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역할을 해야 아버지다
아버지는 역할을 해야 아버지다
  • 강수인
  • 승인 2013.01.21 16: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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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인의 생활 속 이야기]'엄부자모'(嚴父慈母)가 전통

   학교 브라운백데이(Brown Bag Day)에 부모가 준비해 온 점심을 먹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 모습
대가족 사회에서는 가정에서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비롯해서 부부의 역할과 아비 어미로서의 역할 등 가정에서의 삶이 곧 학습의 장이었다. 자애로운 어머니와 꿋꿋하고 당당한 아버지를 보면서 부모의 역할과 책임을 배웠고 또 그것을 답습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아버지의 권위가 살아 있었고 자식 교육에 있어서도 규범의 절대적 잣대이자 칭찬과 꾸지람의 기준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아버지는 가정에서의 경제적인 측면만을 책임지고 점차 자녀교육에서는 멀어지면서 가정에서의 위치도 흔들리는 경향이 많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문제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마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녀 교육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직장일로,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핑계로 하루 이틀 가정을 소홀히 하다보면 아이들은 실제로 아버지가 없는 편모슬하의 교육을 받는 꼴이 된다. 여기에는 물론 사회적 책임 또한 크다.

외국에서는 저녁을 먹자고 하면 집에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고 이상하게 생각한다. 또한 학교에서 하는 자녀와 관련된 행사나 상담에 부모가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도 조성되어 있다. 심지어 가정교육이 제대로 안된 아이는 아이 상담과 학부모 상담이 진행되고 공동생활에 저해되는 아이에게는 관용을 베풀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부모는 자녀교육에 있어 적극 참여하도록 의무화 되어 있고 아이를 방치하거나 학대를 하면 재판도 받고 양육권을 빼앗기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인지 안전 불감증에 익숙한 것인지 간혹 우리나라 사람들은 승용차에 아이만 혼자 놔두고 쇼핑하다가 뉴스거리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초등학교 카니발행사에 자녀들을 위해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학부모들
낳았다고 하는 생물학적 가족관계증명서만으로는 진정한 아버지가 될 수 없다. 반드시 그 역할을 해야 한다. 힘들고 어렵겠지만 집안의 어른으로서 짬을 내어 아내에게도 자식에게도 믿음과 사랑을 확인시키며 자신의 위치를 다져야한다. 가정은 저절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만들어 나가야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 두 가지 권리를 갖고 태어난다. 그것은 꾸중과 칭찬이다. 보통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을 '엄부자모'(嚴父慈母)라 했다. 아버지는 가정의 규범을 세우고 아이에게 꾸지람을 통해 가정의 기강을 잡았고 어머니는 자애로운 사랑으로 감정을 나누고 아이를 어루만져줬다.

그런데 요즈음 일부 부모들은 규범이나 일관성 있는 모습, 또 솔선수범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아버지는 경제를 책임지고 엄마는 혼자서 아이들 교육을 맡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또 아이들 기 살린다고 꾸지람보다는 ‘‘네가 옳다’는 식으로 칭찬에만 열중이다.

사실 칭찬만 들은 화초 같은 아이가 크면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될 그 수많은 고난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겠는가. 햇빛이 드는 날도 있겠지만 흐리고 비바람치고 눈보라 휘몰아치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가르쳐야 아이는 홀로 서는 법도 알고 건강한 정신과 마음을 갖고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게 된다.

아버지가 필요한 시기는 특히 만 4, 5세 때, 즉 또래와의 만남과 규범이 있는 유치원 생활을 할 때라고 한다. 그 때가 바로 아버지가 규칙을 가르치고 사회성과 책임을 조금씩 가르쳐야할 시기인 것이다.

아빠가 이런 동적이고 큰 그림을 아이에게 가르치면 엄마는 감정과 그 표현방법, 인간관계를 가르쳐준다. 이렇게 부모로부터 균형있는 교육을 받은 아이는 사회에 나가서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큰 재목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학교 오픈하우스날(Open House), 부모와 함께 만든 악기 등 공작물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는 교실 풍경
아버지의 역할을 엄마가 다할 수 없고 엄마의 역할은 더욱 아버지가 하기 힘들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배운 말인 엄마는 참 대단한 존재다. 그렇지만 아무리 대단한 엄마라 하더라도 혼자서 아빠의 역할을 대신하며 양육한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학교 폭력과 성추행, 가정 해체와 노인문제가 매일 신문에 언급되어지는 요즘이야말로 가정의 규범을 세우고 버팀목이 되어줄 아버지의 역할이 더욱 절실하다. 아이는 부모를 보고 답습한다. 싫다고 틀리다고 외치면서도 부모가 살았던 모습대로 살게 된다.

지식을 많이 가르쳐서 얻은 행복보다 평온한 가정 속에서 오는 행복을 모든 부모는 바랄 것이다. 공평하고 지나치지 않는 꾸중과 칭찬으로 아버지의 역할이 살아나기를 기대해 본다.

     
   
 
강수인, 대전 출생, 대전여고, 충남대 졸업, 침례신학대 영양사, 미국 미주리주 콜럼비아 시 2년 거주, 미용사 자격증 취득 후 노인복지관, 군부대 봉사활동 eskang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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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옥 2013-01-22 13:49:57
어머니의 모정은 타고나는 거라면 아버지의 부정은 학습에 의해 길러진다고 합니다.
역할을 행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권위를 갖고자 한다면 어불성설이지요.
이 글을 통해 어머니의 역할도 다시한번 되집어보게 되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