음악원이 제출한 신청서에 대해 보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악원 측의 신청서는 전반적으로 미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가장 기본이 되는 학교 설립 신청 주체부터가 불분명했다. 교육부는 음악원이 계획중인 '한국 위탁법인 설립'은 현행법에 맞지 않아 수용할 수 없다며 부결시켰다. 대신 '본교가 현지 법령에 근거한 법인 설립 후 그 분 사무소를 한국에 설치하는 방안' 또는 '본교의 법인격을 증명하고 본교가 직접 분사무소를 한국에 설치하는 방안' 중 선택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본교가 분교를 설립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근거 자료도 요구했다.

또 교사면적, 교원계획, 규정 제개정, 재정운영계획, 학위 등 설립·운영계획 관련한 부분의 상세 자료도 요청했다. 이와 함께 대학원 수요예측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구체적인 학생 모집전략이 필요하다고 권고하는 등 상당수 항목에 걸쳐 보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설립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서류를 반려했지만, 음악원 측은 아직까지도 서류를 접수하지 않았다"면서 "이대로라면 9월 개교는 사실상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인가가 늦어지면서 대학설립 자체에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음악원은 지난해 8월 처음으로 대학 설립 신청서를 제출했고 5개월여가 지난 올해 1월에서야 첫 심사가 이뤄진 상태로, 이후 2개월여가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보완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음악원은 당초 행복도시 4-2생활권(집현리) 공동캠퍼스에 입주하기 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인근에 들어서는 '복합문화시설'(복합편의시설 제2공사)에 임시로 둥지를 틀 예정이었다.

이곳에 세종 분교를 설립한 후 음악교육․성악․피아노 등 3개 학과를 우선 진출시킨다는 구상이었다. 소프라노 조수미를 키워낸 정상급 교수진을 파견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음악원'이 임시로 입주할 '복합문화시설' 조감도, 사진=행복청 제공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음악원'이 임시로 입주할 '복합문화시설' 조감도, 사진=행복청 제공

개교 지연 사태가 빚어진 것은 면밀하지 못한 행정처리가 결정적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행복청은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음악원이 입주할 복합문화시설의 리모델링 예산 28억여원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어설픈 모습을 보였다. 음악원 학과 특성상 건물 리모델링이 필수적이었지만 이를 감안하지 못해 세종시에 긴급 예산을 지원 요청하기도 했다.

음악원이 최초 분교설립 신청서를 제출한 이후에도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미숙한 대응으로 결국 대학 설립 인가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행복청은 일단 9월 개교가 무산됨에 따라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행복청 관계자는 "음악원의 세종시 진출 의지는 확고한 상태"라며 "올해 상반기까지 설립 승인 절차를 마무리 짓고 내년 개교에 문제가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1585년 개교한 산타체칠리아음악원(로마 소재)은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이탈리아 국립 음악원으로, 2017∼2018년 세계대학평가(QS) 실용예술(Performing Arts) 분야에서 세계 28위로 평가된 명문대학이다.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소프라노 조수미를 비롯해 세계적인 음악 거장인 작곡가 알도 클레멘티, 메조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코네, 지휘자 카를로 마리아 줄리아니 등이 이 학교 출신이며, 현재 세계 각국의 재학생 1,557명(이탈리아 1344명, 세계 52개국 213명 유학생, 교수 164명) 이 재학하고 있다.

행복청은 앞서 외국 대학 투자유치 활동을 통해 지난 2017년 음악원과 양해각서 및 합의각서를 체결하고 입주에 속도를 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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