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고 일주일만에 발견되는 세상
사망하고 일주일만에 발견되는 세상
  • 심은석
  • 승인 2013.01.27 06:2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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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석의 세상사는 이야기]고독한 죽음 남의 일이 아니다

   심은석 세종경찰서장
한 겨울 바람이 차갑다. 몰아치는 바람에 나뭇가지가 심하게 흔들린다. 새벽하늘은 차가운 유리처럼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새벽 전화기에서 관내 어느 집에서 화재가 발생, 집 3채가 전소 되엇다는 소식, 현장에 나가 보니 새벽부터 고단했을 소방관, 경찰관들의 머리 위로 혹한의 추위에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화재 등 각종 사건, 사고 없는 휴일을 기원하며, 또 아침을 맞는다. 움츠려드는 날씨 탓에 거리는 한산하다. 이런 날은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이 춥지 않을까 걱정된다. 며칠 전 전의면 마을 경로당에서 오십 여 어르신들과 떡국을 같이하며 즐거웠다. 홀로 사시던 할머니 한분이 돌아가신지 일주일여 만에 발견 되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도시 뿐 만 아니라 농촌에도 지켜보는 이 없이 쓸쓸이 돌아가시는 사건을 많이 보게 된다.
흔히 ‘고독사’는 혼자 죽음을 맞이하고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발견되는 ‘고독한 죽음’이라 한다. 살아서도 외로웠는데 죽어서도 외로움을 떠나보내지 못한 고독한 죽음,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애도 속에서 존엄과 예우를 받으며 이 세상을 떠날 수 있어야 한다.

성현들은 사람이 가장 기원하는 오복(五福)중에 으뜸을 장수와 고종명(考終命)이라 하여 편안하고 존엄하게 죽는 것을 복 받은 사람이라 하였다. 고령화가 가속되고 다양한 연령층의 1인가구와 독거노인이 증가하면서 고독사 문제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세종지역에는 만 칠천여 어르신 중에 독거어르신이 4천여 가구에 이른다.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이장단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마을 공동체가 형성 되어 있지만 아직도 독거 어르신들의 안전에는 허점이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독사 위험군’이 될 수 있는 1인가구는 414만 가구, 젊은 층의 1인
가구도 증가하지만 고령층의 1인가구가 더 많다. 특히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119만명, 노인 빈곤층이 전체의 45%로 감안 할 때 50만 명 정도 독거 어르신은 ‘고독사 위험군’으로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 관계 단절로 생활 능력이 떨어진 ‘위기가구’는 9만 5천명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통계도 없는 실정이다.

독거노인 입양제도, 노인클럽 활성화 등 독거노인을 위한 사회적 배려 눈여겨봐야

충남경찰에서는 다양한 노인 안전 확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소외된 독거 어르신을 보살피는 맞춤형 순찰 뿐 만 아니라, 정기적인 범죄와 교통사고 예방교육, 치매노인 안전을 위한 위치 추적 GPS 장착과 경찰서와 노인회의 안전 확인 MOU 체결 등, 앞으로도 치매, 독거 어르신에 대한 보살핌은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작년 대한 노인회로부터 대통령 기관 표창을 받았다.

호주의 경우 독거노인을 돕는 ‘독거노인 입양’이라는 제도를 운영한다. 프랑스의 경우는 지자체마다 노인클럽을 활성화 시키고 있다. 고독사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은 독거노인의 가스 사용 여부를 자녀나 친인척 등의 휴대전화나 이메일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통해 가스 사용량이 줄어들면 위험을 감지하는 제도를 운영 하고 있다. 이렇듯 복지국가에서는 독거노인들의 외로운 죽음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시책을 강구 하고 있다. 이젠 우리나라도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안히 눈 감는 것,
하지만 마지막 세상과 이별하는 순간에 아무도 곁에 없다는 사실과 오랫동안 방치 될 것이라는 두려움은 더욱 슬프게 할 것이다. 홀로 고독하게 죽어 가면서 얼마나 비참하고 허무하고 서글플까.

사람은 출생에서 죽음까지 존엄할 권리가 있다. 그것은 하늘이 부여한 인권이다. 하지만 소외계층으로 갈수록 부의 양극화 뿐만 아니라 사회적 네트워크가 약해지는 인맥의 양극화 현상이 우리사회도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옆집 사람이 소리치며 쓰러져도 문 열고 비명을 지르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이웃과의 단절,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과의 단절, 군중 속에 있지만 너나없이 타인인 우리사회의 안타까운 현실, 이젠 소외된 이웃에게 좀 더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신뢰와 원칙, 법과 질서, 배려와 존중, 봉사와 참여 등 사람의 향기가 물씬나는 사회적 자본이 성숙한 사회는 선진 복지국가, 대한민국의 지향점이 아닐까.<필자 심은석은 현직 세종경찰서장이다. 공주 출생으로 공주사대부고, 경찰대학 4기로 졸업하고 한남대에서 행정학박사를 취득했다. 지난 7월 시집 '햇살같은 경찰의 꿈'을 출판했고 한국 문학신문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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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사랑 2013-01-29 06:57:00
글쓰는 게 잘못은 아니죠. 소통하는 거죠. 글을 쓰면서 치안업무를 소홀히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런 소리는 못들어봤는데요.

시민 2013-01-27 19:35:39
한가하신 공직자인가?
서장 업무가 만만한게 아닌데. 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