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아버지를 닮아가는 아들
폭력 아버지를 닮아가는 아들
  • 심은석
  • 승인 2013.01.22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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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석의 사람사는 이야기]가정 폭력은 사회적인 범죄 필요

   심은석 세종경찰서장
연초부터 바쁘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정부부처가 입주한 이후 신경 쓸 일이 많아졌다. 겨울방학이 한창이라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정겹다.  주말 내내 포근하여 미호천변 눈 썰매장에 부모와 함께하는 아이들이 행복해 보인다.

청소년센터에서 영어를 잘하는 경찰서 의경이 소외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영어캠프를 한다. 정부청사내 어린이집에 가서 교통사고 예방교육도 하고, 아이들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경찰관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행복한 도심 풍경 한편에는 밤, 낮으로 가정폭력 112신고가 많은 편이다.

사소한 것은 현지 계도하기도 하지만 심한경우는 피해자를 분리하기도 하고, 집에서 나오도록 하여 단기 보호 시설에 위탁하기도 하고 형사 입건도 한다. 남편에게 폭행당했다는 신고가 대부분이지만 아이가 맞거나 형제, 부모간의 폭력사건도 접하게 된다.

가정폭력은 부부간, 부모 자녀 간, 형제간에 발생하는 구타나 언어적, 심리적 학대, 성적폭력 등 가정내의 전반적인 폭행, 유기, 학대, 감금, 협박, 모욕행위라 할 수 있다. 이중 남편이 아내에 대한 가정폭력이 가장 심각하다. 그동안 가정폭력에는 가정내 부부간의 사적인 문제로 부부싸움으로 보거나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 마누라와 북어는 두둘겨야 한다.” “자식을 귀하여 여기면 매로 다스려야 한다.” “ 맞을 짓을 하니까 맞지”라는 말로 심각하게 생각 하지 않는 주위의 시선도 있었다.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가 너무 싫었는데, 어느 순간 내가 똑같이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기겁했다는 아이들의 이야기처럼 폭력은 무서운 마약과 같아서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내재화된다. 습관처럼 체득하여 가정폭력이 학교폭력으로 사회 폭력까지 이어진다.  통계에 의하면 2011년 우리나라의 10만명 당 폭력건수는 609건으로 미국의 252건 일본의 50건보다 만연해 있다. 폭력에 의한 사회 비용은 7조 7천억원에 이르고 폭력이 원인이 된 살인사건도 41%에 이른다는 데 이제 사회적 해악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가정폭력은 가족해체로 이어지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사람을 황폐하게 만든다.  그리고 폭력 만연사회로 가게 할 수 있다. 가정폭력을 방치하는 것은 계속되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받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사회적 범죄다.

대부분 탈선 아이들에는 폭력적인 부 또는 모가 있다. 피는 못 속인다는 말처럼 아버지가 폭력적이면 대부분 자신도 모르게 성인이 되어 자녀나 배우자에게 폭력적이 된다는 통계가 있다. 한 달간 전국 여성의 전화에 신고되는 가정에서 폭행당하는 신고건수가 한 달 평균 7,200건에 이른다고 한다. 한 달 평균 10여명은 가정폭력으로 살해되는 것으로 알려 졌다. 부부의 가정폭력 경험이 50. 8%에 이른다는 여성의 전화 설문통계는 가정폭력이 더 이상 가정내 부부간의 문제가 아니라는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작년 5월 가정폭력 방지와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경찰의 적극적인 개입과 현장출입, 조사권을 보장하였다. 경찰청에서도 위급상황에 긴급 출입할 수 있도록 지침을 강화해 시행중이다. 경찰이 발 빠르게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피해여성 장기 보호시설 4개, 단기 62개의 보호시설은 부족하다.

보호시설이 없는 지자체에는 경찰이 매 맞는 여성에 대한 분리와 보호에 애로를 겪는다.  미국은 가정폭력의 적극적인 제지와 경찰관의 판단에 따른 폭넓은 현장체포권한도 주어져 있는데, 우리나라는 강제로 피해가정의 출입과정에서 현관문 손괴나 과도하게 경찰권을 행사하였다고 항의하여 사후에 경찰관이 피해를 받지 않을까 주춤거리게 한다.

가정에서 폭행당하는 아내의 문제는 더 이상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심각한 사회적 범죄다. 주위에서 이웃집의 가정 내 폭력을 보면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의 출발점이다. 매 맞는 여성들도 안전을 위해 일단 피하고 여성 긴급전화 1366으로 전화하고, 112에도 신고하고 피해사실을 알리고 증거자료를 확보하여 상담과 법적 대응을 통해 더 이상의 범죄를 막아야 한다. 아이들 때문에 살아야지, 체념과 포기, 반복되는 폭행에 참으면 참을수록 가정폭력은 점점 더해져 끔찍하고 비극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행복한 사회를 위한 첫 걸음. 바로 행복한 가정에서 시작된다. 가정은 사랑을 만들고, 가족 구성원이 역경을 이길 수 있는 희망을 만들고, 의지할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드는 행복한 삶의 출발점이다.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하고 나라가 건강할 것이다.<필자 심은석은 현직 세종경찰서장이다. 공주 출생으로 공주사대부고, 경찰대학 4기로 졸업하고 한남대에서 행정학박사를 취득했다. 지난 7월 시집 '햇살같은 경찰의 꿈'을 출판했고 한국 문학신문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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