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그게 제 인생의 전부입니다"
"경찰, 그게 제 인생의 전부입니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8.11.07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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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정환 세종경찰서장, "고향에서는 잘해야 본전이죠"
순경으로 출발해 총경까지 오른 김정환 세종경찰서장은 "고향 근무에서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모두 쏟아놓겠다"고 말했다.

“경찰, 그건 제 인생의 전부죠. 전부예요.”

지난 8월 6일 세종경찰서장으로 금의환향한 김정환 총경(58)을 만났다. 고향이 금남면 반곡이라는 지역출신의 희소성보다 반짝거리는 치안행정 아이디어가 궁금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앞으로도 ‘경찰’이라는 두 단어를 늘 가지고 있어야죠”라는 되물음에 그는 “그럼요. 경찰을 떠나서 존재감도 없어요. 제가 그만큼 경찰을 사랑한다는 거죠”라고 주저없이 답했다.

고깔모자 쓴 승진임용식, 쓴소리 경청 간담회, SNS로 대신한 취임식 등등... 그는 잔잔하면서 조용하지만 새로운 치안 행정의 틀을 만들어내고 있다. 보여주기 식이나 경찰의 위엄을 내세우는 그런 행정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그게 더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6일 오전 11시 급하게 약속한 대담 장소는 세종경찰서 2층에 자리한 서장실이었다. 2층 계단 마지막을 오르자 맨 먼저 눈에 띄는 건 ‘수처작주’(隨處作主)였다. ‘처한 곳에서 주가 되도록 하라’는 게 직역이지만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하라’는 말이다.

서장실을 찾아가는 복도 좌우는 서예, 그림 등이 걸려있다. ‘치안’, ‘경찰’이라는 대표적인 단어가 주는 딱딱한 어감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배려로 보였다.

“주민들을 위한다는 오로지 한 마음뿐입니다. 국민들을 위해 무한 봉사하는 게 경찰입니다. 주민들의 안전과 편안함을 위해 제가 존재하는 게 아닙니까.”

듣기에 따라서는 약간은 오버하는 느낌도 들 수 있지만 마주앉아 대화를 하면 진정성이 그런 걸 생각을 지워버렸다. 예의 수더분한 아저씨같은 인상에다 가볍지 않는 말투,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 등은 대화 속을 함께 몰입하게 만들었다.

최근 거론되는 자치경찰 도입을 먼저 물었다.

“확정되지 않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목적은 주민의 안전입니다. 제일하기 싫은 얘기가 ‘인력’, ‘예산’ 타령인데 부족한 경찰력을 가지고 세종서가 고군분투를 하고 있습니다. 비약적인 발전을 하는 세종시에 걸맞게 경찰력도 함께 가야 합니다.”

싫지만 해야 하는 인력 얘기를 꺼냈다. 경찰 1명당 담당하는 주민 수가 전국 평균은 504명이지만 세종은 1,037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인구가 비슷한 아산경찰서와 단순비교해도 100명 정도는 충원이 되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그의 경찰 인생 뒤에는 늘 직원이 함께 했다. 평소 직원과의 소통, 부하 사랑 등을 실천해오고 있다.
그의 경찰 인생 뒤에는 늘 직원이 함께 했다. 평소 직원과의 소통, 부하 사랑 등을 실천해오고 있다.

그는 “우는 소리를 열심히 한다”는 말로 권한을 벗어난 일이라는 걸 말해주었다. 그러면서 세종치안은 질적 성장 못지않게 양적 성장이 중요함을 재차 강조했다. 전동, 연동 등 파출소는 1인 소장이다. 혼자서 근무한다는 말이다. 또 본서도 고소, 고발, 진정 등 민원업무가 경찰 1인당 40건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적정 건수는 10건이다. 직원들이 사건 속에 묻혀있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김 서장은 금남면 출신으로 금호중학교를 졸업했다. 알다시피 순경부터 출발해서 총경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조선시대 같으면 ‘상피제도’(相避制度)에 해당돼 절대로 부임할 수 없다. ‘상피’(相避) 하는 건 그만큼 고향에서 관리 생활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폼 잡는 게 좋은 것이죠. 하하하! 그런데 폼 잡을 대상이 별로 없어요. 저는 고향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고향에 가서 폼 잡는 게 아니고 객지에서 배운 걸 소박하게 펼쳐보고 싶습니다.”

다행히 세종경찰서 직원들이 잘 협조해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곁들이면서 고향에서의 경찰 생활을 설명했다. 어르신들로부터 늘 듣는 말이 있다. “잘해야 본전이니 늘 조심하고 신중하게 하라”는 말이다. 백번 곱씹어도 맞는 말이다.

그래서 김 서장은 ‘수처작주’와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가장 좋아한다. 상대방 입장에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치안행정을 하는 것, 그게 그의 업무상 좌우명이었다.

김정환 서장과의 대화는 거리감이 없었다. 누구나 쉽게 가까이 할 수 있는 외모에다 말, 또한 구수했다. 가끔씩 큰 제스추어로 전달력을 극대화하지만 친근감을 주는 어휘를 구사했다.

서울 관악경찰서에 근무할 당시 생활안전과장으로 재직하면서 자신과 닮은 대머리 경찰과 사진을 함께 찍곤했다. ‘관악경찰서 대머리 모임’인 ‘관대모’도 만들었고 용산경찰서에서는 ‘용대모’를 조직하기도 했다. 훗날 한 직원이 그 사진을 모자이크로 만들어 ‘과장님을 찾아라’는 제목으로 사진 콘테스트에 응모, 최고상을 타기도 했다.

그는 “대머리 경찰과 사진을 찍으면 많은 직원들이 웃고 좋아한다” 며 “본인은 괴로울 수도 있지만 저도 대머리이고 하니 서로들 스스럼없이 즐기게 된다”고 말했다. 남을 위한 배려가 있는 일화였다.

김 서장이 파출소 방문 시 자신만의 원칙이 있다. 가능한 서서 얘기하고 절대로 팀장 자리에는 앉지 않는다. 그리고 꼭 대머리 경찰과는 사진을 찍었다. 훗날 이런 행동이 3백여명이 댓글로 전별의 아쉬움을 표현할 만큼 대단한 성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미 경찰이 된 딸과 입문을 준비중인 아들까지...그는 조만간 2대에 걸친 경찰 가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구대 파출소에 근무하는 50대 경위급에 대한 팀장 수당 신설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현장 치안의 중심 역할을 하는 이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대책이 꼭 필요하고 그게 수당 신설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딸 효진양이 경찰로 인천에서 근무 중이고 대위로 제대한 아들 기욱씨가 아버지를 따라 경찰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조만간 경찰 가족이 된다며 활짝 웃는 모습이 소탈했다.

후배들에게는 ‘자나깨나 경찰’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그는 “모두가 경찰이라는 자세로 신고하고 감시하면 세종시 치안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세종시민들에게 당부하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김 서장과는 대화는 직접 주민들과 소통을 위해 SNS에 실명으로 글을 올린 얘기, 그리고 최근 화제가 된 ‘삼각 포인트 순찰’등에 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달 25일 제 73회 경찰의 날을 맞아 수상한 대통령 표창 등 크고 작은 화두를 가지고 거리감없이 나눴다. 그는 뼈 속까지 경찰의 피가 흐르는 ‘천상 경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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