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원 화실의 붓끝이 카네기 홀에 올려졌다
조치원 화실의 붓끝이 카네기 홀에 올려졌다
  • 황우진 기자
  • 승인 2018.11.0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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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독도 화가 정동산 화백...‘카네기홀’에 우뚝 선 동도, 서도 그림
정동산 화백이 우주에 떠 있는 사과 앞에서 자신의 동심세계, 꿈의 조각들을 묵상하고 있다

가난으로 대학진학 포기하고 붓 끝에 모든 열정을 쏟아붓다

‘눈으로 보는 것’과 ‘마음으로 보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람들은 가끔씩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는 말을 한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가지고 ‘독도의 사계’를 그려온 '독도화가' 정동산(64)화백을 5일 오후 세종시 조치원읍 정리에 소재한 그의 화실에서 만났다.

“30여년간 독도의 사계절을 그려왔습니다. 제 그림은 독도의 형상을 그저 있는 그대로 그리지 않고 동심의 세계가 그림 속에 들어가요. 또, 음악적 요소도 있어요. 그래서 음악가들로부터 협연하자는 제안이 들어와요.”

작품설명을 들으면서 ‘정말 특별한 무엇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설명에 한 층 더 빨려 들어갔다. 정화백은 서천 장항 출신으로 전주에서 중·고교를 다니면서 그림에 관심을 가졌으나 졸업 후 가난 때문에 대학을 포기했다. 그길로 곧바로 도제수업으로 문인화 미술공부를 계속 했다. 그는 붓 끝에 모든 것을 집중했다.

그 결과 1992년 대한민국 전통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차지했고 이듬해에는 역시 전국 규모의 서예대전 사군자부문에서 입선하여 문인화 부문에서 일가를 이루었다.

꿈에 그리던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되다

“문인화 부문에서 초대작가가 되고 이름이 알려지니까 수입이 제법 많아졌어요. 대전 선화동에서 화실을 하면서 수강생도 많았고, 대형문인화를 해서 예술제에서 대형 붓으로 그리는 퍼포먼스 연출로 이름이 알려졌습니다.”

그림을 통해 경제적 안정이 어느 정도 이뤄지니 문인화보다 무언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욕망의 불길은 바로 채색화였다. 정화백은 ‘문인화’를 잠시 내려놓고 채색화 그리기에 몰두했다.

"채색화에서 사람들이 알아주는 그림을 그리기는 정말 쉽지 않았어요. 국전도전 일곱 번 만에 천신만고 끝에 비구상부문 입선을 했는데 그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정동산 화백과 여규용 시인이 '독도의 빛'이 주는 영감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정동산 화백과 여규용 시인이 '독도의 빛'이 주는 영감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1995년 제14회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민족의 색채인 오방색 채색을 사용한 ‘아리랑’으로 비구상부문 입선을 하고 드디어 2005년 꿈에 그리던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가 됐다. 이후 초대작가로 지방에서 10여 차례의 개인전을열었고 2015년에는 서울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이상향・동화여행길’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여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정동산 화백은 딸이 고운동으로 이사오면서 아예 대전에서 세종으로 이사하고 4년 전 조치원에 화실을 내고 그림에만 몰두했다.

그는 젊어서부터 그리기 시작한 독도그림을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우리 영토를 화폭에 담기위해 독도를 8차례나 찾았다. 

"독도의 빛은 저의 그림에 엄청난 영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단순히 독도를 화폭에 담는 것이 아니고 동심의 아이들이 서도(西島)를 바라보며 동도(東島)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립니다. 우주의 다른 세계를 여행하는 아이들이 독도에서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립니다. 아이들은 시공을 초월해서 동화 속 여행길을 다니는 것이지요. 이것은 ‘생의 여정’같고 불교의 '윤회사상' 같은 거지요. 요즘 ’신과 함께‘ 영화가 참 재미있는데 ’다음 생에 다시 만나자‘ 그런 염원이지요."

그림 속에 담긴 영감은 알 듯 모를 듯 안개 속에 쌓인 독도의 바위 88면에 닿아있었다. 

뉴욕 카네기홀...독도의 그림으로 사로잡다.

이러한 영감으로 그려진 그의 그림은 카네기 홀에서 전장수 클래식 기타리스트를 만났다.

“독도 그림이 미국대륙으로 여행하게 될 줄 몰랐어요.  그림에는 동심세계의 동화여행길, 동화의 언덕을 담았지요. 그리고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동심... 아마도 그 종이비행기가 현실이 되어 미국으로 날아갔나 봐요.”

체코 프라하브르노 음악대학에 재직 중인 전장수 교수는 예일대음악대학원을 거친 음악가로 ‘독도의 사계’를 뉴욕 카네기홀에서 클레식 기타로 연주할 기획을 하고 있었다. 협연할 독도그림을 찾던 중 정동산 화백의 그림을 보게 됐다. 전 교수는 정 화백의 독도그림에 매료되어 카네기홀에서 협연을 제의했고 흔쾌히 받아들여 함께 카네기 홀을 찾게 됐다. 

한국의 음악가와 독도 화가는 그렇게 해서 올해 10월 21일 오후 5시 30분 뉴욕 카네기홀에 서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 꿈이 실린 정화백의 대형 독도그림 10점이 미국으로 날아가 미리 맨해튼 ‘한인이민사 박물관’에서 올해 10월 15일부터 19일까지 전시됐다.

독도를 매개로 한 두 사람의 인연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다시 한번 만나게 된다. 오는 11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전장수 기타리스트가 ‘독도의 사계’라는 주제로 연주회를 갖고 정화백의 독도 그림이 무대를 장식하게 된다.

정화백의 그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작업장에는 우주에 떠 있는 거대한 사과 한 개가 그려져 있다.

푸른바다에서 출렁이는 독도의 여름
푸른바다에서 출렁이는 독도의 여름, 정 화백의 그림에는 음악적인 영감이 들어가 있다.

“붉은 색 사과 그림 하나에만 3년을 매달려 있어요. 저는 사과를 좋아하는데, 그 사과에도 역시 동심이 그려져 있어요. 이제 희망이 있는 스토리로 다시 진화해야 하는데... 앞으로 더 나가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어요.”

이해 될 것 같으면서도 이해되지 않는 정화백의 독백이 이어졌다.

“하늘을 비행하는 행성들... 꿈의 조각들을 모아 진화해야 하는데... ”

그의 작업실에는 거대한 그림 하나가 벽을 이루고 있다. 완성에 꼬박 4년이 걸렸다는 대작이었다.

“2010년부터 시작해서 13년에 완성했는데 이상 세계를 그렸어요. 돌가루 흙, 모래 등을 소재로 사용했지요. 이제 제 생전에 저런 그림은 다시 못 그려요.”

사람이 무슨 일에 고도로 집중하면 ‘머리가 하얗게 쉰다’고 하는데 정화백의 백발도 아마 저런 대작에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진 백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화백은 다시 화두와도 같은 자신의 ‘동심’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세종에서 자신의 동화 여정이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화는 지도가 없는 여행길이고, 동심의 세계를 완성도 높은 이야기로 자신의 그림 속에 풀어내야 합니다.”

자신의 예술 세계에 완성도를 높혀나가는 일을 앞으로 과제로 내세우면서 인터뷰를 마친 정 화백으로 부터 어떤 새로운 일이 벌어질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작품 '독도의 달'에는 아이들의 동심이 투영되어 있다.
작품 '독도의 달'에는 아이들의 동심이 투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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