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회 무상교복 현금 지급 강행? '일촉즉발'
세종시의회 무상교복 현금 지급 강행? '일촉즉발'
  • 곽우석
  • 승인 2018.11.2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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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현물-현금 지급 병행 조례안 29일 발의 예정
시민사회와 마찰 불가피, 무상교복 지급방식 논란 확산 전망

'현물'이냐, '현금'이냐. 세종시의회가 현금지급에 무게를 두는 무상교복 지급 조례안을 강행할 것으로 보여 현물지급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와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고 있다.

무상교복 지급 방식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시민사회의 반발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여 조례안 통과까지는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세종시의회에 따르면 교육안전위원회(위원장 상병헌)는 무상교복 지급과 관련한 조례안을 손질한 뒤 29일 새로운 합의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새로운 조례안은 윤형권 의원이 대표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복 지원 방식을 기존 '현물'에서 '현금 또는 현물'로 바꾸고 선택권을 학교장에게 넘기는 안이 유력시된다. 다만 현물을 원칙으로 하되 일정 기간 유예를 두고 현금 또는 현물 두 가지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방식도 제기되는 등 구체적 안이 어떻게 확정될 지는 미지수다.

행정복지위원회 소속 채평석 위원장을 비롯해 박성수·안찬영·노종용 의원, 교육안전위원회 소속 윤형권 의원 등은 28일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물과 현금을 선택하는 무상교복 지급 조례안을 강행할 뜻을 시사했다.

'현물 지급'을 골자로 한 조례안('세종특별자치시 저소득층 학생 교복구입비 지원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은 앞서 지난 23일 조례안을 발의했던 상병헌 교육안전위원장의 자진 철회로 지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조례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 직전, 행복위 소속 박성수 의원 등 10명이 '현금 지원'에 무게를 둔 '수정안'(세종특별자치시 교복 등 구입비 지원에 관한 조례)을 갑작스레 상정했기 때문이다.

수정안이 의안접수 마감 1시간 전에서야 제출됐고, 소관 상임위와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소통 실종의 후진적 의회상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날 이들 의원들은 수정안을 발의할 수밖에 없었던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현물 지급방식은 개인 선호도에 따른 교복 등의 선택에 대한 자유를 제한하고, 교복을 입지 않는 학생에 대한 지원 근거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입찰방식으로 교복을 구매할 경우 한 업체와만 계약할 수밖에 없어 전입학이 활발한 세종시 특성상 중간에 전학을 오는 학생들은 교복을 입기 어렵게 될 것도 우려했다. 아울러 원 조례안에 빠져있던 체육복 지급 규정의 손질(조손가정 포함)과 교복 부당 지급 시 금액환수 규정(임의에서 강제규정)의 변경을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도 부연했다.

아울러 생활복 규정을 추가해 최근 논의가 활발한 '편한교복'에 대해 문을 열어 놓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성수 의원은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의 경우 교복을 입지 않고 학년별로 편한 옷을 입고 있으며, 세종누리학교는 교복을 입지 않고 있다"면서 "이들 학생을 지원하기 위해선 현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물방식이 우세하다는 세종시교육청의 여론조사과정도 문제 삼았다. 시교육청이 지난달 2일부터 10일까지 9일간 실시한 조사에는 학생 75명(75%, 초등학생46명, 중학생29명)과, 학부모 14명(13.5%), 교직원 14명(13.5%) 등 불과 103명만이 참여해 표본이 적고, 일부 문항에 공정성도 의심된다는 것이다. 이 조사는 현물 73%, 현금 27%의 지지를 얻었다.

이에 대해 안찬영 부의장은 "시교육청에 무상교복 지급 방식에 대한 여론 수렴을 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교육청이 안일하게 대처했다"면서 "학부모와 학생에 대한 투명한 설문조사가 시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금 또는 현물에 대한 논의는 의미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종시의 상황에 맞게 현물과 현금을 선택할 수 있게 방식을 열어두자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복 업체 측에서도 30만원 상한선에 맞춰 판매하겠다는 의견을 밝혀 현금 지원으로 인한 교복값 인상 우려는 없는 상태"라며 "교복으로 인한 학생들간 위화감 우려 역시 이미 학교주관구매제도 입찰에서 업체별로 최대 1만원~1만 5천원 정도 차이가 나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시민사회는 현물지급을 선호하며 시의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 세종지부를 비롯해 학부모회연합회, 운영위원장연합회 등이 이에 가세하고 있는 상태다.

현물지급을 주장하는 쪽은 '차별 없는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동일한 교복을 지급해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시민에게 똑같은 복지혜택을 주자는 의미다. 현금지급 방식은 학생들간 빈부의 격차가 노출될 수 있고, 교복 가격의 상승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세종참교육학부모회 관계자는 현금 지급의 문제점에 대해 "지급된 현금에 웃돈을 주고 대기업 교복을 구매해 일명 브랜드 교복착용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다"면서 "특히 과점상태인 교복업체가 교복 값 상승을 꾀해도 속수무책이어서 무상교복의 본래 취지인 학부모 부담 해소에 적절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현금지급이 학교현장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학교장에게 선택권을 주게 됨으로써 현금이냐, 현물이냐의 논란이 각 학교마다 되풀이될 것이란 얘기다.

시의회의 현급 지급 강행 방침에 따라 무상교복 지급방식 논란은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특히 현물 지급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조례안 통과까지는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가 여론을 거스른다는 비판을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참교육학부모회 세종지부는 지난 27일부터 현물 지급 조례안 상정을 요구하는 1인 피켓 시위를 지속하고 있고, 세종시 학교운영위원회연합회는 29일 오전 세종시청 브리핑실에서 시의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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