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들, 시의원 맞습니까"
"이 사람들, 시의원 맞습니까"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8.11.29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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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 김중규 대표기자..."의정비 아깝지 않는 활동 보고 싶다"

“양당(兩黨)이면 협상이 가능하지만 내부 편 가르기가 시작되면 일당 독식체제는 더 힘들게 됩니다.”

“직접 전화했다고 엄청 혼이 났어요. 사무처 직원 통해서 일을 처리하라고 하네요.”

세종시 의회 출범 직후 한 얘기다.

민주당 싹쓸이, 초선으로 특징되는 세종시의회가 출범 5개월 만에 시민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교복 무상지급, 조치원 재생사업, 한솔 중 증축 등 시민 여론과 동떨어진 결정으로 기우(杞憂)를 현실로 만들었다.

분노한 시민들은 “돌팔이 같은 시의원 때문에...”라는 거친 표현으로 비난하고 공무원들은 “그래도 저희들은 ‘존경하는 000의원님’이라고 해야 한다”며 씁쓸하게 웃는다. 이면에는 “저것들이 무슨 의원”이라는 속내가 당연히 들어 있다.

작금의 사태는 전문성 부족과 의원 간에 갈등이 원인이다. 시민 여론과 유리(遊離)되지 않아야 할 정책 심의가 전문성 부족, 즉 ‘무식함’이 용감한(?) 행보를 가져왔고 알량한 자존심 싸움이 의원 간의 협업 대신 갈등을 빚어냈다.

조치원 재생사업이 전자라면 교복 문제는 후자에 해당된다. 사실 이 두 건은 어떤 의미에서는 논의조차 필요 없는 안건이다. 시의회가 지역과 시민들과 궤(軌)를 함께 한다면 문제가 되는 게 이상하다.

물론 상당수 의원들의 의정활동은 높이 사야 한다. 그렇지 못한 일부로 인해 문제가 생기고 있다. 새벽까지 회의를 열고 고작 2백만원을 삭감했다는 말도 나오고 망신 주기 위해서 출석을 무리하게 요구한다는 얘기도 곳곳에서 나온다. 이른바 ‘길들이기’다. 과연 그렇게 하면 길은 들여질까.

의정활동과는 무관하지만 사생활 문제에다 이권 개입 등도 회자(膾炙)되고 있다. 정도껏 하는 것도 그렇지만 무리하게 개입하다보니 몇 마디만 해보면 공무원 입에서 툭툭 튀어 나온다. 누구는 ‘양아치’고 누구는 ‘장사꾼’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백번 천번 양보해 그렇더라도 일만 제대로 하면 그런대로 넘어갈 수 있다. 지금 과연 의원들이 일을 잘 하고 있는가.

‘권불십년’(權不十年)이다. 시의원, 그게 엄청난 권력도 아니고 행사할 권력도 많지 않다. 시민의 대변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 앉다 보면 그렇지 않는 모양이다. 중요한 건 인간적인 의정활동이다. 시민들과 교감하고 필요한 규정을 만들고 과감하게 집행부를 견제, 감시하면 된다.

김중규 대표기자
김중규 대표기자

선배의원들이 타산지석이다. 그만 둔 걸 후배들이 아쉬워하는 의원도 있었지만 어떤 이는 ‘참, 그 사람’하면서 혀를 차게 한다. 불과 몇 년, 길어도 10년 이쪽 저쪽 본인 모습이 될 수 있다. 어느 쪽이냐는 지금이 결정한다. 4년 금방이다. 심지어 인생 80을 부싯돌의 불에 비유하고 다툼을 달팽이 뿔 간의 싸움이라고 하지 않던가.

전문성이 부족하면 공부하고 또 공부해라. 당사자 불러서 호통이나 힘을 과시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칼보다 말에 베인 상처가 더 아프고 오래가기 때문이다. 필요한 걸 찾아서 도와주고 인간적인 관계를 유지하면 그게 힘이고 권력이다. 또, 다음번 선거운동이다.

지금 의정비 심의 중이다. 얼마를 올리든 하나도 아깝지 않는 의정활동, 정말 한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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