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장 사퇴” 정부세종신청사 설계공모 불공정 파문
“심사위원장 사퇴” 정부세종신청사 설계공모 불공정 파문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8.11.01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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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 심사위원장 겸 행복도시 총괄계획가 “짜고 친 심사” 사퇴
1차 투표 1등이 2차 투표에서 2등으로 하락, 타워형 1등 차지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빚어진 일이라는 분석도 나와
설계공모 당선작인 ‘㈜희림종합건축사 사무소’ 컨소시엄의 'Sejong City Core', 행복청 제공

정부세종신청사 설계공모 과정이 불공정했다는 논란과 함께, 심사위원장이 사퇴하는 등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공모전을 이끈 심사위원장이자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초대 총괄 건축가인 김인철(70, 아르키움 대표)씨는 지난달 31일 설계공모 당선작이 발표된 이후 모 언론인터뷰를 통해 “당선작을 정해 놓고 짜고 친 심사였다”며 “심사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총괄 건축가직도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철 심사위원장, 왜 사퇴했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31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설계공모 당선작으로 ‘㈜희림종합건축사 사무소’ 컨소시엄의 'Sejong City Core'를 선정, 발표한 바 있다.

기존 청사가 최고 8~12층짜리인 반면, 당선작은 14층 고층으로 계획한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당선작은 현 청사의 구심적, 상징성, 인지성 등을 고려해 전체 청사의 구심점이자 통합의 중심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담았다"는 게 행복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인철씨의 의견은 달랐다. 김씨는 당선작 대신 (주)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이 응모한 'FLAT, LINK, ZERO CITY ver 2.0'의 저층형 건물안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이 작품은 지상 9층 규모로 기존 청사와 높이가 비슷하다. 특히 한쪽 면이 경사로 이뤄져 있어 측면에서 바라볼 경우 삼각형으로 보이는 언덕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당선작이 결정되자 김씨는 "당선작은 기존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조화를 깨고, 세종시의 컨셉트를 무시한 채 실패한 도시로 만드는 안"이라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설계공모는 참신하고 창의적인 설계안을 도출하기 위해 ‘1차 아이디어 공모’, ‘2차 설계안 공모’ 등 ‘2단계 설계공모’ 방식으로 진행됐다. 행복청에 따르면, 총 7명의 심사위원들이 1차 심사에서 5작품을 압축했고 1차 투표에선 1인당 2표씩 총 14표를 행사해 저층형 안이 1등(5표), 타워형인 당선작이 2등(4표)를 기록했다. 표차이는 1표였다. 두 작품을 대상으로 곧바로 2차 결선투표를 진행했는데, 타워형과 저층안이 각각 5표와 2표를 득표해 순위가 뒤바뀌었다.

2등을 차지한 (주)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의 'FLAT, LINK, ZERO CITY ver 2.0', 행복청 제공
2등을 차지한 (주)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의 'FLAT, LINK, ZERO CITY ver 2.0', 행복청 제공

심사 결과가 나오자 김씨는 2차 투표 결과를 발표한 후, 심사위원장으로서는 결과를 인정하여야 하나, 개인적으로는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히고 김모 위원과 함께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심사위는 건축설계공모 운영지침에 따라 남은 위원들이 황희연 충북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선출하고, 당선작을 결정했다.

김씨는 “저층 건물 안이 1차 최종 심사에서 가장 높은 득표수를 기록해 1등이 됐지만, 2차 심사에선 당선작이 바뀌었다”며 “심사가 열리기 전부터 행안부에서 고층 건물 안을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세종시 역시 고층 건물을 원했다고 들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의 의견은 배제된 채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어질 공공건축이 단체장의 기호로 결정되는 것이 문제”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이춘희 세종시장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공모 심사 과정은 세종시에서 관여할 부분이 아니고, 또 관여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근본적 원인, '이상'과 '현실'의 괴리 지적도

심사위원장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논란은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심사위원 7명 중 민간위원이 과반을 넘는 5명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체장의 기호로 결정됐다"라는 김씨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이른바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빚어진 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건축박물관으로 조성되는 세종시는 고층이 즐비한 타 도시와는 달리 차별화되고 개성 넘치는 각종 건축물들이 들어서고 있지만, 실용성·효율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세종청사를 비롯해 세종시청 등 각종 건물은, 비효율의 극치를 달린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세종청사는 당초 평평한 ‘플랫 시티(Plat City)’, 연결됐다는 의미의 ‘링크시티(Link City)’가 중요한 컨셉트로 설계됐지만, 공무원들과 민원인들 입장에선 불편함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세종시청 건물 역시 모양은 특이한 배 형상으로 아름답다는 평을 듣지만, 사무공간으로 활용할 수 없는 낭비되는 공간이 많아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많다.

이번 공모에서 2등을 차지한 저층형 건물 역시 한쪽 면이 경사로 이뤄져 있어 사무공간 활용도 면에서 취약점이 컸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공모에서 행안부가 고층건물을 원했다는 사실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혀진다. 건축가 입장에선 혁신적인 건축물이 선정되길 바라는 마음이 앞서겠지만, 일반 공무원들의 입장에선 낮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심사위원에는 행안부와 행복청 등 2명의 공무원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는 공모지침을 어긴것은 아니다.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에 따르면, 발주기관 소속 임·직원은 전체 위원수의 30퍼센트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행복청은 1일 해명자료를 통해 "건축설계공모 운영지침에 따라 논의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각자 설계작품에 대한 의견 및 소신을 피력했고, 행안부 공무원도 심사위원 자격으로 관리자와 사용자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번 설계공모는 창의적인 제안이 가능하도록 높이 제한은 적용하지 않았고, 방문자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인지성을 갖추도록 했다"고 밝혔다.

행복청 관계자는 “정부세종 신청사 설계공모는 국토부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을 준수했다”면서 “심사위원 선정과 심사진행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어 당선작 선정의 불공정한 사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세종 신청사는 현 정부세종청사 안쪽부분인 세종시 어진동 4개 필지(C10·C11·C12·C43 블록)에 총사업비 3714억 원을 투입해 연면적 13만 4천㎡ 규모로 건립된다. 설계비만 135억 원에 달한다. 행안부는 당선작을 토대로 내년까지 기본·실시설계를 마치고, 2021년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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