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 구릉지 많은 세종시, 오래전에는 바다였다는 걸까
황토 구릉지 많은 세종시, 오래전에는 바다였다는 걸까
  • 임비호
  • 승인 2019.01.19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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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비호칼럼] 세종시 땅덩이에 대한 담론, 하늘도 무너지고 땅도 꺼질까

살면서 당연하기에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이다. 항상 그 자리에 있기에 별 의식 없이 살아간다.

불현듯 내가 밟고 있는 이 땅,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세종시 산천은 영원히 그대로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더불어 세종시 지형은 언제부터 이런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궁금해졌다.

우주나 지구 지표면이 움직인다는 것은 학창시절 지구과학 수업에 배웠고, TV 다큐에서 보았기에 피상적으로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내가 발 딛고 있는 이곳이 그 영향으로 변한다는 것을 실지로 연결시키지는 못한 것 같다. 넓게는 한반도, 구체적으로는 세종시 산천의 형성 과정을 살펴보자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 둘 모습을 나타내었다.

볼펜 한 자루를 대비하여 지구 지질시대와 인간 역사를 비교 한 자료를 보게 되었다. 현생 인간 역사는 볼펜 한 자루에서 볼펜심 아주 끝부분에 있는 것으로 표시 되어 있었다. 학교에서 공부할 때는 인간의 역사가 참으로 길고, 복잡하다 생각했는데 막상 지구 지질 시대와 비교하고 보니 짧고 순간이었다. 이 런 결과를 접하고 보니 과연 이 땅의 주인은 누구일까 다시 묻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지질시대 연대표

2억 5천 년 전의 지구와 2억 5천년 후의 지구를 나타내는 모식도를 보게 되었다. 2억 5천 년 전의 지구의 판게아 모식도를 보니 모든 대륙이 하나로 뭉쳐 있는 모습이다. 한반도는 물론 세종시 모습을 찾기는 쉬지 않았다. 마치 초음파 사진으로 보여 지는 태아 모습이었다. 태아라고 말하니 그런가보다 라고 마지못해 긍정하는 정도였다. 한반도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종시 지형이 변해 왔다는 것을 가정해 보지 않았기에 설마라는 의구심을 가지면서 보게 되는 것또한 사실이었다.

5억년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변화 중인 지구의 모식도를 보고 있자니 감정적으로는 아니더라고 이성적으로 변하고 있는 사실을 받아드려야 할 것 같았다. 우리는 지금도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에 살고 있는 것이리라. 너무 천천히 변화하고 있기에 느끼고 있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아마도 한반도와 세종시의 산천은 저 모식도 같은 곳에서 세포줄기처럼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어 많은 변화를 거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을 것이다.

2억 5천년 전의 지구의 판게아 모식도와 2억 5천년 후의 판게아 울티마 모식도

흥미로운 자료를 하나 만나게 되었다. 땅덩어리가 하나로 뭉쳐 있다가 흩어지는 시점에 한반도를 이루는 땅덩이는 남반구 저위도에서 적도 사이에 있었고,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5,000km정도를 이동했다는 것이다.

조한섭 한겨레 환경전문기자는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기반정보연구부 박사의 말을 빌려 “한반도와 동아시아 형성은 곤드와나대륙이 분열되면서 시작된 세계적인 격변의 일부이며, 고지자기 연구 결과 고생대 초(약 5억 년 전) 동아시아 땅덩어리들은 남반구에 위치한 곤드와나 대륙의 북쪽에 속해 있었으며, 후에 한반도를 이루게 될 땅 조각들은 남반구 저위도에서 적도 사이에서 서로 떨어져 있었다라고 말을 전하고 있다.

이 때 일어났던 현상들은 한반도의 일부 지역이 해침을 받아 바다 환경에서 형성된 두꺼운 퇴적암인 석회암이 생기고, 육지의 물 고인 장소에 퇴적암이 생기면서 무연탄이 생성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런 연유 때문인지 세종시 동남쪽에 있는 옥천 인근에는 석회암 동굴이 많이 발견된다. 4만 년 전후 구석기 사람인 ‘흥수아이’도 이 시기에 형성된 석회암 광산에서 발견된 것으로 추정 해 볼 수 있다. 세종시 서남쪽 대천 인근 쪽에 무연탄 광산이 많다는 것은 그곳이 고생대 시기에는 육상의 분지 형태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세종시가 높은 산과 암석이 별로 없고 황토계통의 구릉지가 많은 것은 오래 전에 바다에서 육지로 변해 오랜 세월 풍화의 작용 때문일 것이다.

흥수아이가 발견 된 두루봉 동굴 전경(제공 ;오천사님 블러그)
황토가 드러나는 세종시 공사현장

한반도 현재의 지형의 모습과 산지의 모습이 완성되는 시기를 조한섭 한겨레 환경전문기자는 이윤수 박사(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말을 인용하면서 중생대(2억 5천~ 6천 6백만 년 전)시기라고 전하고 있다. “고생대 때 한반도는 남반구에 위치한 곤드와나대륙의 북쪽에 자리 잡았다. 고생대 후기에 들어 맨틀로부터 엄청난 규모의 열 덩어리가 올라오면서, 곤드와나대륙이 하나씩 붕괴하기 시작한다. 이윽고 약 2억 6천만 년 전 곤드와나대륙 북쪽 가장자리에서 두 개의 작은 땅덩어리들이 떨어져 나가 북쪽으로 먼 여행에 나섰다.

이 땅덩어리들은 1억 8천만 년 전 함께 부닥치고 회전하고 봉합함으로써 중한지괴(한·중·일의 주요부를 구성하는 땅덩어리)를 이루게 된다. 중한지괴는 계속 북상하다가 마침내 중생대 백악기 초인 1억 2000만 년 전 남하하던 로라시아대륙의 시베리아지괴와 충돌함으로써, 오늘날 유라시아 모습이 완성되었다.

한반도는 인도보다 훨씬 전 벌어진 대륙이동과 충돌의 산물이다.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한반도는 단일한 땅덩어리가 아니다. 낭림육괴, 경기육괴, 영남육괴라는 3개의 선캄브리아(5억 4천만년 이전) 시대 땅덩어리와 그 사이 낀 임진강대와 옥천대라는 2개의 습곡대로 이뤄져 있다. 두 습곡대는 약 2억 년 전인 중생대 초에 형성되었음이 밝혀졌다.

한반도 지괴의 이동 시기와경로(제공:이윤수)
한반도 지질현황도(EBS제공)

세종시는 경기 지괴와 옥천 지향사의 경계에 있다. 북쪽의 편마암과 남쪽의 화강암을 기반암으로 하는 틀을 만들고, 이에 산지가 1차적으로 생기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강 같은 경우는 빗물이 지표면 지질구조선을 타고 토양을 침식 시켜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1차적으로 빗물에 의해 지표면 지질 구조선을 타고 만들어진 강들은 향후 경동요곡운동에 의해 결정적으로 그 모습이 결정되는 것이다.

연기군 지질현황도(1973년 자원개발연구소 한국지질도 의거 작성/98년 연기지)

세종시를 가르는 금강의 경우 일차적으로 서쪽 방향으로 방향을 잡은 2개의 물줄기가 신생대에 있는 경동 요곡 운동에 의해 합쳐지어 지금의 모습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 할 수 있다. 금강이 다른 강과 달리 둥근 원을 그리며 진행되는 모습은 이때 완성된 것이다.

금강은 출발한 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모습이다. 이 모습이 금강의 특성을 나타내는데 그 이유가 바로 지각 변동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금강의 모습이 이후 인문학적으로는 역성혁명의 지형을 가졌다는 원인을 제공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금강의 형세

항상 불변이라고 생각했던 땅에 대한 의문이 들어 시작한 여행을 통해 세종시에는 왜 황토 구릉지가 많은지를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었고, 금강이 어떤 경로를 통해 지금의 모습을 하게 되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또한 세종시 인근에 왜 이리 구석기 신석기 시대의 유물이 많이 있는지를 지구과학적 차원의 이유를 이해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땅도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을 체감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이 땅의 주인은 누구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사람은 결코 자연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빌려 쓰는 것이다. 움직이는 것 같지않은 땅도 그 나름의 운동을 하기에 인간은 그 이치를 바로 알고 상생의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임비호, 조치원 출생, 공주대 환경과학과 졸업, 세종 YMCA시민환경분과위원장(현), (전)세종생태도시시민협의회 집행위원장, (전)세종시 환경정책위원, (전)금강청 금강수계자문위원, 푸른세종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전), 연기사랑청년회장(전),이메일 : bibo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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