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두려움에서 설렘으로
'디지털', 두려움에서 설렘으로
  • 세종의소리
  • 승인 2019.01.15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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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세종시 전의중 김동헌 교사, "나의 교실과 마음 바꾸게 해 준 원동력..디지털"
세종시 전의중 김동헌 교사

‘돼지털? 디지털!’

10 여 년 전 유명 전자회사의 광고에 나와 유행했던 대사다. 디지털이란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할머니가 비슷한 발음의 ‘돼지털’로 웃음을 자아낸 광고다. 디지털 세상이 되어 생활의 편리함을 누릴 수 있다는 광고인데, 그 이후로 우리 사회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였고 편리해졌다. 3차를 넘어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왔다고 하며 야단들이다.

하지만 우리 교육현장은 다른 분야보다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변화하고 있다.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들이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말은 그냥 웃고 넘기기엔 너무 큰 뼈가 들어 있다. 아날로그 감성을 갖고 학생들을 가르친 지 20년! 매년 학기 초 새로운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언제까지 이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지 자문하였다.

3월에 새로 학교를 옮기면서 디지털교과서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안전지향적인 성향을 갖고 있던 나에게 ‘디지털’은 그야말로 막막함 자체였다. 디지털 감성과는 너무나 멀었던 내가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 연구부장을 맡으면서 나의 학교생활은 360도로 크게 바뀌게 되었다. 과연 ‘디지털교과서는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디지털교과서를 좋아하게 하고, 잘 사용하게 할 것인지가 나에게 주어진 큰 숙제였다.

처음 시작한 것은 학교의 스마트 기반 시설과 학생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일이었다. 연구학교 2년차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디지털교과서 활용 및 스마트 교육을 운영하기에 적합한 환경은 이미 잘 구축된 상태였다. 모든 교실에 무선 인터넷이 되어 학생 한 명씩 개인 태블릿PC를 사용할 수 있었다. 면소재지의 소규모 학교로 학부모님들과 지역사회의 신뢰를 받고 있어 연구학교 운영에 최적의 학교란 생각이 들었다. 학부모님들이 대부분 맞벌이를 하시고 방과 후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자기주도학습이 절실히 필요한 상태였다.

1, 2학년 국어 교과 분석을 제일 먼저 실시하여 학생들의 흥미와 수준을 고려한 새로운 교과과정을 재구성하고, 스마트 기자재와 위두랑을 활용할 수 있는 단원을 선별하였다. 학생들의 생각을 모을 수 있는 패들렛 앱, 형성평가에서 많이 사용했던 소크라티브나 카훗앱은 학생들이 즐겁게 수업에 몰입하도록 도와주었다.

그 동안 해왔던 교사 중심의 일방적인 설명식 수업에서 벗어나 교과 내용과 학습 목표를 위한 다양한 스마트 앱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조용하던 교실이 생기를 얻어 살아나기 시작했다.

1학년 국어시간 수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우리 고전문학 작품을 네팔에 살고 있는 어린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활동이었다. 학생들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옛날이야기나 고전 소설을 선정하여, 학생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요약했다. 각 페이지에 들어갈 내용과 그림을 구상한 후 영어번역 앱이나 영어사전을 이용해 번역을 했다.

교과시간에 다 마치지 못한 학생들은 위두랑에 과제를 올리고, 어려운 과제는 선생님과 소통하며 과제를 수행하였다. 영어교과와 융합 수업을 통해 비문이나 맞춤법을 수정하였고 학생들이 직접 색연필로 그림을 그려 동화책을 완성하였다. 각 페이지마다 사진을 찍고, 영어선생님과 원어민선생님이 발음을 지도를 해 주신 후 학생들이 찍은 사진과 학생의 녹음을 합해 하나의 E-Book을 만들었다. 학생들은 태어나서 처음 자신의 힘으로 책을 만들었다는 성취감과 네팔에 우리나라 작품을 소개하는 의미 있는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학생들 수업 모습, 사진=전의중 제공

국어 수업시간에 가장 많이 사용했던 앱은 웹툰 카메라 앱이었다. 2학년 국어 단원의 ‘꽃신’이란 소설 작품의 장르를 1차 작업에서 희곡으로 바꾸어 보고, 그 대본을 바탕으로 영화를 찍고, 영화의 장면을 다시 웹툰 카메라를 이용해 만화로 만들어보는 모둠 활동을 하였다. 4~5명이 모둠을 이루어 각자 자신의 역할을 나누어 대본을 작성하고, 촬영 기법과, 배우의 표정, 대사, 어울리는 음악을 정하고 소품을 준비하였다. 구성 단계별로 연극을 하며 웹툰 카메라로 찍었다. 찍은 장면에 중요 대사와 지문을 넣는 편집 과정을 거쳐 모둠의 작품을 완성한 후 위두랑에 올리게 하였다.

학생들은 위두랑에 올라온 친구들의 작품을 보며 댓글을 달아주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교류했다. 교사는 위두랑에 올라온 내용을 순서대로 모아 학생들이 발표할 수 있도록 모으는 작업만 하였다. 학생들은 편집을 따로 배우지 않았는데도 서로에게 물어보고 다른 학생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배움이 일어났다. 교사가 모든 것을 가르치고 통제하려던 예전의 나의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다.

학생들에게 과정을 설명하고 완성할 과제를 던져주면 학생은 과제를 완성하기 위해 스스로 탐구하고 친구들과 협력하여 과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다. 항상 교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창조적인 작품을 완성해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국어교과에서 디지털교과서로 직접 수업은 하지 못했지만 다양한 스마트 앱과 위두랑을 통해 선생님만 수업에 참여하는 일방적인 수업에서 벗어나 함께 소통하고, 활동하는 살아있는 수업을 할 수 있었다.

디지털! 두려움으로 다가온 단어가 이제는 설렘으로 바뀌었다. 학생들과 즐겁게 웃으며 수업할 수 있었고, 새로운 교수법으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설렘! 디지털은 나의 교실과 나의 마음을 바꾸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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