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세종역' 예타면제 물건너가나, 세종시 '출구전략'
'KTX세종역' 예타면제 물건너가나, 세종시 '출구전략'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8.12.1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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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운동장' 건설 사업 7일 국가균형발전위에 예타 면제대상 사업으로 추가 신청
'KTX세종역' 정부의 부정적 기류 영향, '예타 면제' 아닌 '정식 예타'로 정면 돌파 관측
KTX세종역 예정 부지 전경
KTX세종역 예정 부지 전경

세종시가 'KTX세종역'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사업 선정이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고 출구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종합운동장’ 건립 사업을 예타 면제 사업으로 추가 신청한 것이 확인되면서다.

세종시는 지난 7일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위원장 송재호)에 예타 면제대상 사업으로 '종합운동장'을 추가로 신청했다. 이춘희 시장은 지난주 송재호 위원장을 만나 협의한 후 이 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대다수 지방자치단체에서 예타면제사업으로 사회간접자본(SOC)을 집중 신청했다”면서 “도로, 철도 등의 SOC가 아닌, 종합운동장 같은 생활SOC분야를 신청할 경우 낙점되기 쉬울 것이란 판단이 깔려있다”고 신청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달 말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는 사업을 선정해 예타 면제를 포함한 신속한 추진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확정했다. 이후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예타에 묶여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사업 2건씩을 지난달 12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시는 고민 끝에 'KTX세종역'을 1순위로, '세종~청주 고속도로'를 2순위로 신청한 바 있다.

이번에 추가 신청한 종합운동장은 대평동(3-1생활권) 인근 부지(17만 8000㎡)에 주경기장(2만 5000석)과 보조 경기장, 실내경기장 등의 마스터플랜만 수립된 채 수년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지만, 예산부담 주체를 놓고 행복청과 세종시가 입장차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부지매입비 1266억원, 공사비 2461억원, 용역비 213억원, 예비비 273억원 등 총 4213억원(2013년 기준)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행복청과 세종시는 사업비 분담비율을 협의한 뒤 지난 6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대상사업에 신청했지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현재 전면 보류된 상태다. 사업비는 행복청과 세종시가 7대 3의 비율로 투입할 것을 합의했다.

종합운동장은 지난달 정부의 예타면제 신청접수 당시 유력하게 거론됐던 카드이기도 하다.

세종시 종합운동장 주경기장 기본계획(안), 사진=세종시 제공

그렇다면 세종시는 종합운동장을 예타면제신청 마감 한 달여가 지난 시점에서 과연 왜 꺼내들었을까. 그것도 이미 2개 사업을 모두 신청했는데 말이다.

정부의 잇따른 'KTX 세종역 신설 불가' 발언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사실상 세종역의 선정 가능성을 낮게 본 세종시가 '출구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세종역 논란이 충청권을 넘어 호남권까지 번지면서 정치권 쟁점화에 선을 긋는 발언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14일 KTX 세종역 신설과 호남선 노선 직선화를 요구하는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세종역 신설은 없다”고 분명히 했다. 또 김현미 국토부장관도 앞서 지난 10월 KTX 세종역 신설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당시 세종시는 “원론적인 입장일 뿐”이라며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천안에서 호남으로 직진하는 노선 신설에 대해 말했던 것 같다”거나 “세종역 설치는 비용 대비 편익(B/C)이 미달되고, 충청권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안다”는 식이다.

하지만 당혹스런 표정은 감추지 못했다. 정부의 부정적 기류를 마냥 무시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정부의 입장을 냉정하게 바라봤을 때 세종역 예타면제는 국무회의 통과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종합운동장'을 예타면제사업 접수 마감 한 달여가 지난 시점 뒤늦게 신청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춘희 시장도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이 시장은 <세종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총리께서 (KTX세종역에 대해) 반대의견을 말씀하셔서 아예 정식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당당하게 가자는 ‘방향전환’으로 보면 될 것”이라며 “종합운동장의 경우 그간 기재부가 협의한 전례가 있어서 예타면제에 선정되기 쉬운 측면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활 SOC 분야인 종합운동장은 시민들의 희망사항이기도 하다”며 “정부에 선택의 폭을 넓혀준 것”이라고 했다.

세종시는 그간 KTX세종역 건설과 관련, 투트랙 전략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일찌감치 확정한 바 있다. 정부의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직접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용역비도 이미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해 후속조치에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세종역 신설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타당성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단 이야기다.

송재호 위원장과 이춘희 시장이 정확히 어떠한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확인할 순 없지만, 대략 이 같은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종시의 ‘종합운동장’이란 출구전략이 성공적으로 적중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한편 당초 정부는 예타면제 선정 결과를 12월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내년 1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 종합운동장 부지 위치도 및 시설배치도, 사진=세종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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