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비비탄이 난무하는 사무실..그게 제정신인가"
"양진호, 비비탄이 난무하는 사무실..그게 제정신인가"
  • 세종의소리
  • 승인 2018.11.05 16: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선미칼럼]양 회장의 엽기 행각과 비호세력들...범죄 수사물 ‘크리미널 마인드’ 보는 줄 알아

무사무탈 할 수 있었던 이유, 법조계 정치권 커넥션 덕분(?)

김선미 편집위원

“닭을 죽여라”

그는 석궁을 들고 살아있는 닭을 쐈다. 직원에게도 석궁을 줘 닭을 살생하게 했다. 또 직원 몇몇에게는 살아있는 닭을 '일본도'로 베도록 시키기도 했다. 이런 엽기적인 워크숍은 여러 번 진행됐다.

∙마음에 안 드는 직원이 있으면 사무실을 빙빙 돌아다니면서 개조된 가스총으로 다리에 비비탄을 쐈다. 직원들 다리에 수시로 멍이 들었지만, 그는 오히려 이를 자랑스러워했다.

∙회식 자리에서 직원 손에 도수가 높은 술이 묻자, 그는 "실제 불이 붙을지 궁금하다"며 라이터로 손등에 불을 붙였다. 직원은 2도 화상을 입었다.

“닭을 죽여라” 활과 일본도, 비비탄, 불이 난무하는 사무실

《크리미널 마인드(Criminal Minds)》 연쇄살인범을 잡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행동분석팀(Behavior Analysis Unit)의 프로파일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범죄 수사물이다. 범죄 수사물의 대명사 《CSI》가 범행현장의 증거를 좇아 목숨 걸고 범인을 잡는 것과는 달리 《크리미널 마인드》는 제목이 의미하듯 ‘범죄자의 심리’와 행동 패턴을 분석해 범인을 추적한다.

《크리미널 마인드》는 이상심리를 가진 연쇄살인범을 다루는 범죄물답게 범죄 드라마 중에서도 수위가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어떻게 TV 방영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최악의 경우 식인 장면까지 등장하는 보통의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한도를 초월하는 기괴함과 잔혹함이 일상다반사로 펼쳐지는 하드코어(hardcore)가 태반이다.

범인은 가학적 성격장애(Sadistic Personality Disorder)를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범인 중 일부는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멀쩡한 얼굴로 사회생활도 잘 한다.

이게 사실이냐? 드라마와 영화를 능가하는 ‘회장님의 엽기 행각’

국내 웹하드업체 위디스크의 실소유주인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의 엽기적 행각이 만천하에 공개됐을 때 《크리미널 마인드》의 한 장면을 보는 줄 알았다. ‘실제 살인’이 없었을 뿐이다.

첫 번째 사례는 뉴스타파의 보도로 영상이 공개된 내용이다. 팩트라는 얘기다. 두 번째, 세 번째 인용은 폭행 피해자가 털어놓은 아직은 ‘주장’이다. 차마 입에 담긴 힘든 인격모독적인 욕설은 일상이고 따귀때리기, 무릎 꿇리기는 애교(?)에 속할 정도이고 물컵 던지기, 가래침 먹이기, 가혹한 폭행, 더 나아가 야구방망이로 몽둥이찜질을 한 후 맷값을 던져주어 영화의 소재가 됐던 어느 재벌가의 갑질도 있었지만 지금 온나라를 들끓게 하고 있는 ‘회장님의 갑질’로 명명된 가학적 폭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뉴스를 접하면서도 귀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게 어떻게 현실에서 일어난 실화일 수가 있지? 드라마나 영화를 능가하는 일들이 어떻게? 왜? 무려 10년 동안 세상에 드러나지 않을 수 있었는지?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 어떻게? 왜? 드러나지 않았을까?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가학적이고 엽기적인 범죄 앞에 냉정한 프로파일러들도 인간에 대한 회의로 무너져 내리거나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수사팀을 떠나기도 하고 심지어 범인에 의해 가족이 희생되기도 한다. 사건이 오리무중일 때도 있고 범인을 놓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에서는 헌신적이고 정의로운 수사관들에 의해 범인은 끝내 잡혀 처벌을 받는다. 그것이 감옥이든, 정신병원이든.

양회장의 엽기행각은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를 실제로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사진출처 : 다음
양회장의 엽기행각은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를 실제로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사진출처 : 다음

양진호 회장의 사건이 불러일으키고 있는 파문의 심각성은 그것이 개인적 일탈이든 사회구조적인 갑질이든 가십성 엽기적 행각에만 그치지 않는 데 있다. 양 회장의 부의 축적 과정, 불법음란물과 관련한 수익 창출, 비자금 의혹 등도 수사대상이다.

하지만 사회적 관심을 더욱 증폭시키는 부분은 과연 양 회장의 비호세력이 존재하는가 하는 점이다. 10여전부터 자행됐다는 엽기적 행각과 불법 탈법 의혹을 피해갔으며 무자비한 폭행사건에도 처벌 받지 않은 데에는 법조계와 정치권의 커넥션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드라마 속 범인은 끝내 감옥이든 정신병원행이지만 현실은?

“목격자, 경찰, 검사 아무도 나서주지 않았다” KBS가 지난 3일 보도한 집단 폭행 뒤 자살 강요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진 피해 교수의 증언이다.

양 회장은 자기 아내와의 불륜을 의심해 대학교수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수 시간동안 집단 린치를 가했다고 한다. 이후 폭행 피해 교수는 검찰에 고발했으나 양 회장은 이와 관련 단 한 번도 검찰에 불려가지 않았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고검은 이 사건에 대해 지난 4월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묻힐 뻔했던 양 회장의 엽기행각은 공적 수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이를 2년 동안 추적해온 기자와 탐사보도 언론사에 의해 세상에 드러났다.

정치 검찰, 사법농단으로 법조계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바닥이다. 검찰과 경찰은 더 이상 미적거리지 말고 자기살을 도려내겠다는 각오로 사건의 실체적 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것이 무너진 조직의 신뢰를 회복하는 최소한의 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