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행과 사회 모순, 부패 풍자한 책
악행과 사회 모순, 부패 풍자한 책
  • 임청산
  • 승인 2013.01.16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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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현실적인 풍자 소설의 백미

 
만화는 <글+그림>으로 표현하는 문학+예술이다. 또한 글은 아이디어+스토리를 구성하고, 그림은 과장+변형하여 풍자+해학적으로 창작하는 장르이다. 여기서 풍자문학(諷刺文學)은 인간의 악덕ㆍ우행+사회적 모순ㆍ불합리 등을 조롱+멸시+분노+증오 등으로 비판+고발+개선하려는 사회적 문학 양식이다. 영어로 쓴 풍자문학의 최고봉은 조너선 스위프트의『걸리버 여행기(Gulliver’s Travels,1726)』를 거론한다.

이 작품은 주인공 걸리버가 항해 중에 난파하여, 소인국⇨대인국⇨공중섬⇨마인국으로 표류하면서 겪는 사악한 인간 행위를 융통합적으로 풍자한다. 이처럼 저자의 자유분방하고 황당무계한 상상력 때문에 전세계의 독자들이 애독하고 있다.

아직 만화학과가 없어서 영문학을 전공한 만화가인 필자는 <「걸리버 여행기」의 풍자 구조와 양상>을 연구하여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내 최초로 공주대학교에 만화애니메이션학과를 개설하였다. 이 작품은 단순히 재미있는 동화책이나, 허구적인 공상소설이 아니라, 현실적인 풍자소설의 백미이다.

   Entry Works. 2005. Romania. DICACO
이 작품은 18세기 영국의 정치+종교의 위선적 행동+권위적 태도+맹목적인 추종에 대하여 신랄하게 비판하고 풍자한다. 스위프트를 멘토링하여 「동물농장」을 쓴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이 책에 대하여, ‘걸리버가 조국을 사랑한다면서 온갖 수치스러운 영국의 현실을 누설+폭로하여 혹시 저자가 매국적인 태도가 아닌지?’라고 혹평하고 썩은 인간을 혐오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풍자하고 있다.

저자인 조너선 스위프트(Jonathan Swift,1667.11.30~1745.10.19)는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유복자로 태어나 백부가 돌봐준 영국의 성직자+정치평론가+저항운동가+풍자작가로 활약하였다. 또한 그는 킬케니스쿨(1673,문학독서)+트리니티칼리지(1686,신학)+옥스퍼드대학(1692,문학석사)+더블린대학(1702,신학박사)에서 다양한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고전+역사+시+산문 등의 여러 장르로 풍자적인 글을 썼다.

한편, 스위프트는 정계에 입문하려고 템플경의 개인비서(1688)로 출발하여 토리당의 기관지에서 정치평론(1710~14) 을 써서 필명을 알렸지만, 정치의 뜻을 더 이상 이루지 못하였다. 또한 그는 신부로서 킬루트성당의 녹봉사제(1694)+아일랜드 라라코르의 교구사제(1700)+더블린 성패트릭 성당의 주임사제(1713)로 신행하였다. 뜻하지 않게 1730년대 말엽부터 정신착란 증세가 나타나고, 1742년에는 발광상태에 빠져서, 1745년에 사망하여 성 패트릭 성당의 묘지에 묻혔다. 그의 대표작인「걸리버 여행기」를 비롯하여, 1740년에 정치ㆍ종교계를 풍자한「통 이야기」과「책의 전쟁」, 그리고 일기문 서간집「스텔라에게의 일기」등이 있다.

「걸리버 여행기」는 총 4부 39장으로 구성되어 18세기 영국 사회의 모순과 비리를 날카롭게 풍자한다. 1부 8장은, 키가 15cm에 불과한 소인국(小人國, 릴리퍼트)의 여행기이다. 개업의사인 걸리버가 남태평양에서 파선되어 소인국의 포로가 되었을 때, 그들이 하찮은 일로 다투는 모습을 거인의 눈으로 보고 역겨웠다. 소인국에서도 궁내대신이 되려고 곡예하는 것이나, 달걀을 어느 쪽으로 세우느냐, 구두 높이를 얼마로 하느냐로 싸움하여 조롱한다. 이것은 그 당시 영국 정계가 휘그당과 토리당으로 나뉘어 사소한 문제로 다투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풍자한 것이다. 걸리버는 일부 대신들이 질투해서 이웃나라를 통하여 영국으로 귀국하였다.

2부 8개장은, 정상인의 키가 18미터이고 난쟁이라도 6미터나 되는 거인국(巨人國, 브롭딩낵)의 여행기이다. 거인국에 도착한 걸리버는 주인 농부에 의해 구경거리로 전락하여 순회공연을 펼쳤다. 영국의 정치+경제+기타 문제에 관해 자랑해보지만, 이 나라의 왕은 서로 다투는 것을 비웃고 풍자하였다. 걸리버는 사소한 법조문을 가지고 영국처럼 다투지도 않고 전쟁이 없는 이상사회를 목격한다. 거인들은 신장이 클 뿐 아니라, 마음도 넓었다. 그리하여 영국인들은 세상에서 가장 해로운 종족이라고 판단을 내리어 풍자되었다. 어느 날 큰 새가 걸리버가 들어있는 새장을 물고 하늘로 날아가 바다 위에서 떨어뜨렸다. 때마침 지나가던 배가 있어 걸리버는 귀국할 수 있었다.

3부 11장은, 공중섬(空中島, 라퓨타, 발니바니, 럭낵, 글럽덥그럽)의 여행기이다. 걸리버는 일본의 라프타를 비롯한 여러 섬나라를 방문하여 이상한 성향의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걸리버는 무익한 사색에 열중하는 공상가, 실행이 불가능한 실험에 몰두하는 과학자, 죽은 자와 유령을 불러오는 마법사, 영원히 살아보려는 불사인 등을 만나고 일본을 거쳐 영국으로 귀국한다. 그 당시 유럽에서는 천문학과 수학의 발달로 과학자과 이론가들의 현실생활과 동떨어진 실험 연구가 시도되어 인간의 도덕적 삶과 얼마나 어긋나 있는가를 비판하고 풍자한 것이다.

   여행.2002. 영국.DICACO
4부 12장은, 말이 지배하는 마인국(馬人國, 후이늠)의 여행기이다. 걸리버는 선원들의 반란으로 말의 종족이 다스리는 후이늠 섬에 도착한다. 이 섬의 하인은 언어와 이성을 가진 말인 후이늠으로서, 걸리버의 생김새와 너무나 유사한 야후(Yahoo)를 가축으로 기르고 있다. ‘질병+우행+악덕’으로 추악한 인간을 닮은 야후와, ‘절도+예절+청결’로 덕성을 갖춘 말인 후이늠이 대비하여 풍자한다.

말들의 나라에서 부패한 인간 냄새로 가득한 걸리버는 처음으로 자유와 존경을 맛보게 되지만, 덕성과 평화를 간직한 말이 사는 후이늠 섬에서도 버림받는다. 걸리버는 새로운 절망감을 가지고 영국으로 귀국하게 된다. 이와 같은 걸리버의 여행 이야기를 통하여 스위프트는 당시 영국의 정치 풍토와 인간 사회의 타락과 부패를 통렬히 비판하고 풍자하였다.

「걸리버 여행기」는 원래 아동들이 읽는 동화가 아니라, 인간을 통렬히 매도한 풍자소설이다. 저자인 조너선 스위프트가 주인공 걸리버의 여행을 통해 혁명+과학발달+의회민주주의가 꽃핀 18세기 초반의 영국사회가 이상사회와는 달리, 인간악행+사회모순+국가부패가 만연되어 풍자하였다. 따라서 18세기의 인간 이성에 대한 낙관론을 지적하는 ‘인문사회 비판서’로서 사회비판적인 의미보다는 재미있는 세계로의 동화풍 여행담으로 분류하는 경향이다.

이 책은 걸리버를 통해 인간사회가 정의와 사랑이 넘치는 사회를 염원한다. 이로써 스위프트는 아이리쉬 저항운동의 지도자+국가적인 영웅+용감한 자유의 수호자로서 융통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오늘날 이 작품에 나오는 스위프트(지명)+걸리버(휴대폰명)+라퓨타(대화방)+야후(업체명)등이 세계적으로 애용되는 사실은 단적으로 고전명작을 인정하는 필독서가 아닐까.

   
   
 

임청산, 공주 사범, 충남대 미술학 석사, 대전대 영문학 박사,공주대 문화대학장, 영상예술대학원장, 미국 칼 아츠, 세이카 대학 객원교수,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초대회장, 신문만화 '개구리'(중도일보) 연재, 저서 '일등시민 일등국가', '만화 영상 예술학'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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