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T까지 등장한 세종시 한솔동장 선출 '눈길'
PPT까지 등장한 세종시 한솔동장 선출 '눈길'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8.12.13 17:2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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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한솔동장 추천 주민심의위원회, '세종형 자치 실현 서막'
동장 후보 프레젠테이션까지 준비, 심의위원 중학생 포함 이색
김온회 사무관이 PPT를 활용해 한솔동 운영계획서를 발표하고 있다.

"준비한 계획서 잘 봤습니다. 자료 준비를 잘 하신 것 같은 데 계획력이 뛰어난 것 같네요. 수고하셨습니다."

프레젠테이션(PPT) 발표가 끝나자 패널들의 얼굴엔 흡족함이 묻어났다. 발표 도중 "준비 잘했네" "고생 많이 했겠어"와 같은 감탄사도 흘러나왔다. 일반 기업의 업무 계획안 또는 신상품 발표 자리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었다.

12일 한솔동장을 뽑는 주민심의위원회는 ‘세종형 자치실현’의 본격 서막을 알리는 자리였다. 동장 후보로 나선 공무원 중 하나는 PPT 자료까지 준비하는 등 열의를 보였고, 주민 질의 또한 날카로웠다.

세종시는 시정3기의 핵심과제 '시민주권특별자치시' 실현을 목표로 지난 7월 조치원읍에서 처음 실시한 '읍면동장 시민추천제'를 한솔동과 도담동 등 동(洞) 지역으로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읍면동 주민자치센터 평가에서 1·2위를 차지하는 등 주민자치에 대한 열의가 높고 자치여건이 성숙했다는 판단에서다.

읍면동장 시민추천제는 기존 시장이 갖고 있던 읍면동장 임명 권한을 시민에게 나눠주자는 취지다. 이른바 시민이 직접 심사를 통해 읍면동장을 추천하는 탈권위주의적 민주적 인사시스템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이날 심의 과정은 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주민심의위원들이 동장 후보들의 발표를 지켜보고 있는 모습

시는 앞서 조치원읍에서 드러났던 문제점을 대거 보완해 주민심의위원을 공개모집하고, 참여를 확대했으며, 패널 심의방식도 도입했다.

이날 동장 후보에는 직위 공모에 응모한 5급 공무원 세 명이 후보자로 나섰다. 각 후보들은 동장에 지원한 동기, 주요성과, 주요계획, 운영계획서 등을 10분간 발표하며 한 표를 호소했다. 패널과의 질의응답 시간(20분간)도 가져 후보들이 갖고 있는 세세한 장단점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45명의 심의위원 중에는 16살짜리 중학생도 4명이나 눈에 띄었다. 각계각층의 주민들로 구성된 패널들은 후보자들에게 송곳 질문을 날리며 진땀을 빼게 만들었다.

평가 과정도 처음부터 끝까지 공개됐다. 각 심의위원들은 후보자들의 발표를 들은 뒤 ▲리더십 ▲사회성 ▲추진력 ▲의사전달력 ▲고객 지향성 등 5개 항목에 걸쳐 상(10점), 중(7점), 하(4점) 등의 점수를 평가했다. 총 50점 만점이었다. 단 추천 대상자는 명단만 발표하고, 탈락자 점수와 순위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 시민은 "읍면동장 시민추천제가 시민주권특별자치시의 핵심 정책인 것 같다"면서 "우리 손으로 직접 뽑은 만큼 앞으로 한솔동이 커다란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한솔동장 선출 평가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개됐다. 사진은 한솔동장 시민추천제 후보자별 평가표

이날 심의위원으로 참석한 한솔중 학생(3학년)들은 "직접 동장을 뽑는다니 어색하기도 하고 새로운 경험"이었다"면서 "후보자들의 발표 내용이 어려워 공약 실현 가능성을 알지 못해 세심하게 설명한 후보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고 말했다.

김려수 자치분권과장은 "읍면동장 시민추천제를 초석으로 마을 조직이 갖춰지면 순차적으로 마을재정, 마을계획, 마을입법 등의 권한을 주민에게 부여할 것"이라며 "읍면동장과 주민이 함께 지역을 만들어가는 풀뿌리 마을자치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제도의 온전한 정착을 위해선 인기투표식 선출을 막기 위한 보완책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이날 주민심의 결과 한솔동장에는 PPT를 활용해 운영계획서를 발표한 김온회 사무관이 선출됐다.

김 사무관은 현재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파견을 나가있으며, 연기군 기획계, 행복지원사업소, 부강면, 감사관실, 의회사무처 등에서 근무했다.

한솔동장에 지원한 동기는 '시민주권특별자치시 세종'의 선도지역 및 첫마을 위상 제고를 꼽았다. 주요 계획으로는 ▲첫마을의 위상 제고 ▲시가지 가로환경 정비 등 쾌적한 환경 조성 ▲시민과 소통하는 봉사·현장행정 실천 ▲다양한 문화공연 등 문화향유 기반 구축 ▲시민주권, 주민자치 행정의 으뜸도시 조성 등을 제시했다.

김 사무관은 내년 1월 정기인사 시 한솔동장에 임용될 예정이다.

김온회 사무관
주민심의위원들이 동장 후보들의 발표를 지켜보고 있는 모습
한솔중학교 학생 심의위원들이 동장 후보들의 발표를 유심히 청취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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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 2018-12-23 03:25:08
차라리 동주민투표를 실시하는게 주민자치에 맞을듯
몇몇명의 의견에 휘둘리는 동장 뽑자는 건지
임명직과 무엇이 다른지

2018-12-14 13:46:25
동장님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