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4개 광역단체..'2030 아시안게임' 유치, 득일까 독일까
충청권 4개 광역단체..'2030 아시안게임' 유치, 득일까 독일까
  • 김선미
  • 승인 2019.02.19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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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칼럼] 충청권 2030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흰 코끼리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나
국제대회 치른 도시, 빚덩이 속에 허덕..."후유증은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라면 띠져봐야"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흰 코끼리(White elephant)’는 태국이나 미얀마, 캄보디아 등의 불교 국가에서는 신성시되고 있다. 2016년 11월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의 조문행사에 흰 코끼리 9마리가 등장하기도 했다.

상서롭고 신령한 그러나 일하지 않는 ‘흰 코끼리’의 학습효과

이 상서롭고 귀한 동물이 한편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인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제로는 쓸모없는 처치 곤란한 물건’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대형 행사를 치르기 위해 수많은 시설을 지었으나 정작 행사 이후에는 활용은 되지 않고 유지비만 많이 들어 애물단지가 돼버린 시설물을 말한다.

이는 고대 태국 왕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에게 흰 코끼리를 선물했던 설화에서 유래한다고 알려졌다. 왕이 선물한 신령한 흰 코끼리를 받은 신하는 코끼리에게 일을 시킬 수도, 그렇다고 굶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왕이 하사한 코끼리가 자연사하지 않고 잘못해 도중에 죽기라도 하면 왕권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코끼리는 수명이 길며 엄청난 대식가다. 하는 일은 없는데 오랜 기간 동안 엄청난 사료비만 들게 돼 신하는 결국 파산하게 됐다는 것이다.

국제스포츠행사 후 애물단지로 전락한 처치 곤란한 대형경기장

대전시·세종시·충남도·충북도 등 충청권 4개 광역자치단체가 지난 7일 ‘2030 하계 아시안게임’을 공동 유치하기로 했다. ‘2030 아시안게임’ 충청권 유치. 처음은 아니다.

2년 전 대전시가 단독으로 추진하려다 지역사회의 뭇매 속에 흐지부지 됐던 전력이 있다. 언론, 시민사회단체, 정치권 할 것 없이 지역사회 전체가 한 목소리로 막대한 재정부담을 이유로 격렬한 반대에 나섰던 것이다.

대형 국제스포츠 행사 유치에 인식은 한 때는 국가 위상을 높이고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기도 했으나 갈수록 부정적인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당초 내세웠던 장밋빛 청사진과 달리 현실은 천문학적 대회 비용이 지자체의 재정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1976년 올림픽을 치른 캐나다 몬트리올의 파산은 너무나 잘 알려진 올림픽 개최의 어두운 그림자다. 21세기 들어서도 2004년 아테네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개최한 그리스와 브라질 역시 올림픽 개최 후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당초 내세웠던 장밋빛 청사진, 현실은 해당 도시에 천문학적 빚폭탄

개최 1주년을 맞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도 거대한 ‘흰 코끼리’의 무게에 짓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건설비만 8600억 원이 투입된 13곳 경기장은 말 그대로 처치 곤란한 ‘흰 코끼리’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

13곳 대부분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8곳은 아예 방치되고 있다. 1200억 원이 투입 아이스아레나는 1년간 가수콘서트 2번이 전부라고 한다.

북한의 참가로 남북정상회담의 물꼬를 트는 등 한반도 평화 발판을 마련하는 등 경제적 수치로 계산할 수 없는 무형의 효과에도 불구하고 재정적 부담은 강원도민의 큰 짐으로 남게 됐다.

무엇보다 2014년 아시안게임을 치렀던 인천시의 사례는 대형 국제스포츠 경기를 유치하려는 국내 자치단체들에 반면교사가 됐다. 인천시는 2조5000억 원이 투입된 아시안게임을 치르기 위해 1조 원이 넘는 지방채를 발행해 빚더미에 올랐다. 지금까지도 대회 후 경기장 관리에 연간 100억 원 이상의 세금을 쏟아 부으며 재정을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주간의 축제, 영광은 ‘그들’이, 빚 감당은 ‘우리’가, 왜? 무엇 때문에?

이번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 발표는 2년 전 뭇매와는 달리 대전조차 반대의 목소리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다. 가장 큰 이유는 충청권 공동 개최에 따른 위험의 분산이다.

4개 광역단체는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는 ‘저비용 고효율’을 전략으로 내세우 있다. 또한 4개 시도가 대회 비용을 분담하는 만큼 재정부담에 대한 위험도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4개 시·도의 이러한 주장과 설득에도 불구하고 대형 국제스포츠 행사 유치에 여전히 곱지 않은 시각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혈세 먹는 하마’인 ‘흰 코끼리’에 대한 학습효과다.

화려한 축제 뒤 남겨지는 산더미처럼 남겨진 쓰레기처럼 겨우 ‘2주간의 축제’를 위해 ‘왜?’ 천문학적 재정부담을 행사 개최를 결정한 지자체장을 비롯한 ‘그들’이 아닌 ‘우리(시민)가’ 감수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지자체장·정치인의 과욕, 관계자들의 이해, 개발 이익의 합작품(?)

대형 국제스포츠 행사의 효과가 부풀려지는 이유에 대해 스포츠계의 한 인사는 “해당지역 지자체장들과 지역의 정치인들의 과욕, 관료, 스포츠 관련 종사자들의 각자의 셈법, 여기에 개발에 따른 이익을 노리는 세력들이 한 덩이가 돼 경제적 효과를 부풀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시안게임 공동유치는 오롯이 지역 발전을 고려한 미래지향적 정책적 결정일까? 과연 단체장들의 주장하는 것만큼 유무형의 효과를 거둘 것인가? 시민들 입장에서는 꼼꼼히 따지고 또 따져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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