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누리학교 교사 폭행 보도 KBS에 ‘비난 봇물’ 이유
세종누리학교 교사 폭행 보도 KBS에 ‘비난 봇물’ 이유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8.10.18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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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교직원에게 폭행을 당한 학생이 보복성 강제 전학”
학부모회 “KBS, 단편적인 사실만을 부각..오보 정정해야”
세종누리학교 학부모회 측이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 KBS의 왜곡·선정적 보도를 규탄한다"며 반발했다.

“왜 사실관계를 왜곡합니까. 오보를 정정하세요.”

세종시 공립 특수학교인 세종누리학교에서 “교직원에게 폭행을 당한 학생이 보복성 강제 전학을 가게 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KBS가 학부모들로부터 역풍을 맞고 있다.

앞뒤를 쏙 자른 채 단편적인 부분만을 부각시켜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 이후 누리학교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이 학교 학부모회 측은 급기야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KBS의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세종누리학교 학부모회 40여명은 18일 오전 학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픈 장애학생들을 이용한 KBS의 왜곡·선정적 보도를 규탄한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KBS가 인터뷰한 학부모(피해자라고 주장)는 피해자가 아니라, (사실은) 세종누리학교 학부모가 피해자"라며 "보도된 내용 상당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해자의 일방적인 주장만 인터뷰하고, 정작 (다른) 학부모와는 인터뷰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KBS의 보도는 '오보'"라고 맹비난했다. "공영방송인 KBS가 시청률에 혈안이 되어 장애가 있는 아픈 학생들을 우습게 알고 이를 이용했다"고도 했다.

KBS “교직원에게 폭행을 당한 학생이 보복성 강제 전학”

앞서 KBS는 누리학교의 폭행 의혹을 지난 15일과 17일 잇따라 보도한 바 있다.

15일에는 '누리학교에서 교사와 사회복무요원이 9살(실제로는 12살) 자폐 아동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KBS는 당시 보도에서 “지난해 4월 A교사가 자폐장애 2급인 김모군의 목을 조르는 등 폭행했고, 지난 1월에도 사회복무요원이 무릎으로 김군의 가슴을 압박하고 손목을 거칠게 흔들어 상처를 입혔다”는 피해학생 측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또 “세종교육청이 인권침해를 알고도 해당 교사와 사회복무요원을 징계하지 않았고, 학교는 보복성 강제 전학을 보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17일에는 “올 8월 B교사가 9살 학생의 발을 잡고 복도에서 끌고 가는 모습이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며 특수학교 교사들의 폭행 실태를 고발하기도 했다.

세종누리학교 학부모회장<가운데>이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학부모회 “KBS 방송, 단편적인 사실만을 부각”

하지만 학부모회 측은 KBS의 방송이 단편적인 사실만을 부각시켰다는 입장이다. 특수학교 구성원간에 서로 다른 시각이 자초한 안타까운 일인데도 불구, 지나치게 한쪽 편만을 들었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방송의 내용과는 달리 A교사가 의도적으로 폭행을 가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교사가 학생의 욕설을 듣고 훈계하는 과정에서 학생의 공격성향을 제지하면서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라는 것.

김군이 교사의 얼굴에 침을 뱉는가하면 주먹으로 교사의 가슴과 뺨을 때리고, 무릎으로는 교사의 낭심을 차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제지하기 위해 교사는 학생의 뒷목부분을 잡고 매트에 눕혀 진정시키다가 상처가 발생했다는 게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사회복무요원의 행동 역시 학생이 여교사와 실무사에게 물건을 던져 위협하고 다른 장애학생들을 폭행하려하자 양손을 잡고 제지하려던 상황에서 빚어진 일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김모군의 폭력 성향은 세종시교육청의 보고서에도 잘 드러나 있다.

김모군은 다른 장애학생들을 폭행해 10명에게 피해를 입혔고, 그 횟수는 57회에 달했다. 지체장애 3급 여학생은 18회, 자폐성장애1급 남학생은 16회, 자폐성장애2급 남학생은 7회나 폭행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를 입은 학생 부모들의 학교폭력자치위원회 개최 요구도 잇따랐다.

교직원들의 피해도 상당했다.

C여교사는 22회의 지속적인 폭행으로 전치 4주의 급성스트레스반응 피해를 입었고, D여교사 역시 삼각자로 손등을 찢기는 등 4회에 걸쳐 전치2주의 상해를 당했다. E방과후강사(여)는 4회의 폭행으로 전치4주의 늑골 골절을, F실무사(남)는 3회의 폭행으로 전치3주 안면부위 좌상 및 양쪽 수근 관절부 염좌 피해를 입기도 했다. 진단서는 없지만 폭행피해를 당한 교원은 15명(총 21회)에 달했다.

이에 따라 학교는 올해 1월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고 김군의 전학을 결정했다. 김군 학부모가 이의신청을 했지만, 교육청 학생 징계조정위원회(2월)에 따라 기각됐다. 이후 김군은 3월 특수교육운영위원회를 통해 다른 초등학교로 전학가기에 이른다.

학부모회 측은 “‘폭행징계 대신 피해학생만 강제전학시켰다’, ‘오히려 학교가 아들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몰아 강제전학시켰다’는 김군 측의 입장만을 내보낸 KBS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세종시교육청은 앞서 지난해 김모군과 관련해 문제 사실이 불거지자 누리학교 측으로부터 관련 사실을 접수받은 뒤, 시교육청담당자, 세종발달장애인센터, 경찰서, 장애인학부모회 등 내외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상조사를 벌였다.

이어 ▲피해학생에 대한 심리적 치료 위한 예산 지원 및 교직원 장애인권교육 ▲해당 교사에 대한 재발방지 각서 및 학교장 구두경고 ▲피해학생 치료 지원 ▲장애인권교육 실시(문제 행동 지도를 위한 연수 지원)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는 김 모군의 학부모도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교육청은 또 사회복무요원 사건 발생이후 객관적 조사를 위해 학부모가 신고를 거부하는데도 불구, 직접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신고했다. 교육적 지도 과정이었다고 하지만 물리적인 힘을 사용해 학생 목에 찰과상이 난 부분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판단에서다.

학부모회 “장애학생-교사, 서로간의 입장 이해해야”

이번 사건을 보는 학부모회는 당사자 간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한쪽의 입장만을 내보낸 KBS 방송은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는 설명이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학생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교사의 행동은 분명 과잉된 면도 있다”면서도 “그 전에 자신의 아이가 폭력성을 지닌 사실을 인지하고 교사의 입장을 살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군을 과하게 제압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 학부모는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특수아동들은 엄청 거칠어지고 힘이 세진다”며 “KBS 방송에선 김군이 당시 9살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12살로, 같은 반 학생들보다 3살가량 많아 덩치도 훨씬 컸다”고 지적했다.

한 시민은 “자폐아동들의 경우 부모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며 “폭력은 나쁜 것이지만 감정 노동을 하는 교직원들의 심정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설 세종시장애인부모회 회장은 “학교 측의 사건 처리 과정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사회적으로 장애학생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교사들의 인식개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특수학교 교사들은 장애학생들을 돌보기 위해 수많은 희생을 하고 있는게 현실”이라며 “장애학생 학부모와 교사 간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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