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화 랜드마크 종합운동장..'돔구장'은 안될까
세종시 문화 랜드마크 종합운동장..'돔구장'은 안될까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02.27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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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경제성 논리에 막혀 사업 규모 4213억여원→ 2600억원대 반 토막 전망
행정수도 위상 걸맞는 시설 건립 목소리 설득력, '돔구장 형태' 다목적 시설 부각
행정수도 세종시 위상과 시대의 변화상에 걸맞게 '돔구장' 건립 필요성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진은 서울 고척 스카이돔 외부 전경, 서울시설공단 제공

세종시민들의 스포츠·문화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할 종합체육시설 '종합운동장' 규모가 정부의 경제성 논리에 막혀 대폭 축소될 우려에 처했다.

행정수도 세종시의 미래 위상을 감안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시대의 변화상에 걸맞은 '돔구장' 형태의 다목적 시설 건립 필요성도 재차 부각되고 있다.

27일 행정중심복합건설청(행복청)과 세종시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대상에서 탈락했던 '종합운동장'이 마스터플랜 수립 재추진 과정에서 시설규모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종합운동장은 행정중심복합도시 대평동(3-1생활권) '운3-1', '운3-2' 등 2개의 부지(17만8618㎡)에 2만 5000석 규모의 주경기장(36,818㎡, 지하1·지상3층)과 실내체육관(16,213㎡, 지하1·지상3층, 관람석 5,000석), 상업시설(15,729㎡, 지상3층), 주차장 (30,256㎡, 지하1층) 등을 배치하는 안이 2013년 마스터플랜을 통해 제시된 바 있다.

하지만 기재부 예타 조사 대상에 선정되지 못한 채 줄곧 좌절되며 지연에 지연을 거듭해 왔다. 기재부는 인구보다 시설이 과대하다며 규모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와 행복청은 사업규모를 줄여 오는 4월까지 마스터플랜을 재수립하고 있다. 1단계 사업으로 운 3-1블록(11만709㎡)에만 주경기장(37,000㎡, 관람석 25,000석)과 보조경기장, 주차장(14,000㎡, 400대)을 건립하기로 가닥을 잡고, 2025년 완공한다는 로드맵이다. 실내체육관(16,213㎡, 지하1·지상3층, 관람석 5,000석)은 2단계(6만 7909㎡) 장기계획으로 남겨뒀다.

건립 예산도 기존 4213억여원에서→ 2600억원대로 반토막 날 전망이다.

세종시 종합운동장 주경기장 기본계획(안), 세종시 제공
세종시 종합운동장 주경기장 기본계획(안), 세종시 제공

문제는 세종시의 각종 시설이 현재의 인구와 경제성만을 고려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건립되고 있다는 점이다. 백년대계가 아닌 불과 몇 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추진되고 있어 각종 문제도 야기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아트센터를 비롯해 세종시청, 국립세종도서관 등이 대표적 사례다.

아트센터의 경우 예타조사에서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오자 대공연장 1100석과 소공연장 500석을 각각 700석과 300석으로 축소했다가, 결국 1071석 규모의 대극장만 건립하기로 확정됐다. 이는 조치원읍 세종문화예술회관 등과 큰 차이가 없어 수준 높은 공연 유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문화예술계의 지적이다.

세종시청도 2015년 준공된 지 4년여도 채 되지 않았지만 현재 별관 증축이 필요할 정도로 포화상태에 달했으며, 지역 최초 국립도서관인 세종도서관 역시 혁신적인 건축 외형과는 달리 소장권수(55만8207권) 등 수용공간이 부족한 지경이다.

종합운동장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기재부의 논리대로 규모를 대폭 축소해 주경기장과 보조경기장만 덩그러니 짓는다면 미래 수요를 담아내지 못할 것이란 이야기다. 그간 지연됐던 세월(2017년→2025년)은 차치하고 제대로 된 시설 건립이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19년 1월 고척돔에서 개최된 골든디스크 시상식 모습, 사진=서울시설공단 제공

이에 따라 지역사회에선 종합운동장만이라도 행정수도 위상에 걸맞는 시설로 건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천편일률적인 운동장 시설 대신 ‘돔구장 형태’의 다목적 시설을 건립, 복합문화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작은 꼬마광역자치단체인 세종시로선 100년에 한 번 열릴지 모르는 전국체전 등 국제규모 행사에 대비한 시설은 예산 투입 대비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세종참여연대 관계자는 "종합운동장은 체육 경기만이 아닌 문화와 예술, 공연 등이 어우러진 시민 밀착형 열린 공간으로 탄생해야 한다"며 "많은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지역 상권과 동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시설로 건립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벤치마킹 사례로 부각되는 상징적인 시설은 국내 최초의 돔구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서울 고척돔'이다.

고척돔은 사계절 이용할 수 있고 야구뿐만 아니라 풋살, 수영, 축구, 헬스, 농구 등 다양한 스포츠 수요를 수용할 수 있는데다가, 2만 5000여명이 동시에 입장할 수 있어 대형 공연도 상시 개최되고 있다.

총사업비 부담 역시 크지 않다.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고척돔은 건립비 1948억원, 부지매입비 798억원, 교통대책 758억원 등 모두 3504억원이 투입됐다. 주요 시설로는 ▲야구장 관람석 1만 6813석 ▲축구장 1면과 풋살장 2면 ▲헬스장 및 수영장(6레인) ▲주차장 492면 ▲상업용 매장 43곳 등을 갖추고 있다.

파급 효과도 기대 이상이다. 야구붐 조성은 물론 각종 콘서트와 이벤트, 시상식 등의 문화행사가 상시 열리면서, 생활 체육·문화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고척돔은 지난 총선에서 이해찬 국회의원이 공약으로 내건 '스포츠컴플렉스'와 유사한 형태이기도 하다.

사진은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전경=서울시설공단 제공

체육계 역시 운동장만 덜렁 짓는 게 아닌 복합 문화공간 건립을 원하고 있다. 일례로 스쿼시, 볼링, 축구시설, 풋살장, 산악 클라이밍 등의 체육시설과 함께 찜질방, 커피숍 등 즐기는 공간을 갖춘 공간을 건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엘리트 체육 활성화와 체육회관 건립 등 체육인들의 거점으로 활용하는 한편, 공공스포츠클럽을 운영해 생활체육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프로그램 구성, 교육, 스포츠를 결합해 민간 위탁하는 등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원하고 있다. 시체육회는 최근 이 같은 입장을 시에 공식 제출한 상태다.

일단 행정당국의 입장은 여전히 부정적인 상황. 시 관계자는 "스포츠컴플렉스나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공간도 필요하지만 한 번에 다할 수는 없다. 종합체육시설로 하면, 사업비가 8000억원대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행정수도 위상에 걸맞게 국제대회도 치를 수 있는 1종 경기장으로 건립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세종시 특성에 맞는 시민들의 복합 문화공간으로서 ‘종합운동장’을 재검토할지 지역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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