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거리는 세종시교육청, 개청 이래 '최대 위기'
휘청거리는 세종시교육청, 개청 이래 '최대 위기'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01.18 15: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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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교진 교육감, 고교 원칙배정 요구하는 학부모들과 실랑이..체면 구겨
원칙 없고 무능한 행정, 교육계 혼란 빠뜨리며 후폭풍 확산
18일 예정된 최종 배정 결과 발표 연기, 또 다른 혼란 도화선 예고
17일 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이 과소학교 예비학부모들과 간담회에서 회의장을 빠져나가려다 이를 제지하는 학부모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모습

"원칙 배정한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가야지."(학부모)

"반말하지 말라니까."(최교진 교육감)

"일단 문 닫으세요. 나오세요. 문 닫아야 해결됩니다." "만지지 마시라고요." "교육감이 싫어졌어요." "이틀 동안 계속 빠져나가기만 급급하니 화가 나는 거 아닙니까."(학부모들)

17일 밤 9시 30분 세종시교육청 4층 대회의실. 회의실을 빠져 나가려는 최교진 교육감과 이를 필사적으로 막아서는 학부모들, 그리고 길을 확보하려는 직원들이 서로 뒤엉키며 실랑이가 벌어졌다. 회의장은 순식간에 욕설과 고성, 거친 몸싸움이 오가며 아수라장이 됐다.

5분여 이상 실랑이가 계속되며 반발이 거세지자, 최 교육감은 결국 나가기를 포기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한 학부모는 "이틀 동안 교육청을 찾아 항의했지만 그때마다 교육감은 빠져나가기에만 급급했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다른 학부모는 "이런 XX들한테 애들을 맞기니 이 지경이지.."라고 원색적인 단어를 쏟아내며 격분했다.

학부모 70여명은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시교육청 4층 대회의실에 진을 치고 교육감 면담을 요구하며 고교 배정 구제 방침에 항의했다. 9시 15분경 뒤늦게 회의장에 들어선 최 교육감은 "법률적인 내용을 살피지 못하고 교육적인 부분만 생각했다"며 "법률 검토를 거친 뒤 배정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구제대책을 취소하고 즉각 재배정 결과대로 조치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법률검토가 구제를 취소하겠다는 것인지, 구제한 행위가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겠다는 의도인지, 불분명하다는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결국 최 교육감은 "195명에 대한 구제 결정이 법률적 문제가 있을 것이란 의견이 있어, 행정적 결정을 하기 위해 법률검토가 필요한 것"이라며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한 뒤에서야 회의장을 나갈 수 있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고입 배정에서 후순위 학교로 배정 결과가 바뀐 학생 195명 중 184명이 선지망 학교 진학을 희망하면서 5개 학교는 정원 초과, 7개 학교는 미달 사태가 현실화됐다.

과소학교 예비학부모들은 이에 반발하며 지난 15일부터 3일째 '원칙 배정'을 요구하는 밤샘 항의를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예견된 수순이었다. ▲프로그램 에러로 인한 고교 신입생 배정 오류사태를 시작으로, ▲배정 순위가 밀린 일부 학부모들 집단 항의 논란 ▲수습 방안으로 내놓은 195명 구제 대책 발표 ▲과밀·과소학교 사태 현실화 논란 ▲과소학교 예비학부모 집단반발까지, 원칙 없고 무능한 행정이 교육계를 일대 혼란에 빠뜨리며 후폭풍을 낳고 있다.

특히 오류 발생 이후 시스템을 공정하게 가동해 결과를 발표했는데도, 이를 스스로 뒤집으면서 학교를 바꿔준 게 논란을 더욱 키웠고 행정의 신뢰도마저 무너뜨렸다.

애당초 이번 사태는 속된말로 ‘한번만 욕을 먹으면 끝날 일’이었다. 합격자가 뒤바뀌어도 구제해주지 않는 게 일반적인 원칙이기 때문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배정 오류가 발생했을 때 사과한 뒤 수정배정 원칙을 지켰으면 그만이었지만, 학부모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원칙 없는 대책이 일을 키웠다"며 "아마추어적인 행정이 혼란을 증폭시켰다"고 비판했다.

이날 최 교육감이 "법률 검토를 거친 뒤 최종 배정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또 다른 혼란의 도화선이 될 게 자명하다.

구제 대책이 적법할 경우 과소학교 학생들이, 적법하지 않을 경우 구제대상인 184명 학생들의 반발할 것은 누구나 예측 가능한 수순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결론이 나든 혼돈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행정 경험이 많지 않은 최 교육감의 위기 관리능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내부 직원들의 안일한 민원 대응이 논란을 확산시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초 시스템오류가 발생했을 당시 교육청을 항의 방문한 학부모들에게 “권한이 없다”거나, “교육감 전화번호를 모른다” 등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아 비판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최 교육감에게 우호적인 진보 단체인 세종참교육학부모회(이하 참학)조차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 참학은 18일 성명을 통해 시교육청이 고교 확정발표를 연기한 이번 사태는 "행정오류를 떠나 총체적 문제예측 능력 부재가 원인"이락며 교육정책국장과 중등교육과장의 경질을 요구하며 강하게 질타했다.

세종시교육청이 개청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모습이다. 그간 학교 신설 및 통학구역, 과밀-과대학급, 학력저하 문제 등 숱한 논란을 극복하며 재선에 성공한 최교진 교육감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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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고 2019-01-21 09:13:01
이지경인데도 행사장은 가더라구
그냥 정치나하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