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김제영 선생님,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아! 김제영 선생님,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8.12.06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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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제영 선생을 추모하면서] 김일호 백수문학회장..."생전의 꿈, 후배들이 이루도록 노력할 터...고이 잠드소서"

연기군 문학의 대모(大母) 김제영 선생 타계에 대해 후배들이 안타까움으로 애도를 표하고 있다. 세종시보다는 연기군을 대표했던 고 김제영 선생 추모 글을 김일호 백수문학회장이 보내왔다. 김 선생의 타계를 아쉬워하면서 전문을 게재한다./편집자 씀

연기문학의 대모 김제영 선생이 영면하셨다. 후배 김일호 백수문학회장을 글로서 타계를 추모했다.
연기문학의 대모 김제영 선생이 영면하셨다. 후배 김일호 백수문학회장을 글로서 타계를 추모했다.

"선생님은 세종시의 큰 별이었습니다." .... 고 김제영 선생님을 추모하며

또 하나 세종시의 큰 별이 졌다. 지난 해 10월 극작가 윤조병 선생님이 타계하신 후 근 1년 만이다.

향토문학 세계에 첫발을 들여놓은 후 김제영 선생님과 인연을 맺고 지난 수 십년 간 수 많은 후학들과 함께 큰 가르침을 입어왔는데 변변히 모시지 못한 것이 몹시 죄송하고 못내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무심하게 지나쳤던 오랜 시간을 문득 뒤 돌아보니 선생님의 품이 얼마나 넓고 따뜻했었는지 선생님께서 홀연히 먼 길 떠나신 후에야 깨닫게 되는 불초한 마음이 비통하다.

소설가이시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오신 김제영 선생님의 작품세계에 대해선 평소 범접할 수 없었던 터라 딱히 기억을 꿰매어 표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오랫동안 조치원에 거주하시면서 백수문학,연기문학,민예총 등의 성장과정에서 큰 기둥 역할을 해주셨던 선생님의 업적은 길이 빛날 것이며 오래도록 우리가슴에 살아 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제영 선생님은 일제강점기,6,25전쟁, 군부독재 시절 등 파란만장했던 한국역사의 산 중인이시며 진보논객이며 문학세계의 대모로서 부패하였거나 부정하게 행해지는 권력에 대해선 펜을 들어 당당히 맞서 서슴없이 목소리를 높이셨다.

오래묵은 집, 조도가 낮은 서재의 조그만 탁자위에 꼭꼭 눌러 쓰시던 필체에 힘이 들어가 있듯이 그처럼 선생님은 당신의 울타리 너머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메시지를 전달하시고자 수많은 날들을 신열과 마음앓이를 하셨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선생님의 부군께서는 의료시설이 매우 열악하던 시절 지금은 식당이 자리하고 있지만 그 곳에 병원을 운영하셨다. 그 때부터 선생님의 옥필 원고지는 오래묵어 누렇게 변해버린 진료기록지였다. 기록지 뒷면에 빼곡이 글을 써 내려가셨고 종이가 모자라면 풀이나 테잎으로 길게 이어 붙여 사용하시곤 했다.

그 때 생각이 모자랐던 나는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으신데 그렇게 힘들게 글을 쓰셔야했는지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의 삶에 짙게 배인 허투루 낭비하지 않는 절약정신임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 당신은 그렇게 검소한 생활을 영위하시면서도 후학들의 행사에는 노구를 이끌고 빠짐없이 참석하시어 “밥값은 해야 한다” 하시면서 흔쾌히 격려금을 내주셨다.

부정하거나 부패한 것, 특히 국민을 억압하거나 사회를 오염시키는 권력에 대해선 예리한 메스와 같은 필력으로 대항의 목소리를 높이셨지만 후학들을 대함에 있어서는 따듯한 가슴의 어머니와 문학계 큰 스승으로서 늘 가까이 손잡아 이끌어 주셨던 선생님의 모습은 지금도 잔잔한 감동으로 자리한다.

2015년 봄날 나의 첫 시집 <노을에 젖다> 출판회를 세종시민회관에서 가졌을 때 선생님은 불편하신 몸을 부축받으시며 참석하셔서 들려주신 말씀이 또렷하게 떠 오른다.

김일호 백수문학회장
김일호 백수문학회장

"우리 일호같이 착한 사람이 정치를 이끌어야 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아까워”하고 많은 분들 앞에서 말씀해 주셨는데, 과찬의 고마움 보다는 선생님이 보시는 우리나라 정치권력 문제점의 심각성을 전달하시고자 하는 강한 메시지로 들렸었다.

이제 세종시의 큰별, 우리나라 문학계의 대모이자 시민사회단체의 여장부로서 사회정의와 진정한 민주주의의 미완성 빛조차 보시지 못한 채 김제영 선생님은 우리 곁을 떠나셨다.

심히 애통하고 못다 모셨던 아쉬움이 너무 커서 죄스러운 마음으로 선생님의 안식을 간절히 기원한다. 이 땅에 아직 남은 자들의 숙제를 풀어 선생님 살아생전 그토록 원하시던 세상의 꿈을 이루고자 더 많이 고민하고 힘쓰며 정진할 것을 고인 앞에 머리숙여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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