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물? 현금? 세종시의회, 무상교복 두고 '막장싸움'
현물? 현금? 세종시의회, 무상교복 두고 '막장싸움'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8.11.23 18: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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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물 지급' 조례안 본회의 통과 직전 '현금 지급' 수정안 등장
'소관 상임위 무시' vs '무리한 강행이 논란 단초'..기존 조례안 철회 해프닝
세종시의회가 무상교복 지급 방식을 두고 팽팽히 대립하며 막장싸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세종시교육청 제공

'현물'이냐, '현금'이냐. 세종시의회가 무상교복 지급 방식을 두고 막장싸움을 벌이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현물 지급'을 골자로 한 조례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 직전, 소관 상임위와 협의도 거치지 않은 '현금 지급' 수정안이 불쑥 튀어나오는 등 소통 실종의 후진적 의회상을 고스란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결국 조례안을 발의했던 의원이 조례안을 자진 철회하면서 무상교복 지급방식에 대한 논의는 파행으로 점철됐다.

3대 세종시의회의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낸 이 같은 모습은 23일 펼쳐졌다. 상병헌 의원(교육안전위원장)은 이날 오전 제53회 정례회 4차 본회의에서 자신이 대표 발의한 '세종특별자치시 저소득층 학생 교복구입비 지원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이하 조례안)을 스스로 철회했다.

무상교복의 현물 지급을 규정한 이 조례안은 지난 16일 소관 상임위인 교육안전위원회를 통과한 후, 이날 본회의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조례안에는 '교육감은 학교장의 신청을 받아 지원금액을 결정한 뒤 학교에 지원금액을 교부해야 하고, 지원금을 받은 학교장은 교복을 구매해 학생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상 의원의 조례안 철회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비롯됐다. 자신의 조례안에 대한 심사 결과가 본회의에 보고된 후, '현금 지원'에 무게를 둔 '수정안'(세종특별자치시 교복 등 구입비 지원에 관한 조례)이 갑작스레 상정됐기 때문이다.

박성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수정안은 교복 지원 방식을 기존 '현물'에서 '현금 또는 현물'로 바꾸고 선택권을 학교장에게 넘긴다는 게 핵심이다. '지원금을 받은 학교장은 교복 등에 대해 현물 또는 현금으로 학생들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구체적 조항이 담겨있다.

상병헌 의원이 발의한 조례안과는 정반대 성격의 수정안인 셈이다. 이 수정안은 전날인 22일 의안접수 마감 1시간 전에서야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병헌 의원

상 의원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정안이 발의되기 전 소관 상임위원회인 교육안전위와는 어떠한 협의도 없었고, 수정안이 발의된 사실조차 통보받지 못해서다. 게다가 수정안은 박성수 의원을 비롯해 손인수, 차성호, 안찬영, 이영세, 이재현, 채평석, 노종용, 이윤희, 서금택 의원(의장) 등 모두 10명이 발의해 과반(9명)을 훌쩍 넘어선 지지를 받기까지 했다.

이에 상 의원은 기존 조례안을 전격 철회했다. 그는 의사진행 발언에서 "수정안이 상정될 경우 표결 절차로 인해 같은 당 동료의원에게 심적 부담을 주고 또 다수당의 분란으로 보이는 오해가 생길 수 있어 조례안을 철회한다"고 설명했다.

울컥한 기색이 역력했다. 소관 상임위 권한을 침해받았다는 불편한 심기도 엿보였다. 그는 "소관 별로 상임위가 있는데, 이는 존중 하고 또 존중 받아야 한다"며 "의회 구성원 스스로가 이를 지켜야 밖에서도 의회를 배려하고 존중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해당 상임위 측에서 조례안 통과를 무리하게 강행하려 한 게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크다. 의견 대립이 첨예한 사안이었기에, 전 의원들을 상대로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야 했지만 대응이 안일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안전위 심사과정에선 상병헌 위원장을 비롯해 윤형권·박용희·손현옥·임채성 의원 등 총 5명의 의원 중 3명이 현물지급을, 2명이 현금지급을 주장했을 만큼 팽팽한 격론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관 상임위 권한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반론도 있다. 해당 조례안이 교육안전위 소관이긴 하지만 무상교복 지원 예산이 시에서 지원되고, 이는 행정복지위 소관이라는 점에서다. 세종시는 무상 교복 시행을 위해 내년부터 1인당 30만원 씩 총 26억여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날 모습은 시의회의 후진적인 의회상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소관 상임위와 상임위 밖 의원들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소통 실종과 갈등 등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조례안에 대해 논의 시간은 충분했지만, 협치의 정신을 발휘하지 못한 모습이다.

23일 세종시의회 본회의 모습

현물지급 vs 현금지급, 논란 여전..12월 14일 결론은?

이날 파행으로 순조롭게 마무리되는 듯 했던 무상교복 지급 방식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내년 무상교복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선 내달 14일 본회의까지 반드시 조례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또다시 진통이 거듭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지급방식에 따른 입장차도 첨예하다.

현물지급을 주장하는 쪽은 '차별 없는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동일한 교복을 지급해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똑같은 복지혜택을 주자는 의미다. 현금지급 방식은 학생들간 빈부의 격차가 노출될 수 있고, 교복 가격의 상승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상병헌 의원은 "질 좋은 교복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해 학부모의 부담을 덜자는 본래 목적이 중요하다"며 "실질적인 교육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선 현물 지급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현금지급이 학교현장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학교장에게 선택권을 주게 됨으로써 현금이냐, 현물이냐의 논란이 각 학교마다 되풀이될 것이란 얘기다. 이에 따라 참교육학부모회 세종지부를 비롯해 학부모회연합회, 운영위원장연합회 등도 현물지급을 선호하고 있다.

반면 현금지급에 무게를 두는 쪽은 '학부모와 학생의 선택권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박성수 의원은 "현물 지급방식은 개인 선호도에 따른 교복 등의 선택에 대한 자유를 제한하고, 일선 학교의 교복 선택 재량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원방식을 현물로 하면 교복을 착용하지 않는 일부 학교 학생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 된다"며 "이는 보편적 복지 실현이라는 취지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현재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와 세종누리학교는 교복을 착용하지 않고 있다.

시의회가 어떠한 결론을 내릴 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편 내년 무상교복이 도입되는 지자체는 세종시를 비롯해 경기도, 인천시, 부산시, 충남도, 전북도, 전남도, 울산시 등 8곳인데 대부분 현물지급방식이 우세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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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민 2018-11-24 13:29:56
교복을 입지않는 학생은 당연히 교복비 지원을 하면 안되지요!!!
현물지급이 타당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