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 된 세종시교육청, 고교 재배정 발표 '전격 연기'
아수라장 된 세종시교육청, 고교 재배정 발표 '전격 연기'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01.17 23:08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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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예정된 최종 배정 결과 발표 다음주 중으로 미뤄
구제 결정 교육감 재량 넘어선 '권한남용' 지적, "법률 검토 후 결정"
최교진 교육감이 17일 밤 학부모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뒤 퇴장하려하자 이를 막아서는 학부모들과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세종시교육청이 2019학년도 고교 신입생 배정 과정에서 오류로 인해 후순위로 밀린 학생들을 전원 구제키로 결정한 가운데, 후순위 변동 배정자에 대한 재배정 결과 발표를 전격 보류하기로 했다.

구제 결정이 교육감의 재량을 넘어선 '권한남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적법성 여부를 판단한 뒤 결정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최교진 교육감은 17일 밤 시교육청의 구제 결정에 반발하는 학부모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이 같이 밝힌 뒤 "당초 18일로 예정된 최종 배정 결과 발표를 다음주 중으로 연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70여명은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시교육청 4층 대회의실에 진을 치고 교육감 면담을 요구하며 항의했다. 9시 15분경 회의장에 들어선 최 교육감은 "법률적인 내용을 살피지 못하고 (배정 오류에 대한 구제 결정을) 교육적인 부분만 생각했다"며 "법률 검토를 거친 뒤 배정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구제대책을 취소하고 즉각 재배정 결과대로 조치해야 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발언을 마친 뒤 퇴장하려는 최 교육감과 학부모, 직원들이 서로 뒤엉키며 거친 몸싸움이 오가는 등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고입 배정에서 후순위 학교로 배정 결과가 바뀐 학생 195명을 조사한 결과 184명이 당초 선지망 학교 진학을 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정원 대비 배정 학생 수가 늘어난 한솔(+36)·아름(+43)·종촌(+27)·보람(+29)·새롬고(+47) 등 5개 학교는 배정 학생수가 최소 27명에서 최대 47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감소하는 학교는 성남(-9)· 도담(-1)·고운(-24)· 양지(-23)·두루(-34)·소담(-31)·다정고(-60) 등 7개 학교로, 최소 1명에서 최대 60명까지 줄게 됐다.

과소학교 예비학부모들의 우려도 여기에 있다. 학생 수가 감소한 학교는 내신 등에서 불리해 대학진학과정에서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것. 특정학교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학교 간 서열화가 생길 것이란 우려도 심화되고 있다.

한 학부모는 "195명을 구제한다고 했지만, 과소학교가 되는 나머지 800여명의 학생들의 피해는 누가 보상하느냐"며 "고교평준화를 한다면서 학생들 인원을 왜 뒤죽박죽 해놨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최교진 교육감이 17일 밤 구제 방침에 반발하는 학부모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18일로 예정된 최종 배정 결과 발표를 다음주 중으로 연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밤 11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특히 구제 결정이 교육감의 권한남용이나 월권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제기되면서 '적법성' 논란으로 번졌다.

실제로 '2019학년도 세종시교육청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에 따르면, '평준화지역의 학교 배정은 선 복수지원 후 추첨방식으로 배정한다' 등의 원칙만 있고, 이번 구제 대상의 경우처럼 후순위로 밀린 학생들을 선순위로 임의 배정하는 규정은 없다.

게다가 구제 인원이 무려 184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시교육청의 이번 대책이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부모들은 구제결정을 취소하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과 감사원의 국민감사청구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변호사 3명에게 법률 자문을 의뢰해 구제 대책의 적법성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재배정 결과 발표는 이르면 다음주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의회 교육안전위(위원장 상병헌) 의원들 역시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이 같은 점을 뒷받침했다. 상병헌 위원장은 "지난해 말 제주에서도 오류가 있었는데, 당시에는 수정된 배정안 결과를 그대로 고수했다"면서 "제주 선례를 참고해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시교육청에)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률검토를 하겠다는 것이 구제를 취소하겠다는 것인지, 구제한 행위가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겠다는 의도인지 학부모들은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구제 대책의 적법성 여부를 떠나 어떠한 결론이 나오든 교육현장은 또다시 혼돈의 소용돌이로 휘말리게 될 게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학부모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원칙 없는 대책이 행정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배정 오류가 발생했을 때 사과한 뒤 수정배정 원칙을 지켰으면 그만이었는데, 원칙 없는 행정이 일을 키웠다"며 "아마추어적인 행정이 교육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교진 교육감이 17일 밤 학부모들과의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앞서 시교육청은 지난 11일 오후 3시 고교 신입생 배정 과정에서 시스템 오류가 발견되면서 배정 결과를 발표 30분만에 긴급 취소했다. 국제고·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등 특목고에 우선 합격한 학생 109명까지 평준화 후기고 신입생에 중복 배정된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

시교육청은 즉시 시스템 오류를 수정해 2775명 가운데 109명을 제외한 2666명에 대해 재배정을 마무리하고, 당일 오후 9시경 교육청 홈페이지에 결과를 통지했다. 이 과정에서 배정 순위가 뒤로 밀린 일부 학부모들이 항의하는 등 논란이 일었고, 시교육청은 불이익을 받은 학생들을 최초 배정학교에 진학하도록 추가입학을 허용키로 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빠져나가면서 정원에 미달하게 된 과소학교 예비학부모들은 학생수가 줄어들 경우 내신 등에서 불리해져 대학진학과정 시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며 지속 반발해 왔다.

한편, 배정 업무를 담당한 위탁업체가 지난 16일 시교육청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류 발생의 원인은 프로그램 버그(bug)로 파악됐다. 이유 없이 오류 메시지가 출력되거나 프로그램이 오작동하는 경우로 일반적으로 코딩오류를 뜻한다.

업체 측은 특목고 학생들의 원서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이 합격자를 일반고에 배정하는 버그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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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hdbrwk 2019-01-20 00:23:34
무능하신 교육감도 문제지만 함량미달 연기군출신 장학관 참모들이 더큰 문제다 앞으로, 세종시 이사온것 후회한다.

세월호 2019-01-18 13:08:01
초등학생을 대려다놔도 그것보단 잘하것다..
듕신들...ㅉㅉ

범지기 2019-01-18 11:32:57
함량미달 교육감이 문제다.

세종학부모로써 쪽팔리기 짝이 없다.

상심 2019-01-18 06:16:17
버그? 말이야 방구야?
원인을 업체에게로 돌리려는 것 같은데?

지니 2019-01-18 04:42:58
버그라니ㅋ 전문가 투입시켜서 속시원히 확인하고 싶다 니들 전기선발된 학생 체크 안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