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도시 세종시, 방심하면 안됩니다"
"명품도시 세종시, 방심하면 안됩니다"
  • 황우진 기자
  • 승인 2018.12.09 1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종인] 황순덕 전 연기군의회 의장, "세종시는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씨앗"
행정수도 원안 사수를 위해 삭발투쟁을 해왔던 황순덕 전 연기군의회의장은
행정수도 원안 사수를 위해 삭발투쟁을 해왔던 황순덕 전 연기군의회의장은 "세종시가 앞으로 더 험난한 과정이 남아있다" 며 "모두가 성공적인 세종시 완성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시가 인구 30만명이 넘으면서 우리나라 역사상 유례 없는 행정특별수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출범 7년 밖에 안되는 신생도시다. 세계적 명품도시로 가기 위한 꿈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었어야 한다. 

세종시 출범을 위해 삭발을 하면서 강력한 투쟁을 해온 황순덕씨(63)를 지난 3일 오후 초겨울 문턱을 밟고 전동면 아람달에서 만났다. 옛 연기군시절 5선 의원으로 2대 의장을 지낸 황씨는 전통 농촌문화 체험장인 '아람달' 대표를 맡고 있다.

"우리 세종시 갈길이 아직 멀고 험난합니다. 지금까지 지나온 길도 가시밭길이지만 앞으로도 비단길만 펼쳐진 것이 아니예요. 명품도시가 되려면 더더욱 정신 바짝 차리고, 공부해야 합니다.“

세종시의 현황을 묻는 질문에 대해 그는 이렇게 답하면서 "세종시 앞날이 결코 순탄치 않은 것"이라고 혼자말처럼 말했다.

황순덕씨는 전동면이 고향이고 5대째 이곳에서 살고 있다. 1991년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처음 시작할 즈음 뜻을 세우고 시의원이 됐고 1995년 재선의원 때는 전국최연소로 연기군의장으로 일했다. 내리 5선 의원으로 연기군을 위해서 몸을 바쳐온 인물이다.

'하늘은 뜻을 세우고 그 뜻을 사람이 받다'

이제 세종시가 어엿한 중견도시로 변모했는데, 연기군 시절부터 세종시가 되기까지 투쟁의 길을 걸어온 소회를 물어보았다.

“세종시가 되기까지 참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었어요. 2004년 전후에는 모두 신행정수도가 된줄 알고 들떠 있었지요. 갑자기 위헌판결이 나자 연기군 사람들은 초죽음이었어요. 수용될 땅을 생각하고 이미 돈을 빌려 대토를 해 놓았는데, 행정수도가 취소되면서 빚더미가 된 것이지요.”

황 대표와 차를 마시며 시계를 뒤로 돌려 당시의 상황을 회상하며 바둑을 복기하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황순덕 전연기군의원은 행정수도 사수를 위해 몸을 던졌다. 사진은 2004년 '행정수도 사수' 투쟁사진

“2004년 위헌판결이 나면서 참 상황은 막막했어요. 그렇게 된통 당하고도 충청도 사람들인지라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있어야지... 할 수 없이 의원이라는 멍에를 지고 있어 뜻을 같이하는 김일호, 성기호씨 등 몇 사람과 힘을 합쳐 촛불시위를 시작했어요. 조치원역 앞에서 머리를 깎고 단식 농성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촛불집회 참여자가 15명 정도 밖에 안 되었어. 그러다 일개 군의원이 단식하며 3개 시도지사 퇴진을 주장하니까 그것이 중앙지에 알려지고, 점차 세력이 불어나니까 심대평 당시 충남지사가 성금을 가지고 달려왔어요.”

황 대표는 마치 당시의 세월로 돌아간 듯 생동감있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역 앞에서 단식투쟁을 하며 서울로 상경하여 시위할 계획을 세웠어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는데...‘쓸데없는 짓’이라고 말리는 사람이 많았어요. 집을 잡히고 3천만 원 대출을 받아 버스30대로 상경했지요. 나는 당시 13일째 단식으로 엠블런스를 타고 가고, 연기군민이 버스30대로 상경하여 종묘공원에 가서 시위를 하니까 중앙언론이 대서특필하고 난리가 났었지요. 그래서 어찌 어찌하여 다시 다음해 합헌결정이 나고, 참 하늘이 도왔어요. 세종시 행정수도가 된 건 사람이 했지만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해요.”

2004년 10월 21일 행정수도 위헌판결이 나자 행정수도 사수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10월27일 조치원역 앞에서 첫 번째 삭발단식 투쟁을 시작했다. 2005년 ‘행복도시’가 확정되면서, 그해 12월 황의원은 행정도시가 성공적으로 추진 될 수 있도록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충청권 3개시도사와 의장 6명의 공동명의로 공로패를 받았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행정수도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황의원의 삭발과 단식투쟁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동안 황씨는 행정수도를 지키기 위해 4번의 삭발과 4번의 단식을 했고, 뇌경색의 아픔도 잊고 지역을 위해 뛰었다.

행전수도의 산파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대략 마무리하고 화제를 다시 ‘아람달’ 이야기로 돌렸다.

전동면 아람달은 그동안 크고 작은 행사로 몇 차례 다녀간 적이 있지만 그 역사나 운영에 대해 알지 못해 궁금했다.

아람달에서 개최한 유치원 학부모들의 '친구되기'행사 사진

‘아람달’ 인성학교‘ 아이들과 감자 캐고, 가재잡고...

“아람은 풍요롭다, 달은 땅 대지의 뜻으로 풍요로운 땅이라는 말이지요. 아람달은 6개마을이 공동으로 만든 농촌체험마을 영농조합인데, 동림권역 6개 마을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2010년 70억짜리 농촌마을종합개발 공모사업을 받았어요. 농촌체험마을로 2016년 완공하고, 내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이번에 인성학교로 지정을 받았어요. 우리 아람달은 올해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체험 휴양마을 평가에서 체험프로그램부문 1등급을 받았어요.”

‘아람달농촌체험 휴양마을’은 올해 11월 20일자로 농림수산식품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지정하고, 운영하는 ‘농어촌인성학교’로 지정을 받았다. 농어촌인성학교는 청소년의 창의적 사고와 인성함양을 목적으로 농어촌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일선학교의 체험학습과 인성교육을 담당하게 된다. 아람달은 세종시 첫 번째 청소년진로 체험기관으로 연 5000명 이상의 학생이 체험교육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 대표는 보리, 콩, 꽃농사도 함께 하고 있다.

“농사 중에 보리농사가 최고 쉬워요. 그냥 씨만 심어 놓고 수확만 하면 되니까. 판로는 전량 SNS로 주문을 받고 나가지. 오히려 없어서 못 팔았어. 올해는 꽃 농사로 튜울립 한 6만개를 심었는데, 관광단지를 조성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는 이제 투사에서 농삿꾼, 인성학교 교장으로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었다. 농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조치원 복숭아 축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복숭아 축제, 조치원에서는 참 재미있고 중요한 축제이지요. 돈벌이도 되고 조치원도 알리고...그런데 그걸 없애버렸어요. 없는 것도 만드는데, 잘하고 있는 것을 없애 버렸어.”

황 대표의 말에는 복숭아 축제가 없어진 것에 대한 아쉬움이 진분홍 복사꽃처럼 배어 있었다. 연기군시절 복숭아가 조치원 특산물로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의 한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복숭아 축제 때는 ‘복사꽃 아가씨’를 선발했어요. 함께 서울 가서 홍보했는데, 현대백화점에서 홍보행사를 하고 지하주차장까지 내가 직접 배달을 했는데, 어찌하다보니 내가 연기군의장이라는 것이 알려졌어요. 그때 참석자 중 한분이 행자부국장 사모님이었나봐요. 그래서 연기군의장이 직접 배달하는 복숭아가 아주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한꺼번에 150짝 주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렇게 조치원 복숭아가 소문 난거야.”

1994년부터 5년간 사비를 들여 복사꽃 아가씨들과 강남 현대백화점, 뉴코아백화점 등 35개 백화점을 순회하며 특산물 홍보를 했다. IMF당시에는 뉴코아백화점 부도로 복숭아 대금 수 천 만원을 받지 못하는 어려움도 겪었다. 당시 권문용 강남구청장, 이경문 문체부차관 등이 직접 현대백화점 앞구정점을 방문하여 복숭아 아가씨들을 격려해주고 복숭아도 많이 팔아주었다고 회고했다.

마지막으로 황 대표의 활동방향과 세종시의 전망에 대해 물었다.

“세종시 발전이 곧 충청권 발전의 씨앗이고,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초석입니다. 씨앗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세종시 의원들이 그 씨앗 역할을 잘 해야 할텐데... 지금 보기에 잘하고 있던가요. 이제 정치보다 인성학교 교육에 전념할 생각입니다. 우리 마을이 잘돼야 세종시가 잘되고 나라가 잘 되는 것 아닌가요.”

그의 소망처럼 ‘아람달인성학교’ 우리마을, 세종시,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다함께 매진할 것을 기대해본다.

'농촌체험관 아람달' 추억의 교복을 입은 옛날 학생들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