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행복청, 따로국밥식 놀이터 조성 '빈축'
세종시-행복청, 따로국밥식 놀이터 조성 '빈축'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8.12.0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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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 놀이터 조성, 유사한 사업 동시에 각각 추진해 행정력 낭비 논란
실적위주 주도권 다툼에 주민혼란 비판도, "협업해 조직 효율적 운영해야"
전남 순천에 조성된 기적의 놀이터 전경, 순천시 제공
'세종시청'과 '행복청'이 놀이터 조성 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면서 행정력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전남 순천에 조성된 기적의 놀이터 전경=순천시 제공

'세종시청'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유사한 사업을 동시에 경쟁적으로 추진하면서 행정력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지붕 두 가족'이 벌이는 실적위주의 주도권 다툼에 주민 혼란만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4일 행복청과 세종시에 따르면 양 기관은 최근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하고 희망하는 어린이 친화형 놀이터 도입을 위한 '신개념 놀이터 조성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정형화된 놀이터를 탈피해 창의성과 모험심을 높일 수 있는 특색 있는 놀이시설을 만들어 세종시를 '아동친화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다.

프로젝트 명은 전남 순천에서 최초 도입된 '기적의 놀이터'를 벤치마킹해 각각 '꿈의 놀이터'(행복청)와 '모두의 놀이터'(세종시)로 명명했다.

문제는 두 사업이 큰 차이점이 없는 사실상 대동소이한 사업이라는 점이다. 사업계획에 대한 내용과 구상 등 추진과정이 거의 판박이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행복청는 지난해 9월 첫 계획을 발표한 후 ▲관계기관 실무 특별팀(T/F) 구성(2017년 11월)을 시작으로 ▲편해문 총괄계획가 위촉(1월) ▲어린이놀이터 시범사업 추진위원회 출범(4월)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보람동에 첫 꿈의 놀이터를 준공할 계획이다.

세종시의 '모두의 놀이터'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 5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춘희 세종시장의 공약으로 탄생했다. 행복청의 꿈의 놀이터 사업 구상이 나온 지 정확히 8개월여 만이다. 이후 ▲놀이터조성 추진위원회 출범(11월) ▲편해문 총괄기획가 위촉(11월) 등 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추진 과정을 돌아보면 사실상 양 기관의 사업계획 로드맵은 동일한 수준. 각 기관의 실무특별팀이나 추진위원회에는 행복청, 세종시, 시교육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 등이 공통으로 참여하고 있고, 특히 사업을 총괄하는 책임자는 편해문씨가 똑같이 위촉되기도 했다.

편해문씨(사진 왼쪽에서 두번째와 세번째)가 이춘희 세종시장과 이원재 행복청장에게 위촉장을 받고 있는 모습

놀이터 구상도 판박이다. 양 기관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놀이터 디자인 캠프를 운영한 뒤, 어린이가 주축이 되는 디자인팀과 감리단을 운영해 어린이의 의견이 놀이터 설계에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행정력 낭비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행복도시라는 한 지붕 아래 행복청과 세종시가 각각의 목소리를 내려다보니 빚어지는 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도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책임지는 행복청과, 읍면지역까지 통합 관할하는 세종시가 각각의 사업을 통해 실적위주 행정을 펼치려다보니 촌극을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선 공무원들만 속앓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같은 사업을 두고 양쪽 회의에 동시에 참석하는 등 고충을 겪고 있어서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편해문 총괄계획가(총괄기획가) 역시 책임자로 동시에 위촉되면서 양측으로 불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조직의 효율적 운영이 절실한 대목이다.

행복청 관계자는 "일각에선 행복청과 시청의 놀이터 프로젝트 이름을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것으로 안다"면서 "시청과 잘 협의해 사업 방향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행복청은 신도시 지역만 관할하지만 세종시의 경우 읍면지역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면서도 "양측 직원들이 상대방의 회의에 참여하는 등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세종시와 행복청은 지난해에도 행복도시 건설에 대한 '시민의견수렴 창구'로 각각 '행복도시 발전위원회'와 '주민참여 자문단'을 앞 다퉈 구성하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하는 일이 거의 비슷한 유사한 조직을 경쟁하듯이 만들면서 주민 혼선을 초래하기도 했다.

주민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종촌동에 거주하는 송모씨는 "두 기관에서 추진하는 사업을 들여다보면 내용이 거의 비슷한 것들이 많다"면서 "각 기관마다 사업을 따로 추진한다면 행정력 낭비는 물론 주민 혼선도 커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 기관의 협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행복도시 건설과정에서 행복청과 세종시는 경쟁 관계가 아닌 엄연한 협업의 대상”이라며 “양 기관이 대승적으로 힘을 합해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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