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상, 대추-밤-배-감 왜 올릴까
추석 차례상, 대추-밤-배-감 왜 올릴까
  • 황우진 기자
  • 승인 2018.09.2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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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럽게 다시 들어보는 '조율이시'(棗栗梨枾)...의미 되새기면서 한가위 보내자
제사와 차례상에 올리는 대추 밤 배 감에는 우리 조상님들의 후손에 대한 깊은 배려가 담겨져 있다.
제사와 차례상에 올리는 대추 밤 배 감에는 우리 조상님들의 후손에 대한 깊은 배려가 담겨져 있다.

추석 명절 차례상 단골 과일인 대추, 밤, 배, 감에는 어떤 의미가 들어있을까. 무심코 집안 어르신들의 행동을 따라서 함께 절을 하지만 여기에는 조상님들의 심오한 뜻이 숨겨져 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수확의 풍성함을 전해주지만 조상님들의 음덕을 조용하게 기리는 차례상에 올려지는 조율이시(棗栗梨枾)의 의미를 알고 보면 이번 추석은 더 의미가 깊을 것이다.

조(棗)는 대추, 율(栗)은 밤, 이(梨)는 배, 시(柹)는 감을 뜻한다.

대추나무는 암수가 한 몸이고, 한 나무에 열매가 엄청나게 많이 열리는데 꽃 하나에 반드시 열매가 맺히고 나서 꽃이 떨어진다.

헛꽃은 절대로 없다.

즉, 사람! 으로 태어났으면 반드시 자식을 낳고 죽어야 한다는 뜻이다. 대추는 통씨여서 절개를 뜻하고 순수한 혈통과 자손(후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추는 붉은 색으로 임금님의 용포를 상징하고 씨가 하나이고 열매에 비해 그 씨가 큰 것이 특징이므로 왕을 뜻한다.

왕이나 성현이 될 후손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의미와 죽은 혼백을 왕처럼 귀히 모신다는 자손들의 정성을 담고 있다.

밤(栗) 나무는 땅 속에 밤톨이 씨밤(생밤)인 채로 달려 있다가 밤의 열매가 열리고 난 후에 씨밤이 썩는다. 그래서 밤은 자신의 근본을 잊지 말라는 것과 자기와 조상의 영원한 연결을 상징한다.

이런 이유로 밤나무로 된 위패를 모신다.

유아가 성장할수록 부모는 밤의 가시처럼 차츰 억세었다가 "이제는 품안에서 나가 살아라"하며 밤송이처럼 쩍 벌려주어 독립된 생활을 시킨다는 것이다. 밤은 한 송이에 씨알이 세 톨이니 3정승(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을 의미한다.

배(梨)는 껍질이 누렇기 때문에 황인종을 뜻하고, 오행에서 황색은 우주의 중심을 나타낸다. 흙의 성분(土)인 것이다. 이것은 바로 민족의 긍지를 나타낸다.

배의 속살이 하얀 것으로 우리의 백의민족에 빗대어 순수함과 밝음을 나타내 제물로 쓰인다. 배는 씨가 6개여서 육조(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의 판서를 의미한다.

감(枾)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나는 것이 천지의 이치인데 감만은 그렇지 않다. 감의 씨앗을 심으면 감나무가 나지 않고 대신 고욤나무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3~5년쯤 지났을 때 기존의 감나무를 잘라서 이 고욤나무에 접을 붙여야 그 다음 해부터 감이 열린다. 감나무가 상징하는 것은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다 사람이 아니라 가르치고 배워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가르침을 받고 배우는 데는 생가지를 칼로 째서 접붙일 때처럼 아픔이 따른다.

그 아픔을 겪으며 선인의 예지를 받을 때 비로소 하나의 인격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나무는 아무리 커도 열매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나무를 꺾어 보면 속에 검은 신이 없고, 감이 열린 나무는 검은 신이 있다.

이것을 두고 부모가 자식을 낳고 키우는데 그 만큼 속이 상하였다하여 부모를 생각하여 놓는다. 감은 씨가 8개여서 8방백(8도 관찰사, 8도 감사)를 뜻한다. 8도 관찰사가 후손에 나오라는 의미다.

제사상의 주된 과일로 대추, 밤, 배, 감이 오르는 것은 이들이 상서로움, 희망, 위엄, 벼슬을 나타내는 전통적 과일이기 때문이다.

지독한 더위를 이긴 올해 추석은 어느 해보다 과일에 대한 감사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 같다. 더불어 차례상에 올려지는 조율이시의 뜻을 알고 절을 하면 더 의미있는 한가위가 되리라고 본다. 추석 연휴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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