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설 불모지 세종시, 작은 공연장 어떨까
문화시설 불모지 세종시, 작은 공연장 어떨까
  • 세종의소리
  • 승인 2018.11.13 1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서촌에는 가로 7m, 세로 7m 정사각형 블랙박스형 소극장인 ‘서촌공간 서로’가 있다. 가변형 객석과 기본적으로 구성된 음양, 조명, 영상 등의 장비로 클래식, 국악, 재즈, 연극, 뮤지컬, 마임, 콜라보레이션 공연 및 영상상영이나 전시 등 다양한 공연의 대관을 하고 있다. 가변식 60-70석 규모의 이 소극장은 마을의 문화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강원도 강릉에는 1958년 지어진 근대건축물인 만민교회를 리모델링하여 공연장으로 탈바꿈한 작은공연장 ‘단’이 있다. 2012년 새롭게 단장한 작은공연장 단은 규모는 아담하지만, 다양하고 수준 높은 공연을 끊임없이 올리고 있어 공연에 목말라하는 강릉시민의 갈등을 해소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객에게 다가가는 다정한 기획프로그램들과 운영방식은 작은 작은 도시 강릉시민에게 문화적 소외감을 벗고 문화주체로 참여하도록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세종시는 어떠할까? 인구 31만의 도시에는 대규모 아트센터가 계획되어 있고, 복합커뮤니티센터와 시민회관, 문화예술회관, 정부종합청사대강당, 호수공원 무대섬 등에서는 날마다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개최되고 있다. 대규모 공연장들이 동맥이라면, 작은 공연장은 모세혈관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세종시에는 변변한 작은 공연장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관객들도 대규모 공연장보다 거주지 근처의 소규모 공연시설이나 장르별 특화된 공연장을 선호한다는 조사도 있다.

이러한 공연환경을 반영하고, 개인 중심으로 활동하는 문화예술가와 비교적 젊은 문화예술가들의 활동이 활발한 세종시에 작은 공연장을 확충함으로써 공연기회를 제공할 필요성이 있다. 작은 공연장이라도 공연장을 신축하는 것은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 건축물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로처럼 민간이 소극장을 설립하여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세종시는 아직 그러한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공공이 주도하는 작은공연장 확충노력이 필요하다.

세종시는 인구의 급격한 유입과 더불어 문화예술을 직업으로 하는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이들이 공연을 하고 싶어도, 공연장소를 확보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가 사는 집 가까이에 작은 공연장이 있어 언제든지 공연을 접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문화도시이다.

작은 공연에 대한 주민들의 욕구를 충족해 주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우선, 아파트단지 내 도서관이나 주민카페, 유휴공간을 작은 공연장으로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 작은 규모의 공연은 이러한 아파트단지 내 시설을 활용해도 충분하나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세종시나 세종시문화재단에서 아파트단지 내 공간을 활용한 작은공연에 대해 약간의 지원을 할 수 있다면, 아파트공동체를 형성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동네마다 있는 복합커뮤니티센터의 공연장을 특화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복합커뮤니티에는 이미 많은 공연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문화예술가들이나 단체들이 그들의 정보력을 활용하여 이곳 저곳의 복컴을 알아봐야하고 체계화된 대관절차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공연장 확보가 수고스럽기 그지 없다.

약간만 더 생각해보면, 이미 있는 훌륭한 공간을 특화하고, 대관을 할 수 있는 절차를 공식화 해주는 것으로 복컴활용을 활성화 할 수 있다. 한 걸을 더 나아가 현재의 복합커뮤니티내 공연공간은 문화예술공연, 강연회, 심포지엄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범용성이 초점을 두고 건설이 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연극, 음악, 뮤지컬 등의 공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컴공연장을 특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들 들어, 공연장의 규모와 입지 등을 고려하여 종촌동복컴은 연극전용공연장, 한솔동복컴은 음악전용공연장, 아름동복컴은 뮤지컬전용공연장 등으로 리모델링 할 필요가 있다. 같은 공연장 같지만, 각 예술영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무대, 음향, 조명장치 등도 다르게 설치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문화예술인들도 주저없이 공연장르에 따라 쉽게 복컴공연장을 결정할 수 있고, 공식대관프로그램을 통해 공연장 대관을 신청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점에서 보면 세종시에는 작은 공연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제대로 활용 및 이용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종시내 학교나 공공기관 시설을 공연공간으로 개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종시청이나 교육청 등의 공연시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상시개방하고 있으나, 학교와 여타 공공기관의 경우 해당 기관 행사 이외에는 개방을 꺼린다. 학생들의 안전과 사고시 책임, 공공기관의 보안 문제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상시개방 원칙을 세우고 지역사회 내 문화에술공연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데 적극적이었으면 한다.

문화도시는 시민들의 인문 및 문화감성의 함양을 통해 삶을 풍부하게 함으로써 시민 각자가 수준 높은 삶의 질을 영위하는 도시일 것이다. 세종시가 문화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예술가들의 공연을 보기 위한 대규모 공연장도 필요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문화예술을 배우고, 공연할 수 있는 작은공연장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송두범, 영남대 졸업, 행정학 박사(지역사회개발전공), 충남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 및 충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행복도시건설청 세계최고도시만들기 포럼위원, 세종문화원 이사, 행정수도완성 세종시민대책위원회 기획위원장
이메일 : dbsong@cdi.re.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