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게, 자네도 아내를 존중해줘봐, 그러면..."
"여보게, 자네도 아내를 존중해줘봐, 그러면..."
  • 세종의소리
  • 승인 2018.12.1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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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림칼럽] 부뚜막에 앉아 수제비 떠주는 남자,,,"지금은 흔하지만 그때는 흉이 되는 사회"

5~60년대의 이야기입니다.

아내가 아궁이에 불을 떼면 남편인 오선생은 부뚜막에 걸터앉아 매우 능숙한 솜씨로 수제비를 떠 솥에 넣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오선생을 공처가라고도 하고요. 사내 체통을 내팽개친 놈이라고도 하는데요.

남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전혀 신경도 안 씁니다. 시골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지만 알아주는 명문 선비집안의 장손에다가 일제강점기에 일본까지 유학 가서 맹자를 전공하신 분입니다. 그러니 근동에서 오선생보다 더 유학에 밝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런 그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남녀는 평등하다. 그러니 남자들은 여성을 차별하지 말고 존중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도 그것을 실천했지요.

그는 종종 어린 딸을 업고 동네 길을 산책하기도 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이야 이런 게 별반 이상할 것도 없지만 5~60년대에는 이런 게 이상하게 보이는 때였지요. 그런 그를 보고 동네 유학자 분이 헛기침을 하며 나무랐습니다.

"에........! 여보시게 자내는 사내로서 어찌 체통이라는 것도 없는가?"

"어르신 저의 체통은 저의 자식을 아낌없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그의 답변을 들은 유학자는 혀를 차며 말세라고 한탄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오선생이 연로하신 어머니가 걸음이 불편해 지자 매일 같이 손을 잡고 산책을 했고, 다시 더 걸음을 못 걷게 되시자 어머니를 업고 다니셨습니다.

그런 그의 효심을 보고는 유학자도 크게 감동했습니다 한번은 그의 친구가 남자란 여자에게 존경을 받아야지 어째 불알찬 놈이 마누라를 존경하냐고 놀렸습니다. 그러자 오선생은 정색을 하고 말 했습니다.

"여보게 자네도 아내를 존중해 주게, 그럼 자네의 아내가 얼마나 자네에게 감동하고 존경해 주겠는가. 자네가 아내를 존중하지도 않으면서 어찌 아내에게 존중 받으려고 하는가? 진정 존경받을 만한 인격자는 먼저 사람들을 존중하고 존경하지 스스로 존경받으려고 하지 않는다네."

부모님 제사를 지내는 때에는 물론 제사음식을 아내와 같이 장만했고, 제사상에 잔을 올리고 절을 하는 것도 아내와 딸과 아들이 모두 같이 했습니다. 세월도 흘렀고, 시대도 많이 달라진 지금 돌아보면 오선생은 시대를 많이 앞서간 선각자였습니다.  <효림스님은 불교계에 대표적인 진보성향의 스님으로 불교신문 사장, 조계종 중앙 종회의원, 실천불교 전국 승가회 공동의장을 거쳤다. 2011년 세종시 전동면 청람리로 내려와 경원사 주지를 맡고 있다. 세종시에서는 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의장을 역임하는 등 시민운동 참가를 통해 진보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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