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6만원짜리 수학여행, 어디로 갔나 살펴보니..
446만원짜리 수학여행, 어디로 갔나 살펴보니..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8.09.23 09:4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미국 동부 9박 11일 일정 ‘글로벌 프런티어’
고액 수학여행 논란 “위화감 및 박탈감 조성” vs “학생들 동기부여”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전경

“부모 등골 휘겠네..”

세종시에 소재한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이하 영재학교)가 전국에서 가장 비싼 고액 수학여행을 다녀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인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은 최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6~2018년(8월) 수학여행 학생 1인당 100만원 이상 학교 명단’을 공개하면서 “고액의 수학여행경비가 학생들 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는 2016년 학생 1인당 446만5000원을 들여 수학여행을 다녀와 1인당 수학여행 경비를 가장 많이 지출한 학교로 나타났다. 2017년에도 396만9000원, 2018년 386만5000원 등 매년 꾸준히 4백여만원에 달하는 고액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어떠한 일정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영재학교측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 학교는 매년 '글로벌 프런티어'라는 이름으로 1학년 재학생 전원이 참여하는 국외현장 체험학습을 떠나고 있다.

최고액을 기록한 2016년의 경우 92명의 학생과 9명의 인솔교사 등 모두 101명이 참여해 7월 8일부터 18일까지 9박 11일간 미국 동부 일원 뉴욕, 워싱턴, 보스턴 등을 다녀왔다. 이동시간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8일간의 빡빡한 일정이었다.

체험학습은 1프로그램과 2프로그램 등 두 가지 코스로 나눠 진행됐다.

먼저 1프로그램은 뉴욕의 하버드대와 MIT, 예일대를 방문해 각 대학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뉴욕 문화체험 및 팀별 자율연구, 뮤지컬 관람 등을 진행했다. 워싱턴에선 정치학 강의를 듣고 스미소니언박물관도 둘러봤다.

4일간의 스페셜 프로그램에선 문학 및 박물관, UN 및 정치학, ESD-하이라인과 뮤지컬 1·2·3, 팀별 워크샵 등이 진행됐다. 스페셜 프로그램 운영 결과에 대한 공동 발표회도 마련됐다.

2프로그램 역시 1프로그램과 대동소이했다. 하버드대, MIT, 예일대 프로그램, 뉴욕 문화체험 및 팀별 자율연구까지는 같았지만, 스페셜 프로그램이 6일간의 집중적인 대학프로그램으로 짜였다는 점이 달랐다. 다만 학교 측이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하지 않아 스페셜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경비 역시 스페셜프로그램 차이만큼 차이가 났다. 1프로그램은 416만원이었고, 2프로그램은 이보다 61만원 비싼 477만원이 소요됐다.

현장체험학습은 매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비교적 상세한 일정이 공개된 2017년 자료를 보면 스페셜프로그램을 없애 경비를 약간 줄인 대신, 대학 및 주요 기관, 명소 탐방과 관광 일정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체험학습에는 1~2명을 제외한 거의 모든 학생들이 다녀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 관계자는 "원하지 않는 학생을 제외하고 희망자에 한해 국외현장 체험학습을 떠나고 있다"면서 "한 곳을 방문할 경우 충분한 여유를 갖고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며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액 수학여행에 대한 논란은 적잖은 상황. 수백여 만원의 비용이 학부모들의 입장에선 부담이 되는데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못갈 경우 아이들 간 위화감 조성 등 문제점이 만만찮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어서다. 고액 수학여행에 대한 문제제기가 매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한 시민은 “학생들의 수학여행비가 부모 등골을 휘게 만든다”며 “분명 학교 간, 학생들 간 위화감과 박탈감이 적지 않을 듯하다”고 비판했다.

반론도 만만찮다. 장차 우리나라를 이끌 재능 있는 인재들이 선진국 주요 문물을 보고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란 주장이다. 다른 한 시민은 “학생들이 선진국을 탐방하고 난 후 실제 전공을 잘 살린 경우를 봤다”면서 “고액 수학여행을 무조건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학교측 관계자는 “(4백만원에 달하는 금액이) 고액이라는 점은 사실”이라며 “지역을 바꾸고 방문 기관을 줄이는 등 일정을 조정해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의 ‘2016~2018년(8월) 수학여행 학생 1인당 100만원 이상 학교 명단’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국 초․중․고 중 100만원 이상 고액 수학여행을 간 학교는 총 97개교, 184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부러운1인 2018-09-23 11:15:33
인솔교사 경비는 누가 부담하나요?
자부담이 아니면 학교(인솔자)는 기를 쓰고 미국, 유럽 등 비싼 곳으로 가려고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