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민들, 남북 정상회담 어떻게 보아야 할까
세종시민들, 남북 정상회담 어떻게 보아야 할까
  • 세종의소리
  • 승인 2019.01.23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정책 아카데미통해 북미, 남북 정상회담 전망과 과제 설명
"비핵화로 북한은 경제발전, 미국은 정치적인 입지 확립, 한국은 한반도 평화 유지해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22일 남북문제를 주제로 세종시 정책아카데미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통일문제 전문가인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현 한반도 평화포럼 이사장)이 기해년 세종시 정책아카데미 첫 장을 열었다. 주제는 ‘남북-북미 정상회담과 남북관계’로 ‘함께하는 평화로운 나라, 공동번영’이 부제였다. 강연을 주관한 세종시 인재육성평생교육진흥원에서 개론과 각론이 동시에 들어있는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으로 들렸다.

강연은 사회전반에 걸쳐 보수와 진보의 목소리가 엇갈리면서 가치에 혼란을 겪는 세종시민들에게 남북문제를 바라보는 안목을 길러주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의 평가 기준을 제시해주었다.

통일, 그리고 여기에 동반되는 남북문제와 최근 핫 이슈가 된 북-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보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어떤 입장은 취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시간이 됐다.

22일 오후 4시 세종시청 4층 여민실에는 정 전 장관의 지명도를 반영하듯 평소보다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이춘희 세종시장의 강사 소개에 이어 바로 시작된 강연은 꼬박 2시간을 채웠지만 지루하거나 집중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의 종속변수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이날 강연의 핵심이었다. 지나치게 미국에 의존하려는 보수층과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힘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을 경험을 통해 설명하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게 요지였다.

강연은 ▲판문점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성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성사배경 ▲1차 북미 정상회담의 의미 ▲2차 북미 정상회담 과제 ▲향후 남북관계 전망 순으로 진행됐다.

정 전 장관은 2차례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을 단절된 남북관계 복원, 군사긴장완화와 전쟁위험 해소 등 일반적인 해석에 이어 평화체제 구축과 북핵문제 해결의 마중물로 평가했다. 서독이 1969년 사회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동독을 돕기 시작해 보수정권으로 정권이 교체됐지만 정책의 기조를 흐트리지 않아 45년 만에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는 통일을 가져왔다는 걸 예로 들었다.

그는 “북한이 핵을 내려놓으면 미국으로부터 군사적으로 공격을 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을 북미 회담을 길잡이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사람들은 김일성 정권 때부터 “비단 옷에 쌀밥과 고기 국을 먹는 게 염원”이라며 “그걸 김일성도, 김정일도 달성하지 못했고 김정은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이루려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경제발전이 최고의 과제라는 의미였다.

이날 강연에는 세종시민들이 여느 때보다 많이 참석했고 경험을 토대로 현장감있게 설명, 집중도를 높혔다.

북한이 핵무장을 할 수 밖에 없는 국제적인 상황, 특히 미국에서의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 을 설명하고 핵무기의 완성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실제로 장관 재직 당시 경험과 북한과의 접촉을 통해 얻었던 지식을 가지고 남북, 북미,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흐름을 분석해 강연은 현장감과 함께 이해도를 높혀 주었다.

이 대목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일갈했던 내용과 ‘내 방식대로 북핵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뒷얘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1차 북미 정상회담의 의미를 지난 25년간 핵협상 결과와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을 만들어 냈다고 보았다. 요컨대 과거 북 비핵화->북미수교->경제지원의 순서를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비핵화 순으로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비핵화가 맨 앞에서 맨 뒤로 갔다는 점이다.

그러면 오는 2월말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과제는 무엇일까.

북한에서는 북미관계 개선-평화체제 구축-비핵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이른바 ‘3궤 병행’(三軌竝行)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 미국이 ‘선 북핵신고, 수 상응조치’ 입장을 고수하면 비핵화 프로세스는 시작이 늦어지고 정상간 합의 이행을 위한 실무협상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트럼프-김정은 간 ‘일괄 타결, 동시행동’으로 결론이 나도 미국 내 법적 절차를 거치는 데는 적지 않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의회 권력이 민주당으로 넘어갔다는 게 이유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북한과 미국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면 한국은 긴밀한 한미 공조로 미국 실무진들이 ‘과거의 인습’으로 회귀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특히, 남북 관계 발전과 긴장완화는 비핵화 프로세스와 무관하게 추진하기 어려운 현실인 만큼 너무 타이트하게 연계시키지 않는 가운데 반 발짝 정도 앞서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 발짝 앞서가는 남북관계 개선이 북미관계와 북핵문제 해결에 선순환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또, 비핵화와 평화체제가 구축될 경우 동북아 국가 간 경제, 안보협조체제를 만들어 이를 지속해나가도록하고 경제협력을 토대로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와 관련, 한국은 미국과 중국, 일본 자본이 들어오기 전에 먼저 진출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재차 강조했다. 그건 바로 북한을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도와주고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강연 후 참석한 시민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정 전 장관

정 전장관은 미국은 클린턴, 부시, 오바마 대통령 등 역대 정부가 해결하지 못했던 북핵문제를 풀어 정치적인 입지를 굳히고 북한은 경제적인 발전, 그리고 한국은 한반도 평화 구축 등을 가져올 수 있어 비핵화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약 1시간 20분에 걸친 강의가 끝난 후 질의 시간을 충분히 가져 세종시민들과 정 장관 간에 격의 없는 대화를 했으며 사인과 기념사진 촬영 등으로 전체 일정을 마쳤다.

정 전장관은 필자가 청와대 출입 당시 유종하 외교안보수석을 훗날 유엔사무총장을 역임한 반기문 전 총장과 함께 통일 담당 비서관으로 보좌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간에 정상회담 추진 중 갑작스런 사망으로 성사되지 못한 일화도 소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