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인동(木人同)에 살어리랏다..."구절초, 아스타 꽃 따먹고..."
목인동(木人同)에 살어리랏다..."구절초, 아스타 꽃 따먹고..."
  • 황우진 기자
  • 승인 2018.10.10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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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생태 체험농장 운영하는 이용길씨 부부...세종의 무릉도원 목인동에서 꽃을 벗 삼아
아스타 꽃으로 물들어 있는 목인동에서 이용길씨 부부가 다정하게 웃고 있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도시와 시골문화가 공존하는 세종시에 '청산별곡'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아스타 꽃이 아침에 눈을 뜨면 환상을 자아냅니다. 산 위에 구절초 꽃도 이제 곧 가을 절정을 보여주고요, 봄부터 가을까지 꽃축제의 향연이 이어집니다.”

목인동(木人同) 주인 이용길씨(63)가 마치 한 구절의 시를 낭송하듯 아스타 꽃으로 물든 자신의 집 주변을 돌아보며 말을 건넨다. '사람과 나무가 함께 산다'는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목인동.

온 세상이 가을단풍과 가을꽃으로 물들어가는 세종의 주말정취를 코끝으로 느끼며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눈 속에서도 꽃 소식을 전하는 목인동 찾았다. 그가 전해오는 꽃소식을 들으며 "꼭 한번 가봐야지"하고 몇 년을 벼르던 차에 지난 달 28일 오후 가을 햇쌀 가득한 그곳을 찾아갔다. 가을꽃 구경도 하고 선경(仙境)의 주인 부부와 꽃차도 마시며 가을과 꽃, 인생이야기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목인동’ 이름만 들어도 어쩐지 무릉도원이나 두문동 같은 선경이 연상되고, 세종시와는 좀 다른 먼 세상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목인동 생태체험농장 주인 이용길씨는 서울에서 알아주는 대학을 졸업하고 1983년 다국적 기업인 세계최대의 반도체회사(Applied Material)에 입사하여 재무회계분야 일을 한 엘리트로 미국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가진 도시인이었다. 그러나 유치원 원장을 하던 부인이 신병으로 몸이 아프고 이런저런 실패와 갈등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귀촌하여 지금의 신방리에 자리를 잡았다.

나무는 쓰러지고, 어머니마저 발걸음 끊으시고...

“목인동(木人同)이라는 이름은 나무와 더불어 살자는 뜻에서 지었습니다. 귀산촌(歸山村) 하면서 쟝지아노의 단편소설 ’나무 심는 사람‘ 주인공처럼 매일 나무를 심었습니다. 목인동이 제 이름인 줄 알아요.”

신방리 지인들이 목인동에 찾아와 새로지은 사랑방에서 가을의 여유로움 속에 구절초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씨가 귀촌하여 지금은 성공스토리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처음 시작단계에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선산을 벌목하여 황무지 개간을 시작할 즈음 모든 사람들이 걱정을 했다. 심지어 어머니 마저 도시의 성공을 뒤로하고 시골로 들어온 아들이 못마땅하여 한동안 발걸음조차 않았다. 

이씨부부는 한동안 무릉도원 꽃동산을 꿈꾸며 황무지 산에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고 조경을 시작했다. 하지만 인간의 의지는 거대한 자연앞에는 종이 조각에 불과했다. 정성들여 심은 소나무는 겨울 강풍에 모두 다 쓰러지고 병들어 이내 참담한 실패를 맛보아야 했다.

“처음에는 나무에 대한 지식이 너무 없었어요. 지주목도 세우지 않고 심기에만 바빴어요. 꽃도 심기만 하면 아름답게 피는 줄 알았어요.”

이씨는 ‘참담한 실패담’을 솔직하게 들려주었다. 직장생활로 좀 모아둔 돈도 거의 다 바닥나고 아내마저 유방암 판정을 받아 설상가상이 됐다. "왜 이런 고난을 내가 받아야 하나"하고 하늘을 원망하기도 했다. 고난 속에서도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매일 “하나님 감사합니다”하는 말을 의식적으로 뒤뇌이며, 집을 짓고 잔디를 심고 정신없이 일에 매달리면서 그 어려운 시간을 극복했다.

기나긴 봄 가뭄이 지나면서 꽃은 시들고, 나무는 말라 죽어 버렸다. 그제서야 그는 거름을 주어야 꽃과 나무들이 잘 자란다는 아주 단순하고 평범한 사실을 정말 뒤늦게 깨달았다. 땅을 사랑한다는 것은 땅을 비옥하게 하는 것이고 전원인은 거름과 친해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실패하면서 교훈을 얻었고, 땅을 일구고 가꾸면서 산지식을 배웠다. 그는 매일 매일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었다.

”처음에는 꽃을 심어서 어떻게 돈을 버느냐고 묻는 사람도 많았어요. 돈벌이보다 어려서 꽃을 너무 좋아해서 이른 봄부터 가을철까지 피는 꽃이란 꽃은 모두 다 심었어요. 그렇게 10여 년 세월이 흐르면서 목인동은 변하기 시작했어요."

이제 이른 봄에는 진달래. 튜울립. 수선화 피어나고, 뒤따라 금낭화. 영산홍. 매발톱. 화초양귀비 이어지고, 가을까지 백일홍. 메리골드. 금낭화. 채송화가 모양을 자랑한다. 다시 뒤를 이어 구절초, 아스타, 국화가 피고 글라리올러스, 백합도 한데 어울린다. 또 겨울철에는 덜꿩나무가 붉은 자태를 뽐낸다. 목인동이 꽃 대궐이 됐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기는 어렵다. 그러나 ‘꽃을 먹고 청산에 사는 것’은 현실이며 이씨부부의 일상생활이다. 파란 하늘, 맑은 공기, 바람소리를 들으며 목인동 안주인의 건강은 나날이 좋아졌고, 2013년부터 ‘생태체험마을’을 세종시에 귀산촌한 지인들과 파트타임으로 운영하고 있다. 구절초를 따서 차도 만들고 각종 꽃차와 팬션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또한, 환경부 ’나만의 정원만들기‘ 환경교육프로그램 인증, 농림축산식품부 ’우수식생활 체험공간‘지정, 여성가족부 ’청소년 수련활동‘ 인증과 ’농촌교육농장‘지정 등을 받아 운영중에 있다. 목인동은 아름다운 산촌의 무형가치와 나무 산야초 등 환경자원을 기반으로 원예 꽃꽂이, 음악, 글쓰기 등 다양한 산촌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세종의 무릉도원 ‘목인동’은 도시민의 힐링쉼터가 되어주고, 도시와 산촌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면서 성공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목인동 구절초 꽃동산에서 아이들이 산촌의 풍경과 꽃향기에 취하여 있다
목인동 구절초 꽃밭에서 동네 지인들이 차를 만들기 위해 구절초 꽃을 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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